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귀에 익은 고유명사.
미술이라는 분야에는 문외한인 내 귀에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으니,,실로 그의 업적이 대단하지 않겠는가...하는 마음에 손에 들게 된 책이다.
가로열고 굳이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이라는 설명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도 한 이유다.
흔히, 평전이나 자서전은 그 나름 고유의 깊은 읽는 맛이 있다. 뿐인가..책으로 낼 정도로 그들의 삶의 여정이 주는 감동의 울림, 또한 커서 과연 인생의 본으로 삼을 만한 것이 거의 대다수였기에
낯선 분야의 낯선 이국의 여자의 삶이 내게 줄 감동을 기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내 욕심이 컸던 것인가..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기에 내게는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미 미술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하고 밝혔지만, 이 책에 거론되는 20세기 미술사에 획을 긋는 거장들의 이름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는 인물들이 대다수여서 그저 글자들의 나열로만 읽히는 고통이 뒤따랐다.
물론, 각주식으로 설명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페기의 문체탓인지, 번역으로 인한 문제인지, 아니면 나의 문화적 소양탓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분명 흥미롭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책표지의 띠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페기 구겐하임이 난해한 현대미술에 어떻게 '중독'되었으며 작가가 아님에도 어찌하여 20세기 미술사에 기록될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는지 가감없이 전해 준다.-
띠지에 책에 대한 설명이 이와 같이 요약되었기에 그러려니 하지만, 막상 책을 접해본 나는 가감없이 전해준다, 는 표현에도 동의를 하지 못하겠다. 
 
2009년이 페기 구겐하임 서거 30주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페기는 미국에서 유태인계 대부호의 집에서 태어나 매우 호화롭게 성장하나, 가족사 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아버지 벤저민이 타이타닉호 침몰로 인해 사망한 후, 거액을 상속받은 후, 파리로 건너가 예술가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게 되며 특히 마르셀 뒤상에게 현대미술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이후 런던에서 구겐하임 죈, 이라는 화랑을 열어 본격적으로 예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하였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중 유럽의 미술품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였다. 또한, 여러 예술가들의 미국행을 도우기도 하고, 경제적인 후원을 통해 예술가들을 집중 육성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들과는 깊은 우정이나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기기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에 있는 그녀의 삼촌이 건립한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과
그녀가 생의 후반부에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대운하 근방에 있는 대저택이 바로 현재의 구겐하임 미술관인 것이다. 
그녀가 발굴한 사람으로는 너무도 유명한 잭슨 폴록이 그나마 귀에 익숙한 예술가였으니 그의 위상이 미술계에서는 얼마만한 것인지 짐작할 만 하다.
후대의 사람들은 예술품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높이 칭송하고, 안목 또한 대단하다고 하나, 좁은 내 소견으로는 그녀에게 주어진 그 많은 예술품들을 향유할 수 있는 재력이 부럽기만 하다.
예술가의 조각품으로 침대헤드를 삼고, 또 다른 예술가의 솜씨로 귀걸이를 하고,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그녀 삶의 모든 것이었던 그녀의 인생은 정녕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세세한 설명 없이, 자신의 평생을 조망하며 한줄, 한줄 시대순으로 요악하여 나열하다 보니, 페기가 느꼈을 그 때, 그 순간의 감성이나 느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것이 독자로서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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