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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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를 다녀온 딸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우리 반에서 마녀클럽을 조직했어. 그래서 각자이름의 끝자를 따서 린마녀, 빈마녀, 유마녀로 부르기로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기로 했어".

"마녀클럽? 뭐하는 것인데?""응, 여학생을 괴롭히는 남자애들을 혼내주는 클럽이야"

그러니까, 한마디로 성질 좀 있고, 체격 좀 있는 여자애들 셋이 모여서 철없는 남자애들을 응징하기 위한 모임을 조직했다는 내용이다.

우리 때와는 세태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빗자루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꼬깔모자의 요상한 모습을 한 마녀를 이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재해석하다니.

<마녀의 독서처방>의 저자 김이경씨도 '마녀'에 대한 아주 독특한 시각을 보여 준다.

남에게 대접받기를 원하는 공주나, 남을 대접하기를 당연히 여기는 무수리는 둘 다 타인을 의식하고 의존한다는 점에서 옳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마녀를 자신의 지식과 능력에 의지해 제 방식대로 살아가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녀의 주장을 보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는 걸 볼 때, 이제 마녀는 중세의 그 마녀가 아닌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우리에게 재해석되고 있는 거 같다.

따라서, <마녀의 독서처방>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주도 무수리도 아닌 마녀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그녀의 삶의 자세이며, 그 자세는 남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내 생각대로 판단하며,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겠다는 삶에 대한 자각의 표현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이 쉽기만은 한 것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그래서 책을 읽는다고 한다. 책에서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내 욕망은 무엇인지, 왜 그런 욕망을 갖게 되었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 책을 읽지만, 책이 그 모든 것을 가르쳐 주니는 않기에 때로는 길위에서, 때로는 사람에게서, 그리고 스스로의 깊은 사유를 통해서 배우기에 진정 그녀가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가르침보다는 따뜻한 위로였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책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기도 했지만, 때로는 아주 힘든 순간,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책을 통해서 얻은 위로가 더 큰 삶의 지혜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

<마녀의 독서처방>은 사소한 일상의 필요에서부터 깊은 마음의 상처까지, 책에서 해결책을 찾고 위로를 받아온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설렘, 사랑, 치유, 희망, 위로, 이별이라는 소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꼭지를 채우는 그녀가 소개해주는 다양한 책들.

시립도서관에서 오랜시간 살았다는(?) 그녀는 걸맞게도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40평생을 살아오면서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거의 없는 나에게도 낯선 책들이 한 두권이 아니다.

그러나, 맞닥뜨리는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책에 대한 정보가 비록 전무할지라도 그녀의 처방전은 해독하기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그녀가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면, 설렘 주제에 '은근히 잘난 척하고 싶을 때'라는 꼭지가 있다.

일테면 오랜만에 선배를 만났다. "가을이라 그런지 싱숭생숭해요","마음이 허전해서 그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생각해봐. 어느 계절이든 다 좋지". 말이 나오기 무섭게 다 안다며 해답을 내놓는 선배의 모습은 예전의 흉허물없던 그 모습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원한 건 조언이 아니라 공감인데..나라고 모를 것인가..

이 대목에서 가슴이 뜨끔해서 책을 덮고 싶을 정도였다. 많은 순간들에 저 선배처럼 무의식적인 잘난 체를 무수히 했기에.

저자는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소개해주며, 은근히 겸손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식이다. 

 

가끔은 소주제와 소개해주는 책의 연관성이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책에 대한 에세이라도 읽는 듯 잔잔하게 울림이오는 맛이 있다. 책소개도 소개지만, 선행되는 상황에 대한 저자의 묘사가 더 정감어리면서도 맛깔스럽다.

비록 언급되는 책의 생소함으로 살짝 기는 눌렸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마녀의 독서처방>은 쏠쏠한 처방전이 되기에 충분하기에 기꺼이 주변에 권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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