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하는 부제를 단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는 고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목이 눈길이 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발칙한'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혹은 시선을 끌기 위하여?) 자주 쓰이기 시작했는데, 왠지 이 부분은 식상한 듯 하여 살짝 거슬린다.
서양의 고전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들은 매우 많았던 걸로 안다. 그러나, 나의 좁은 식견탓이겠지만 우리나라 고전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해서 미미하게 느껴진다.
해서 모처럼 한국의 고전이라 칭해질 만한 소설, 판소리, 전설, 신화 등을  현대의 시간으로 불러와 재해석한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가 매우 반가운 이유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고전은 옹고집전, 정수정전, 이생규장전, 춘향가, 심청가, 사씨남정기, 나무꾼과 선녀, 창세가, 유충렬전, 주몽신화, 여성영웅설화, 홍길동전 등 총 13개의 작품이다.
고전이나 신화, 민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상당한 작품을 섭렵했다고 자부해 왔는데, 아쉽게도 정수정전, 창세가, 여성영웅설화는 이 책을 통해 그야말로 처음 접해본 것들이다.
책은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작품속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혹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제로 삼고 먼저 줄거리를 간략하게 앞에 두고 있다.
비록 텍스트를 읽지 못했어도 워낙에 자라오면서 친근하게 접했던 작품들이 대다수여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내가 읽지 못했던 작품들은 그 세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다 보니 아무래도 저자의 의도를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수정전>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씨남정기>편을 예로 들면, 속한 장은 "여자의 영원한 숙제, 남자"이며, 제목은 '악녀는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이다.
저자는 제목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있기 때문에 읽는 동안 주제를 저절로 염두에 두고 읽게 되고, 절로 환히 보이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결론까지 가는 과정을 '진화심리학으로 파헤치는 인간의 살인 본성',''경국지색'이란 용어에 대한 반론, 팜프파탈의 치명적 유혹을 주제한 영화"위험한 정사", '제사와 종묘사직의 의미', 일처다부제를 표방한 영화<아내가 결혼했다>에 대한 남성적 시각,등 다양한 관점으로 배치해 놓고 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더 읽어볼 만한 책을 추천해 놓는 형식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고전은 원래 주제가 명확하여 읽기도 쉽고 재미있다. 거기에 더하여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놓은 고전은 읽는 이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어 구태의연하지 않고 새롭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옹고집전에서  말하는 '나는 왜 나인가?'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고전이 가진 힘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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