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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클래식과 추리와의 만남이 요즘 추리소설계에서는 새롭게 부각되는 인기있는 소재인가 보다.
얼마 전에 국내 작가 이은의 <수상한 미술관> 또한 클래식 그림과 추리와의 조화가 멋드러진 추리소설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클래식음악이 그 전면에 드러나 있다.
예로부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악마'와의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흔히 취급되어졌다고 한다.
물론, 그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클래식이라면 우선 고개 먼저 돌릴 사람들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가 참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저자 이름도 '조셉 젤리네크'라는 18세기 음악가에서 차용한 이름인데, 이 음악가는 빈에서 벌어진 유명한 음악경연대호에서 누구나 알만한 바로 베토벤에게 참패한 그러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그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는 저자도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기도 하고, 광범위한 음악 지식을 활용하여 집필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미 <10번 교향곡>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책도 발간했다고 한다.
클래식음악연주자들은 음악인생에 깊이 더 깊이 빠져들수록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악기를 갖기를 소원한다고 한다. 그 악기가 바로 자기자신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아는 지인의 딸도 현재 서울예고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있는데, 예원여중시절 사사받던 스승의 활을 대회에 참가차 잠시 빌렸다가 부주의로 부러뜨리게 되었는데, 스승에게 사죄하고도 1억원에 달하는 그 활을 칠천만원에 사게 되었다고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전해주던 일화가 생각난다.
일반인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사실이 그렇다. 액수의 문제와는 별개로 활 하나에 그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그 세계에서는 흔히 통용되는 일 일뿐이었으니.
표지에 등장하는 '악마의 바이올린'은 19세기 초 파가니니라는 음악가가 소유한 바이올린 중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바이올린 중의 하나로서 그 바이올린 하나에 전설적인 이야기가 숨어내려오기에 더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회자되는 바이올린이다.
파가니니의 연주실력이 인간의 솜씨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실력이어서 악마와의 거래로 얻은 것이라는 말이 그 당시에 회자되었었는데, 종래에는 기정사실화될 정도였다고 한다. 거기에는 파가니니의 기이한 외모도 한몫을 했으리라는 추측이 더해진다.
이 소설은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스트인 아네 라라사발의 협연 콘서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아내의 영향으로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아들과 콘서트장을 찾았던 페르도모 경위는 본의아니게 이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되고, 이후 전개되는 과정은 아네의 바이올린이 바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이었으며, 이 바이올린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누구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악마의 저주를 알게 된다.
살인현장에서 발견한 악보가 단서가 되어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기나긴 클래식여행을 우리는 같이 하게 되는데, 그 여행은 비록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클래식 분야 외에도 범인을 검거하는 방식에 영매, 조향사도 등장하게 되는데 그들의 직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상당히 흥미롭다.
추리소설을 그다지 열광하지는 않지만, 간혹 만나는 추리소설은 무료한 일상에 상큼한 활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임에도 읽는 동안 지적인 만족감까지 주는 <악마의 바이올린> 또한, 한동안 무료한 일상에 한점 무늬로 수놓아질 거 같다. 회색빛으로 칙칙한 이 겨울의 날들에 한번 읽어보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