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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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내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에는 유난히도 벌들이 많았다.

햇살이 따뜻하게 부서지는 봄날이면 허공 위로 윙윙~ 날아다니는 벌의 날개짓 소리가 익숙해서 정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노오란 호박꽃에 들어 있는 벌 또한 얼마나 자주 봤었는지..

아마도 생각해보면 우리집으로부터 몇 개의 골목을 지나 뒷산 바로 밑에 자리를 잡은 소꿉동무의 집이 양봉을 해서 더 많았을 지도 모른다.

가벼운 심부름을 하기 위해 친구집의 대문 가까이라도 갈라치면 요란스러워지는 벌들의 날개짓소리.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벌들이 눈치채고 소리는 내는 것이었다.

처음에야 공포스러워서 대문밖에서 머뭇거리면 친구의 가족 중 누군가가 나와줘서 내 볼일을 마치곤 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문안으로 살며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게 되었고 마당 한 켠에 놓인 벌통 몇 개를 볼 수 있었다. 벌들의 움직임을 신기한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던 어린 나의 모습이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는 제목에서도 이미 충분히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생물학자로 이름난 최재천님이 감수했다는 부연설명에 기꺼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책 속 가득 접사사진과 함께 상세히 설명되어지는 꿀벌 군락의 세계는 과연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 꿀벌 군락은 시공간의 물질과 에너지를 경영하는 자연의 가장 놀라운 신비다-

첫장에 기록된 벌춤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뷔르츠부르크 꿀벌 연구팀의 멘토인 마틴 린다우어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설명은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다.

여름날 수업중간에 창문을 통해 들어온 벌 때문에 소란해졌던 기억, 꿀벌통 입구에서 여러 꿀벌들이 한 꿀벌에게 집중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던 꿀벌이었는데 용케도 공격당하는 꿀벌이 자기네 꿀벌이 아니라고 했던 친구의 말, 주변에 여러 종류의 꽃들이 만개해 있었건만 유독 한가지 꽃에만 꿀벌들이 날아들었던 기억, 한마리의 꿀벌에 여러 꿀벌들이 뭉쳐있었던 기억 등...이런 기억들은 책을 읽는 동안 깊은 물속에서 수면위로 떠오르듯 내 깊은 무의식속에서 그렇게 표면위로 떠올랐다. 무심코 지나쳤던 벌들의 그런 행동이나 모습들이 다 과학적이면서도 놀라운 꿀벌들의 생태원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하나 하나 꿀벌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경이롭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지극히 전문적인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이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쁨에 지루한 줄도 모르고 읽었다.

 

저자는 꿀벌 초개체가 그냥 척추동물도 아닌 우리와 같은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규명해주는 꿀벌의  낮은 번식률, 젖과 로얄젤리의 유사성, 그리고 벌집이라는 '사회적 자궁', 일정한 체온 유지(우리 인간과 비슷하다), 그리고 꿀벌들의 집단지성등이 과연 그럴 법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는 꿀벌의 상세한 생활모습, 짝짓기, 식생활, 유전자와 벌집의 구조와 만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기능에 이르기까지 꿀벌의 모든 것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꿀벌에 대해서 많은 것을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꿀벌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데 환경 형성자로서 어느 정도 중요한지는 꼭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다음은 꿀벌이 우리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 내용이다.

-꿀벌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공헌을 하는지는 점차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꿀벌이 목초지의 식물다양성을 만들어내기에 꿀벌이 있음으로 우리가 먹는 쇠고기의 질이 향상된다고 한다.

-온대 기후 지역에 꿀벌이 없으면 날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대 농업에서 꿀버로가 인간은 서로 상호의족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꿀벌의 건강 상태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상태의 지표로 기능한다.

-꿀벌은 생의학 기초 연구에 중요한 단초를 많이 제공한다. 꿀벌의 타고난 면역 체계는 생의학적 기본 질문을 연구하는 데 탁월한 도움이 되며, 인간을 위해서도 중요한 인식을 제공한다.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600만 개나 되던 미국의 벌통이 2005년에는 240만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며 그 곤충의 임무의 80%를 꿀벌이 담당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아인슈타인의 말은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구의 생태와 경제를 위해 지구상에 꿀벌이 건강하게 존속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양봉의 실제와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꿀벌에 대한 다방면의 기초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리학적, 분자생물학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미지의 꿀벌의 세계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야 할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저자는 꿀벌을 돕는 일이 우릴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변의 꿀벌들이 요즘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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