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북투로 가는 길 - 서아프리카 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1,000킬로미터 여행!
키라 살락 지음, 박종윤 옮김 / 터치아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팀북투로 가는 길 >의 표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도 낯설지만, 담긴 사진 속 풍경도 익숙하지는 않다.

 "서아프리카 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1,000킬로미터 여행",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설명 또한, 낯설기는 매한가지다.

팀북투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전설 속 황금도시다. 팀북투로 가는 길의 여행은 내셔널지오그래픽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오지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키라 살락은 말리를 관통하는 니제르 강을 따라 올드 세고우에서 팀북투까지 1000㎞ 이상을 홀로 빨간색 고무 카약을 저어 간다. 대장정의 시작과 함께 오른 팔 근육이 파열되었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노질은 멈추지 않은 채 처절한 여행을 이어간다.

말리 원주민들에게는 바지입은 여자는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생각이 만연되었이기에 반바지를 치마 속에 입고서 끝도 없이 노를 저어 앞을 향해 나아간다. 강 기슭에 배를 대고 숲속에서 잠을 청하고, 말린 칠면조 고기로 체력을 보충하며 사막의 열기와 낯선 곳에서 마주칠 공포와 싸워가며 팀북투를 향해가는 키라. 그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여행을 '잘해야 한심한 짓, 잘못하면 미친 짓'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는 왜 이런 무모하다면 무모한 여행을 시작한 것일까?
고무 카약 외에 그녀가 정신적으로 의지했는 것은 200여년 전 그녀와 같은 코스로 팀북투를 찾아나선 스코틀랜드의 탐험가 멍고 파크라는 사람이다. 키라는 멍고 파크가 남긴 여행기를 읽고, 그의 여정을 그대로 따르고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보며 자신의 한계를 이겨낸다.  멍고 파크는 1805년 니제르 강을 따라 팀북투에 들어간 최초의 백인으로, 두번째 팀북투행 여행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멍고 파크의 여행기와 자신의 여행을 교차시키면서 멍고 파크가 발을 디뎠던 곳을 둘러보며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을 이겨낸다.

말라카, 풀라니, 보조, 밤바라, 투아레그 등 의 다양한 부족들을 만나게 되고, 문명과 동떨어진 그들의 모습에서 맑은 영혼이 주는 기쁨을 맛보기도 하지만, 경제력이 조금이라도 될라치면 허용되는 일부다처제, 여성의 90%이상이 13세 정도가 되면 누구나 받게 되는 성기 절제 수술(서양의 호교론자들은 할례라는 이름으로 단순화해 말하지만)이라는 성학대, 멍고 파크 시대에는 물론, 현재에도 통용되는 노예제도의 모습은 비록 여행자의 눈으로 지켜봤지만 너무도 불합리하고 원시적인 모습이어서 충격적이었다. 키라는 여행을 통해서 문명 너머의 삶과 용감하게 마주하며 아프리카 여성 문제와 계급 문제를 제기한다.

여행을 통해서 키라가 깨닫고 날카롭게 읽어내는 사회상은 그녀를 단순한 여행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사실 단순히 여행, 혹은 탐험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녀의 여정이 녹록치 않아서 1,000킬로미터의 모험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백인에게는 비우호적인 부족들의 모습, 댓가없이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 사람들, 결코 익숙치 않은 30도를 웃도는 날씨, 미지의 급류, 말라리아열, 하마와 악어, 여의치 않은 건강 등...키라가 싸웠던 것은 앞에 열거한 것 외에도 많다.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왜 이 여행을 떠났나, 마음 속의 질문들과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여행의 중간 중간 내셔널지오그래픽스에 실은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작가 레미를 만났을 때 맞닥뜨리는 감정과의 싸움도 한 몫이다. 레미는 피니스를 타고 날씬하고 예쁜 여자친구와 함께 모든 것이 엉망인 그녀를 찍으러 주기적으로 안전하게 나타나기에 때로는 키라 자신의 상황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은 3년 전에 읽었던 스티븐 캘러핸의 <표류>라는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캘러핸은 대서양을 4번이나 횡단한 해양 모험가로서 1980년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나폴레옹 솔로 호의 건조에 나섰으며 1982년 항해에 나선 지 6일째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고래와 부딪쳐 배가 난파하며 대서양을 표류하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담은 <표류>가 13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간접적이나마 두 명의 위대한 탐험가의 기록을 책으로나마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낯선 곳에 대한 탐험의 욕망은 인간의 세포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본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 본능이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그 본능이 어떠한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는 기꺼이 이겨낼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삶은  결과가 아니라 분명 과정인 사람이 있다.

긴 인생의 항로에서 과정이면서 모험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은 철저히 자신의 욕망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그리고 타인에게 등대와도 같은 희망과 용기는 주는 이타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결론지어 보게 된다.

키라의 여행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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