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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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울 엄마에게 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다유는 이런 나에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이미 아들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나이에 감히 둘째를 낳은 것은 딸은 처녀적부터 오랜 동안 너무도 간절했던 나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서른 중반에 찾아온 입덧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지만, 신기하게도 꾸었던 태몽은 만개한 매화꽃으로 나에게 딸임을 알려주었고, 거북했던 입덧이 그대로 축복이 되어버렸다.

 

온전히 내 영혼을, 내 숨결과 내 시선이 느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봐주고 이해해줄 것만 같은 딸.

신기하고 어이없게도 나는 단 한번도 내 엄마에게 그런 딸이 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꿈을 품고서 우리 딸을 만났던 것이다.

그런 딸은 아직 솜털을 벗지 못한 10살 어린 소녀이다.

 

신현림 작가는 현재 딸아이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늦은 나이에 옛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고, 그와의 사이에 목숨보다 소중한 이쁜 딸을 얻고, 끝내는 싱글맘으로 당차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시인. 시인의 자취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간간히 만났었다. 환한 표정으로 딸아이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를 보며,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내심 딸이어서 저렇게 예쁜 모습일 수 있는 거야. 친구처럼 저리 다정하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생각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90편의 아름답고 지혜롭고 따뜻한 시를 골라 담은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은 작가의 삶의 가치관과 험난한 세상속에 살아갈 딸을 위하여 주고 싶은 마음이 온전히 담겨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감동스러웠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디 곱게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바람과 기꺼이 맞서기도 하며, 넘어질 지언정 굳세게 다시 일어서라고 조언하는 시, 그러면서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결코 잃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바로 내가 우리 딸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다양한 시로 표현되어 있다.

90편의 우리나라와 세계 다양한 나라의 시는 꼭 이 세상의 딸인 자만이 읽어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에 담겨진 지혜의 샘은 놀라워서 현재 인생길 고민과 번뇌에 가득찬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속의 시 한편을 통해서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편, 한편 시를 읽었다.

옆에서 같이 책을 보던 딸아이 문득 왈, <엄마, 나는 외로울 때 피아노를 치는데>....<그래? 언제 외로웠었어?> ,< 응....나도 외로울 때가 있지>..<이런..그랬었구나>..<근데, 엄마. 외로울 때 , 시를 읽으면 좋아?> <그럼, 시가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하고 그러는데?!>,,,<그래? 그럼, 그거 엄마 먼저 읽고 잘 둬..나도 나중에 읽을 수 있게>..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게 껴안고 잠이 들었다.

딸아이가 좀 더 자라 시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책 속의 시를 둘이서 나란히 한편, 한편 음미해가며 읽어야겠다는 작은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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