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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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처음 밤의 피크닉 책을 발견했을 때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책 뒤에 쓰여 있던 저 문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책방에서 아쉽게 내려놓았지만 몇 개월이 흘러도 저 문구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고 배달되어온 책은 눈부신 하얀 색으로 손에 쥐고는 들떴던 기억이 있다. 청춘소설 내지는 성장소설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보니 하얀 책 표지가 어렸을 때 입었던 하얀 체육복과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작가 온다 리쿠에 대해선 미리 알고 있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먼저 읽었는데 분위기가 미스터리하고 내용엔 복선이 깔려 있어 자리에 앉은 채로 꼼짝하지 않고 한 번에 읽었었다. 사실 거창하게 깔아 놓은 복선에 비해 결말이 예상보다 평범해 허무한 기분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 맛은 싱거웠다 뿐이지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


책 속에 주인공들은 모두 고등학교 3학년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한 단계만 남겨놓은 고등학교 3학년. 그들은 어린아이보다는 생각이 많고 깊지만 어른보다는 미숙한 존재다.

이야기는 졸업을 앞두고 학교 행사로 매년 열리는 보행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나오는 보행제란 주인공들이 다니는 북고의 행사로 매년 한번 씩 잠을 자는 몇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24시간 동안 밤을 새워 80킬로미터를 꼬박 걷는 것을 말한다. )

니시와키 도오루는 보행제에 누구보다도 참가하는 것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한쪽으론 마음이 불편하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두고 바람을 피워 낳은 딸인 다카코가 같은 반 동급생이기 때문이다. 동급생으로 함께 걷는 다카코는 피하려 해도 자꾸 마주 치게 된다. 다카코에게 죄가 없다는 걸 알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좋아 할 수도 미워 할 수도 없는 상황. 도오루는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고다 다카코는 같은 반 이복형제인 도오루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한 마디도 나눠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도오루는 다카코를 싫어하는 듯하다. 다카코의 소원은 졸업하기 전 도오루와 대화를 나눠 보는 것. 과연 소원은 이루어질까?


밤하늘 아래에서 함께 걷는 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 맘에 쏙 들었다. 함께 걸으며 친구와 추억거리를 쌓는 일..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현실 속에서 가능 하다면 정말 꼭 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은 청소년 대상 도서라기보단 어른대상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학창시절 다시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으니까. 고등학생 때엔 어른이 되어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 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책엔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도 나오는데 책엔 등장하지 않지만 전 동급생 사카키 안나라는 존재가 그것이다. 사카키 안나가 깔아 놓은 복선과 그녀가 걸어 놓은 주문이 뭘까 하고 생각해보는 재미도 쏠쏠히 있다. 궁금증을 유발한 그 복선이 다른 온다 리쿠 책의 결말처럼 약간 힘 빠지는 거라 문제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옛 학창시절의 추억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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