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파리를 주제로 해서 쓰여진 여행기는 너무도 많다.

단순한 여행기에서부터 영화속 장소, 음식, 박물관 등 특정 주제와 여행을 믹스하여 풀어낸 다양한 파리에 관한 이야기들.

너무도 많은 문화영역에서 거론되는 파리라는 도시는 우리나라 구석진 곳의 어느 마을보다도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유독 여름이면 휴가와 맞물려서 다양하게 독자를 유혹하는 여행기들이 많이 출판되곤 한다.

이번 여름에는 구성작가에서 과감히 가이드로서의 새로운 삶을 선택한 양나연님의 <빠담 빠담, 파리>를 만나보도록 하자.

저자는 29살에 처음 한 해외여행에서 가이드, 라는 직업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충격은 잘 나가던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훌쩍 떠나 "여행가이드"라는 새 직업의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행가이드, 하니 나에게도 신선함과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람이 있었다.

나 또한 30살에 처음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때 뉴질랜드 현지가이드인 나보다 한 서넛 위로 보이던 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짧은 커트머리에 보이쉬한 매력을 풍겼던 그 언니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하고 우연히 여행차 뉴질랜드를 방문했다가 그 자리에서 눌러앉아 가이드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라도 놓칠새라 우리 일행에게 열정적으로 안내해주던 언니의 모습과 잠자리에 들기 전 묵주를 손에 쥔 채 기도를 하던 언니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었다.

<빠담 빠담, 파리>를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그 언니가 연상되었고, 그 때 그 언니에게서 느껴졌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과  철학이 뚜렷히 되살아났다. 내내  저자의 늦었지만 떠날 수 있었던 그  용기에 동감하며 부러운 마음 또한 감출 수가 없었다.

적지도 않은 나이에(우리나라 사회기준으로 볼 때), 안정적인 수입과 위치가 보장되는 직장을 그야말로 때려치우고,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일에 초짜로 뛰어든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한 삶에 대한 열정과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것.

마음 안에 늘 불만과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꿈틀거리면서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위를 하며 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보면 과연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자신의 용기없음을 탓하지 못한 채 그저 외면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달래버린다.

불어는 그만두드래도, 영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프랑스에서의 가이드삶을 용감히 선택한 그녀.

그녀는 먼저 남미의 페루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재확인한다. 그 작업은 훗날 멋진 인연의 고리가 되어준다.

맨땅에 헤딩하듯, 그렇게 뛰어든 가이드로서의 삶은 이미 뛰어난 선배들앞에서 초라한 모습이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서 열심히 새로운 직업에 적응해가는 그녀의 모습은 참 감탄스럽다. 그녀가 개그작가로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이유로 알 수 있을 거 같다.

책의 중심스토리는 저자가 가이드로서의 삶을 살아낸 1년간의 프랑스생활이 대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서 가이드의 일상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언뜻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자유롭고 화려한 직업으로만 느껴졌던 그들의 생활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차후 여행에서 가이드를 만난다면 더 깊은 이해의 시선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는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및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안내하기 위하여 시내교통망, 입장권사용방법, 화장실 위치 파악 등 가이드로서 기본적인 갖춰야 할 사항을 초보가이드가 어떻게 배워나가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가이드라는 직업의 철학에 고민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여행기로 읽기보다는 앞으로 여행가이드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본다면 참 좋을 거 같다.

여행지에 대한 팁도 일부분 적어놓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가이드 입장에서 풀어놓은 파리와 자신의 삶을 너무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열정은 읽는 사람에게도 전염되기에 충분한 묘한 열기를 품고 있기는 하다.

그녀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 했지만, 이미 그 나이를 지나온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부러워만 하기에는 지금도 나의 시간은 흐르고 있음이니...내 상황에서 최선으로 끌어낼 수 있는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찾아보리라, 다짐해본다. 아쉬움과 후회로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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