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지 못했다. 하늘말나리는 <소희의 방>을 읽어보니 주인공 소희의 별명이다.

당시 성장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출판부 추산 50만부가 팔린 책이라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아빠와 엄마를 죽음과 재혼으로 이별한 소희가 할머니랑 함께 살던 달밭마을의 따스하면서도 행복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이번에 <소희의 방>은 그동안 작은아버지 가족에 덤으로 얹혀 살면서 고생했던 소희가 재혼한 엄마의 가정으로 들어가면서 나만의 방을 갖게 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만의 방이라는 것은 그 의미가 복합적이면서도 특별하다. 가난했던 단칸방의 소희에게는 나만의 방이 있을 리 만무하다. 또한, 친척이라지만 얹혀 사는 처지의 소희에게는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재혼한 엄마는 소희에게 부자인 새아빠를 갖게 해주고, 또 '윤씨'에서 '정씨'로 새로운 성까지 선물하며, 드디어 사춘기 소녀인 소희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해준다.

그 방은 미국의 엄마에게 떠난 새아빠의 딸인 '리나'언니의 방이었기도 하다.

새가족으로 이루어진 그곳에는 엄마가 같은 동생들이 있고, 나를 낳아주신 엄마도 있지만, 그러나 소희는 여전히 자기집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서성거린다. 오로지, 자신의 방으로 명명된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에 마음의 위로를 얻을 뿐.

지독히도 가난하여 동정을 받던 소희는 이제는 180도 바뀌어 오로지 입고 쓰는 것, 모든 것을 명품으로만 사용하는 부잣집 공주님이 되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기까지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엄마도 만났고, 더군다나 그 엄마는 소희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돈으로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부자이기까지 하니 소희는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소희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달밭마을에서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침마다 외제차로 등교하고, 명품옷을 입고 과거를 싹 지워버린 듯 새롭게 살아가지만, 마음은 점점 공허해진다.

그 동안, 엄마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의 결핍은 단순히 돈으로만 메꿀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에.

달밭마을의 친구인 바우와 미르대신 이제 소희에게는 인터넷 공간 속 친구인 '디졸브'가 있다.

허상의 삶을 살아가던 소희의 갈등은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

 

소희는 가출을 계기로 엄마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사실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나 혼자 참고 인내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속에서 꼭 올바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저자는 <소희의 방>을 쓰는 동안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서 줄곧 생각했다고 한다. 달밭마을의 소희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비해서 내면이 충만한 아이였던 것이 비현실적이어서 사회화된 시선으로 소희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해서 소희가 욕망을 표출하고, 그 나이때 소녀의 본성을 회복해 가고, 또한 어렵게 이루어 가는 과정을 통해 저자가 그려낸 삶의 본질과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건강한 욕망은 인간을 성장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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