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인터넷 동네에서는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얘기로 시끄럽다.

요는 과거 이력과 경력이 화려한 한 할머니가 이제는 오갈데없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새우잠을 자며 하루 커피 한 잔으로 예전의 품위를 지키는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 할머니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설왕설래다.

이 일화를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음식이란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속한 사회, 계층, 문화 등을 대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개개의 음식이 갖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는 인간사회처럼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다. 해서 어떤 음식을 먹는다는 이유 하나로 한 사람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식적인 음식애호의 모습을 통해 위선을 감지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말은 식구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식구의 뜻이 바로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한 식탁에서 요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단순히 음식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많은 음식에 관한 담론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

장소와 상황에 적절한 요리는 그 상태를 최상의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흔히, 오감과 함께 각인된 기억은 오랜 시간 깊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를 우리를 경험한다.

그 중에서도 후각으로 기억되는 것들을 얘기하자면, 향기로운 차, 달달한 코코아, 과즙이 넘치는 달콤한 딸기, 구수한 숯불구이고기, 상황과 함께 거론해 보자면, 이른 아침 깊은숲과 함께 깨어나 마시는 커피, 그 커피향과 함께 각인된 산풍경....이와 같이 음식을 매개로 하여 기억 속에서 튀어나오는 풍경들은 훨씬 더 선명하고 직접적이다.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리다" - 브리야 샤바랭

 

브리야 샤바랭의 말에 기대어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는 역사 속 유명한 사람들과 그들의 '소울푸드' 요리와의 얽혀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기자출신인 관계로 책 속 내용은 저자 자신이  유명인과 직접 인터뷰하듯이 각색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단순히 음식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유명인의 일생 전체를 핵심적인 부분만 거론해주고 있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도 새로운 목소리로 듣는 듯 흥미롭다.

많은 것을 담아 내다 보니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지인들과의 식탁에서 소소하게 화제거리로 이용해볼 만한 내용이 심심찮게 있어 유익했다.(유식한 척, 잘난 체를 해볼 참이다.)

일테면, 와인따개, 스파게티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명했다든가, 쿠바의 대표적인 음료인 모히토는 럼주에 민트향이 가미되고 라임과 설탕이 들어간 것으로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것이란다, 동파육은 중국의 동파 소식과 관련된 음식이다, 등.

이 책에 거론된 유명인들은 특정음식을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다빈치의 경우처럼 직접 자신이 창조한 대표요리가 있기도 하다.

발자크의 커피사랑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고, 송이버섯이 비싼 줄로만 알았지, 송로버섯이 그리 귀하다는 사실은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덕분이었다. 

로시니는 미식가여서 자신의 이름이 붙은 투네도스 로시니 스테이크라는 송로버섯이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었을 정도다.

음식은 마치 고향같아서 어린 시절에 각인된 미각의 기억은 쉽게 떨치질 못한다. 가장 단적인 예로 입덧을 하는 여성들이 가장 즐겨 찾는 요리가 바로 엄마가 해주신 요리인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정크푸드를 사랑했던 엘비스 프레슬리는 성공한 이후에도 만들기 쉽고 양이 많고 푸짐한 남부 스타일 음식을 좋아했다.

엘비스의 이야기를 전하며, 저자는 '소울 푸드'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닌 자기의 가장 비참한 인생이 아름답게 녹아 있는 음식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이 외에도 카베이용 멜론과 책 500권을 맞바꿨던 뒤마, 사랑과 이별의 무형문화재 카사노바가 즐겨먹던 굴과 구더기치즈 "카스 마르주", 괴테의 감자, 샴페인을 통해서 엿본 마릴린 먼로의 삶, 등 총 13명의 명사와 요리이야기들은 매우 재미있다. 각 단락마다 대표요리 레시피가 실려 있으며, 명언이나, 음식과 관련된 간략한 상식시리즈, 등은 꽤 유용하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용해야만 하지만..책을 덮는 순간 까맣게 잊을지도 모른다)

 

그리 심하지 않은 수술을 하고 일주일간의 회복기간동안 외출이 부자유스러웠던 나는 돌봐줄 누군가도 없었는데, 그 시간을 바게트 빵조각으로 견뎌내었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의 시간만 지나면, 나는 다시 세상속으로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수가 있어, 라는 명제 하나를 붙들고 오로지 그 시간을 지나왔었던 기억.

지금도 빵집을 지나다가 바게트 빵을 보게 되면, 그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스쳐 지나간다.

'당신이 먹은 것을 말해보라. 당신의 꿈을 말해주겠다.' 음식에 담긴 건 맛이 아니라, 어쩌면 꿈인지로 모르겠다는 저자의 말이다.

과연 그런가...그럴지도 모른다. 배고픔이라는 1차적인 본능을 해결하고 나면, 우리는 요리에 기대어 꿈을 꾸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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