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통해 보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의 세계에 빠져들다

키스를 부르는 그림 ㅣ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키스를 부르는 입술, 도 아니고 키스를 부르는 그림, 이란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것도 키스를 부르는, 키스와 관련이 있는 그림들을 풀이해 놓은 책이다.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자극적이면서도 에로틱하다 보니 책을 읽기 위하여 이동중에도 겉표지를 자꾸만 감추게 된다.

표지에 선명하게 그려진 입술모양의 그림은 다양한 키스와 관련된 그림들을 퍼즐처럼 모아놓은 것,

언젠가 광고에서 인기를 끌었던 키스를 부르는 립스틱도 기억으로부터 절로 불려와진다.

키스.

감수성 풍부하던 꿈많은 여고시절에 일기장 한 켠에 깨알처럼 적어 놓았던 글귀가 있었다.

이마에 하는 키스는 우정의 키스, 눈 위에 하는 키스는 연민의 키스, 입술 위에 하는 키스는 사랑의 키스, 목에 하는 키스는 욕망의 키스, 볼에 하는 키스는 인사의 키스, 손등에 하는 키스는 존경의 키스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말들이다.

아직 순수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나는 키스, 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남몰래 적어놓고는 위에서 표현한 대로 그 부위에 해당하는 입맞춤은 과연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일까..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다.

훗날 성인이 되어서 키스의 세상을 조금 알게 된 이후에는 !  위에서 말하는 것 외에도 어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키스의 분위기는 혹은 키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서양미술의 세계에서 그림으로, 판화로 혹은 조각으로 말해주는 키스의 표정은 다채로운 로맨스와 그 안에 담긴 에로스 그리고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의 감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뭉크의 '키스'는 고독한 인간의 사랑을 말해주고 있으며,

브랑쿠시의 조각 '키스'는 평화와 완전한 합일을 보여주고 있으며,

샤갈의 여러 그림들에서 표현되는 키스와 연인들의 모습은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는 즐거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키스의 쾌락에 주목한 로트레크는 특이하게도 술집과 매음굴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었다고 한다.

메리 카사트는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따뜻한 키스를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있으며, 유혹, 불안, 공포, 질투, 망설임, 기쁨, 설렘, 죽음, 등 다양한 포즈의 그림들은 '키스'라는 매개체로 묶여져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저 유명한 클림트의 황금빛 '키스'와 그의 영향을 받은 에곤 실레의 '추기경과 수녀'는 두 그림을 비교해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총 23인의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23인의 예술혼들은 그들만의 향기와 특색을 내뿜으며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인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비록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저자의 친절한 안내는 충분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며, 읽는 동안 사랑이라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제목 자체에서 오는 키스의 유혹을 독자들은 거절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