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에서 눈동자로 짐작되는 것의 붉기가, 제목글자의 붉은 색이 마치 흐르는 피를 연상시키는 듯한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베일.

베일을 걷어낸  저 너머 우리가 결코 바라보아서는 안 될 그것, 은 과연 무엇일까?

전혀 짐작이 안 되는 책 한권을 마주하는 기분이 참 그렇다. 저자나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을 대충 유추해보곤 하던 기존의 책읽기에서 한참은 동떨어진 느낌이 마치 베일로 감싸여진 신비한 셰계처럼 다가온다.

오츠이치라는 작가는 내게는 매우 생소하지만, 책날개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이 시대 최고의 천재작가로 추앙받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열광팬들이 있다 하니 이 분야에서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여름이면 다양한 귀신놀이나 괴기물이 판을 친다. 영의 세계라는 소재는 드라마나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게 되는 콘텐츠인 것이다.

<베일>에 실린  첫번째 단편인 <천제요호>는 그동안 이 분야의 책을 몇 권 접하진 않았지만, 기존의 습득한 정보속에서도 결코 찾을 수 없는 아주 새로운 괴기이야기이다.

요즘도 중고등학생들은 그런 놀이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십년도 더 되는 우리때에는 쉬는 시간이면 귀신놀이을 했었다. 이른바 불특정 혼을 부르는 놀이,라고나 할까?
하얀 종이위에 샤프를 올려놓고 마음을 모아서 귀신을 부르면 그 혼이 샤프에 실려서(샤프가 갑자기 요동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알려옴)우리의 질문에 대답하는 놀이, 말이다.

<천제요호>의 첫 장면은 바로 그런  놀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샤프펜슬대신 동전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몸이 약한 야기는 코쿠리상(초혼술의 일종-영혼을 불러 질문하고 대답을 얻는 형식)놀이을 통해 사나에라는 사악한 여자영혼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나에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계약을 하게 되고, 이 약속은 야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비록 영원한 생명을 얻었지만, 사나에에게 인간의 육신을 조금씩 빼앗기며 점점 동물이 되어가는 야기,

그는 가족과 친구와 살던 마을을 떠나서 고독하고 외로운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되고, 어느날 길에 쓰러진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쿄코를 만나게 된다.

야기와 쿄코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내용이 번갈아가며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쿄코의 친절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잠시 영위하지만, 이내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철저히 동물로서의 본성을 자각하게 되는 야기, 그러나 야기는 쿄코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본인이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그녀곁을,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괴기이야기로 읽혀졌으나, 차츰 야기의 모습은 끝없는 욕망덩어리인 인간의 어떤 유형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터무니없이 개인의 추악한 욕망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바로 이성이 있는 인간이 아닌 동물로서의 삶이라고, 그리고 그러한 삶은 지극히 고독하고 쓸쓸하며 아무 의미없는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두번째 단편인 < A MASKED BALL>는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이뤄지는 기묘한 낙서를 중심으로 그 내용이 펼쳐진다.

우에무라는 교칙위반인 담배를 피우기 위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검도장 뒤에 있는 남자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 그리고 타일벽의 낙서를 통해 이 화징실을 이용하는 자들이 자기 외에도 정자체, K.E, 2C, V3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들 다섯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낙서를 통해서 학내의 사건과 자신의 문제를 풀어놓는다.

그러던 중, 정자체의 낙서에서 학교안의 '악'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을 때마다 음료수자판기사건, 자동차사건, 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에무라는 정자체의 낙서에서 2학년 여학생 미야시타를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학교 안의 비밀스러운 사건을 만드는 정체모를 괴한을 유인하고자 꾀를 내는 우에무라. 그러나, 우에무라 일행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정자체가 노린 것은 우에무라였던 것이다. 과연 정자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츠이츠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나, 평이한 전개속에서도 시종일관 책에서 시선을 못 떼게 하는 힘이 있었다. 한권을 언제 읽었나 싶을 정도로 쉽게 읽혀졌다. 그러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가볍지 않은 주제까지 담아내는 오츠이츠의 소설은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