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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 Yes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예스맨' 이 개봉하기 전 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영화배우 짐 캐리가 한국어로 연기 하는 장면이 들어간 동영상이었다.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어도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르게 전달하려는 짐 캐리의 노력이 흐뭇했고 대체 이 영화는 무슨 내용이기에 한국어가 나오나 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영화 개봉 날짜를 기다리게 되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 짐 캐리!!
에이스 벤추라로 짐 캐리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오직 한 가지였다. 으악, 너무 부담스러워. 짐 캐리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와 오버스러운 액션이 나에게 말그대로 오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가 내 머리 속에 짐 캐리라는 배우를 각인시키기엔 충분 했다. 외국 사람이면 다 똑같은 얼굴로 보였던 어린 시절, 짐 캐리만 달라보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샌가 내가 그 연기에 울고 웃게 될 줄이야.
영화 예스맨에서 짐 캐리가 맡은 역은 칼 앨런이다. 칼은 3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재미난 일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남자. 예스맨의 강사 MR. 번들리에 의하면 수년간 가망 없는 직장에 매달리면서 자신과 친구들에겐 변명을 일삼고 여자는커녕 여자 친구 비슷한 것도 없으며 매일 밤 지루해서 견딜 수 없으면서도 자신을 위한 욕구는 귀찮아서 하지 못하는 그런 남자다. 은행 대출 관련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No를 입에 달고 살며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No를 외치던 어느 날, 칼은 자신이 죽고 나서 친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하는 모습을 꿈꾼 것을 계기로 Yes man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뒤로 정말 거짓말처럼 칼의 인생이 바뀐다. 주위에 있던 부정적인 신호는 모두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즉흥적으로 배우기로 한 기타와 한국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준다. 거기다가 귀엽고 특이한 여자 친구까지!! 이제 칼은 모든 게 즐겁고 새롭게 보인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든 일에 Yes!!를 외칠 수 는 없는 법. 긍정의 신호는 정점을 이루다가 점점 일이 꼬여 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감독과 내용만 다를 뿐, 역시 짐 캐리 영화라는 생각이 들도록 유도해 간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이야기지 하고 어느 샌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영화를 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물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 되어 있지만 그의 전작들과 비교 해봐도 영화의 주제의식만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함께 살아가기이다. 영화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칼의 든든하지만 엉뚱한 친구들, 몇 사람 없는 바에서 괴상한 노래를 부르는 여자친구, 어수룩하지만 칼에게 힘이 되어주고 영화 주인공 코스튬을 즐겨하는 칼의 상사, 수상한 옆집 할머니, 웨딩숍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까지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한 군데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존재를 톡톡 알리고 있다.
또 그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사회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느껴진다. 거리의 노숙자나 사회 부적응자도 그의 영화 안에선 소외가 아닌 한 공동체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

칼의 주변 사람들
그러곤 그는 말한다. 자신만의 틀에 갇혀 답답하고 부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 차려! 기회를 잡으란 말이야, 이건 네 인생이야” 라고.
즐겁고 따뜻한 교훈까지 곁들여 있는 영화를 어찌 안보고 배길 수 있을까.
"지구는 거대한 놀이터에요. 어릴 때는 안 그런데 다들 커가면서 잊어버리고 있어요." 영화에서 앨리슨이 칼에게 하는 대사 중
짐 캐리가 비록 이 영화에선 친구들에 비해 많이 노숙해 보이는 외모로 나와 나의 가슴 아프게 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히어로는 짐 캐리다. 그의 외모가 변하던 변하지 않던 그의 유쾌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