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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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부쩍 카페 나들이가 잦아졌다.

아가씨적에는 밥한끼보다도 더 비싼 커피 한 잔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잘 마셔대곤 했는데(물론, 커피 한잔값의 뽕을 제대로 뽑기는 했다. 그러나, 장시간 커피숍에 죽치고 앉아있는다 것은 살림하는 여자에겐 이제는 꿈같은 일이다),

결혼 이후로는 길다방 커피마저도 돈이 든다는 이유로 아까워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으니 이 즈음에 갑자기 잦아진 카페 나들이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이다.

 

20대 시절의 커피숍과는 달리, 요즈음의 카페는 커피 종류의 다양성 외에도 내부 인테리어나 외관 밖 풍경도 한 몫을 하여 카페에서의 시간을 편안히 즐기게 해주었다.

쉬는 공간, 집처럼 편안히 일할 수 있는 공간,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주변의 카페는 그래서 또 하나의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주말 오후 편안한 옷차림으로 공원을 산책하고 난 후의 커피 한잔, 꾸미지 않고 번개팅처럼 갑자기 만나게 된 친구와의 만남의 장소로도 좋은 카페, 그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커피 한잔. 혼자만의 시간 뿐 만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시간에 어느덧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한 커피는 그래서 마약만큼이나 유혹적이고 끊을 수 없는 음료이기도 하다.

 

지역에 커피전문점이 줄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커피애호가들을 위한 여러가지 기획들이 시도되었다.

그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름아닌, 커피점에서 발간되는 소식지와 바리스타 과정의 개설이었다.

커피를 즐겨 마시다 보니, 저절로 커피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이 깊어졌고, 언젠가는 바리스타 과정에 등록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품게 되었다.

어차피 즐겨마시는 음료라면 , 알고 마시는 순간의 그 풍미가 더 깊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이번에 갤리온에서 출간된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는 바로 나와 같은  초보 커피 애호가들을 위한 책이라고 보여진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커피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다른 이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시도되었으며, 어깨 너머로 줏어듣고 목격한 것을 재구성한 아마추어의 잡담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거 같다. 저자는 보다 전문적인고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한다면 진정한 커피 고수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초심자들에게는 이 책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집 장식장에 몇 년째 얌전히 놓여 있는 커피콩 분쇄기의 정확한 명칭이 핸드밀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커피볶는 과정을 로스팅이라고 하는 것, 핸드드립의 진정한 의미, 커피가루의 유효기간, 커피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 및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 커피의 추출과정, 다양하게 변주된 커피 음료의 종류, 나만의 커피를 마시는 방법...

역시 어떤 것은 알고 보면 그 세상이 그 이전과 다르다는 것은 커피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전에 '더치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이룬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이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오히려 이전에 즐겨 마셨던 아메리카노보다 더 카페인의 성분의 적었던 것. 그런 줄도 모르고 불면증의 원인을 '더치커피 '의 탓으로 돌렸으니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였다.

커피와 관련하여 이국의 낯선 명칭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한 모금 마시면서 원산지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커피애호가의 자세가 아닌 싸구려 허영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다도처럼 커피의 세계도 아는 것이 많을 수록 오히려 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전과는 달리 깊은 마음으로 커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커피로 인해 인생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일하는 사무실 과방 한켠에 오밀조밀 놓여 있는 이름있는 회사의 원두커피 봉지들...내일 당장 로스팅 날짜를 확인해봐야지. 아니, 이미 가루로 분쇄된 채 우리사무실로 온 지가 그 얼마이던가...이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7일까지가 제일 커피로서의 맛이 훌륭하다던데...그 이후의 커피가루에서 나는 생선썩는 냄새를 우리 사무실 식구들은 그야말로 달콤하게 여겨왔으니...카페라떼를 만들어 먹을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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