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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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여름,  오랜 시간 별렀던 미황사행을 드디어 단행했다.

2박 3일의 휴가를 동생네 가족과 함께 했는데,,일정을 짜던 중 우리가 묵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미황사가 위치한 것을 발견하고는 이내 일정을 조정하여 미황사를 방문했던 것이다.

작은 잡지에 소개된 땅끝마을에 위치한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른 채 대웅보전이 자리한 미황사의 모습은 오랜 동안 내 마음속에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 주차장에 도착해 발을 딛는 순간부터 느낌이 좋았다. 정갈한 주차장의 블럭 사이로 선명한 초록빛을 띠던 잔디까지도 정성스런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다.

뭐랄까. 기존에 산 속 절에서 느꼈었던 고적함, 사람과의 괴리감 등은 왠지 미황사에서는 느껴지지가 않고, 경내에 들어선 순간, 아늑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졌었다.

초파일을 제외하고는 손님처럼 방문한 절에서 음식권유를 받아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처음 방문했던 미황사에서, 그것도 날도 뜨거운 여름날에 공양전 부근을 어슬렁거리던 나에게 선뜻 국수 한 그릇 자시고 가시라는 보살님의 권유가 지금도 가슴속에 선연히 박혀있다.

일행이 많다는 조심스런 내 말에도 환한 미소로 괜찮다며 손짓으로 안내를 해주시던 미황사 보살님.

비록, 낯을 가리는 가족들 땜에 국수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 가졌던 즐겁고도 감사한 마음은 지금도 또렷하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에 등장하는 절이 미황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지난 날의 추억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책을 나는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왜 미황사가 주는 느낌이 여타의 절들과는 다르게 다가왔는지, 그때 그 보살님의 국수 권유가 남다르게 느껴졌는지 알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절은 인간세상과 구분된 채, 성역의 세상으로 간주되어(혹은 소외되어) 스님들의 개인적 수도공간으로만 자리매김되었다.(이 책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절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신도가 아닌 관광객들에 의해 물적 토대를 이루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책에서는 미황사가(곧 종교가) 주지 스님인 금강 스님의 주도아래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동기에 의해, 절과 사람사는 마을이 서로 어우러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안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황사가 사람세상과 함께 하는 일은 참 많다.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선수행 프로그램'참사람의 향기', 괘불재와 산사 음악회, 해맞이.해넘이, 어르신 노래자랑 등.

이런 행사들을 유치하기까지 주지스님으로서의 고민과 과정을 여과없이 기록해놓고 있고, 비록 활자로만 접해도 충분히 자리를 같이 한 듯 마음이 절로 즐거워지고 따뜻해져온다.

특히, 서정초등학교 바로세우기는 마음을 모아서 이루고자 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참으로 감동적이면서도 모범적인 실례라고 할 수가 있겠다.

남쪽 끝 작은 절에 불과했던 미황사는 조선시대 서산대사로부터의 인연이 깊은데, 이제 삼대 주지스님을 거치면서 위치나 지명도, 사세, 인력, 자원 등 명실공히 산중 사찰의 현대적인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원래 미황사는 본절에서 30여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부도전이 유명하고,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조각이나 부도탑의 장식 조각이 더 알려진 절이라고 알고 있다.

전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널리 알려지게 된 미황사의 문화재들은 실제로 가서 보면 신기하면서도 놀랍고 그 자리에서 지난 역사의 숨결을 능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금강 스님도 문화재들이 세월의 비바람에 점점 스러져가는 것이 아쉬워 탁본을 통해 재생하고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제 미황사의 아름다움이 눈으로 확인되는 역사적 문화재들 뿐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서 미황사가 구현하는 진정한 화엄의 세계, 즉, 하나속에 여럿이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있으며, 온전한 하나를 꿈꾸는 그물코 사랑의 세상이 바로 미황사의 또 다른 아름다움임을 알았다.

올 여름에는 늘 계획으로만 그쳤던 템플스테이를 남쪽 끝, 아름다운 절에서 꼭 해야겠다.
정갈한 마음으로 새벽예불을 드리고 부도전까지의 산책길에 나서면,  내 앞에도 화엄의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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