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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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작가상이 그 수상작을 어느새 15회에 이르렀다니! 새삼스럽게 그 횟수에 먼저 놀라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문학계에 큰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문학동네]라는 이름 그대로의 문학동네는 처음 출발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창작과비평이라든가, 현대문학이라든가 류의 딱딱한 이름이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름부터가 마음을 잡아끌었고, 어느새 빠른 시간내에 급성장하는 문학동네가 되어버렸다.

해서, 문학동네작가상 또한, 젊은 층들에게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로는 김영하, 조경란, 박민규, 등을 우선 손꼽을 수 있겠는데, 이들은 열렬한 매니아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저력이쓴 작가들이다.

이 외에도 <마요네즈>를 쓴 전혜성, <모던보이>를 쓴 이지민도 그 이름 석자가 꽤 귀에 익숙하다.

이번에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은 김유철의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라는 작품이다.

너무도 평범하여 오히려 쉽게 잊어버릴 것 같은 저자의 이름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작품의 타이틀과 수상작이라는 월계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의 골자는 매우 단순하다. 

K라는 주인공 남자가 한 계절 동안에 겪는 헤어짐과 만남이라는 작은 일상의 사건들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생각을 가까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소설화한 것 뿐.

먼저 '사라다 햄버튼'이라고 불리는 고양이와 살고 있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얼마 전 동거하던 S라는 여자와 헤어졌다. 고양이 이름은 그다지 신경쓴 이름이 아니다. 샐러드를 좋아하여 사라다를, 마침 설기현선수가 속해 있던 울버햄튼의 경기를 보던 중이어서 발음이 편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사라다 햄버튼'으로 불리게 된 그 고양이는 그러나, K에게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게 됨으로서(처음 시작은 비록 가벼웠으나) 꽃이 되게 되었다.

어제까지도 사랑을 속삭이던 S가 갑자기 자카르타로 떠나면서 헤어짐을 고하고, K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면서 하루하루를 그냥 갑자기 찾아든 고양이 '사라다 햄버튼'과 함께 흘려보내면서 지낸다.

그런 시간속에도 가끔씩 들르던 편의점의 여자 R과의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고, 고양이카페도 가는 등, 일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신 그러나 매우 주체적인 삶을 사셨던 어머니, 어린 시절 어머니와 이혼하고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사시는 아버지(알고 보니 새아버지), 자연스럽게 생부와 연결시켜 주는 아버지의 쿨한 모습.생부와 K는 서로의 관계를 짐작하면서도 확인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소설에 나타나는 모든 만남과 헤어짐은 순간의 갈등과 망설임이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가볍고도 경쾌하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파스텔톤의 쿨한 모습은 삶은 그렇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회자정리라고 했던가..헤어짐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고.

어느새 K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버린 이제는 반려동물인 '사라다 햄버튼', K는 사라다 햄버튼의 원주인을 찾아 돌려주고자 한다. 이후, 갑자기 등장한 고양이탐정이나, 엄마의 숨겨진 이야기등의 소설적 장치들은 작가가 추리소설을 많이 썼다는 이력에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친다.

전반적으로 구성이 치밀하지는 않지만, 편안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오는 느낌이 절로 책을 가슴에 품게 하는,  그러면서도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담담하면서도 애정어린 문체는 소설을 읽고 난 뒷맛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소설가 편혜영은 심사평중에, "의미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일상을 그저 산책하듯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의 초상을 묘파한 캐릭터 구축에 공력을 기울였다는 점"라고 평하였는데, 이 소설에 대해서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애정어린 평이라고 생각한다.

 

소설보다도 저자의 살아온 삶이 더 흥미로왔는데, 난 이상하게도 김유철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하루키 소설'1Q84'에 나오는 '덴고'가 자꾸만 연상되었다.

그의 건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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