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A장조의 살인”을 접했을 때 이 이야기가 슈만과 클라라에 대한 소설인 걸 알고 적잖이 놀랐다. 그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야기에 살인이라는 글자가 끼어들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슈만의 어린 시절과 말년이 불운하긴 했지만 그가 음악에서의 낭만주의를 꽃피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친 헌정(Wdmung)을 들어보라) 책 표지에 적힌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 리스트, 바그너......19세기 유럽의 음악 천재들을 둘러싼 매혹적인 미스터리란 글은 책에 대한 내 기대감을 더 크게 만들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하였다.

이야기는 헤르만 프라이스란 이름을 가진 수사관으로부터 시작된다. 음악을 좋아해 개인적으로 피아노도 배우고 첼로스트 친구도 두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다급한 전갈이 온다. 전갈은 클라라 슈만의 이름으로 왔는데 급히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슈만의 집에서 프라이스는 음악천재라는 명성과는 달리 지저분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의 슈만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A장조의 음이 들린다는 슈만의 이야기. 그로 인해 미칠 지경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말하는 슈만은 프라이스에게 진상을 알아봐달라며 의뢰한다. 주위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하고 오로지 슈만에게 들리는 A장조의 음은 점점 슈만을 옥죄어 오고 있었다. 의뢰를 받고 조사를 하면서 프라이스는 사건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슈만의 주위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되고 포기하지 않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클라라에게 반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리스트와 슈만의 장인 비크, 클라라를 사랑하는 브람스, 피아노 조율사인 빌헬름 후퍼 까지 여러 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점점 미궁 속으로 흘러가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19세기 독일의 모습이나 특히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이 나오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천재들의 사생활이랄지(물론 이 책의 장르는 팩션이다.) 아직 과학수사가 발달하기 전 경찰의 수사방법이 상세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을 따라가면서 자세한 부분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져 재해석 한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뭔가 제목과 책의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A장조의 살인이란 제목이 독자들에게 책의 방향이 이럴 것이다 하고 미리 결정짓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책에 살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책 내용을 전하기엔 너무 큰 틀이 아닐까 싶다.

음악에 관심이 있고 유명한 작곡가들이 등장하는 팩션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겐 만족스러울지 모르나 사건이 큰 기복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정통 추리소설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좀 모자람이 있지 않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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