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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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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당시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고, 그러다 1991년 오대양 종교집단의 신도 몇 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의문점이 파헤쳐지는 듯했으나 결국 논의만 무성했을 뿐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매우 은밀하면서도 어두운 이미지로만 남은 채 이 사건은 내 기억속에서도 세인들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졌다.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10년 만에 신작 장편을 약 10여년이 흐른 사건을 매개체로 하여 들고 나왔다.

소설속 신신양회는 서울에 관광상품을 만드는 공장과 지방에는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는 어머니라 불리는 사장을 중심으로 7명의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여성공동체 생활을 그 중심에 놓고 있다.

하성란,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여,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이 강렬하여 선택했다.

받아본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약력을 보니,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5개의 상을 수상한 작가였다.

상당히 저력이 있는 작가였던 모양이다. 작가의 이름이 익숙한 것은 아마도 그래서였던 듯.

그녀의 여러권의 책 중에서 <삿뽀로 여인숙>이 버젓히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알았다.

그만큼 그녀의 문체는 기억에도 없고, 내게는 아주 새로운 작가였던 것이다.

처음 대하는 듯한 작가의 책을 읽는 즐거움은 또 다른 재미다.

<A>는 1987년 8월29일 경기 용인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박순자 대표와 가족·종업원 등 32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을 그 모티브로 취하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의 소개내용을 보고 검색을 했다.
그 여성들은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아 기르며 아마존강의 아마조네스처럼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화목하고 행복한 왕국을 당당하게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와 이들 여성들과 관련자들 24명은 집단 자살한다.(자의에 의한 타살). 언론은 어머니라는 여자의 정체를 의지가지할 데 없는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한 신흥교주라고, 이 사건은 광신도들의 집단 히스테리라고 규정한다.

그 당시에 눈이 멀어 살아남은 여성의 딸, 나의 시점에서 이 소설은 전개된다. 그 전개는 집단 자살사건의 의문점을 풀어가는 과정속에서 진행이 된다.

끊임없이 여성작가를 통해서 구현되는 여성공동체 사회, 즉 모계사회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기에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뒷부분으로 갈수록 소설의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더위탓인지, 몽롱한 나의 상태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소설의 전반적인 짜임새를 무너뜨리지만, 저자가 말하는 형식을 배제한 그들만의 사랑법, 순수한 원초적 감성의 교류, 자족적인 당당한 삶등은 내게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들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한 소설의 제목 <A>는 천사, 아마조네스,간통 등.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만, 그다지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저자도 소설속에서 굳이 규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았을 뿐. 그러나, 나 또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그 의미를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올 여름 엄청난 더위속에서 상당히 빠른 호흡으로 쉽게 읽혔던 책으로 기억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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