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마치 동구밖에서 헤어지던 친구가 손나팔 만들어 멀어지던 내게 건네주는 말 같다.

먼저 책날개에 나와 있는 김수미님의 소개글을 훑다가 어라,,<김수미의 전라도 음식이야기>라는 제목에 시선이 간다. 

내게 김수미의 글은 이 책이 처음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음식얘기를 풀어놓은 요리책으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던 것이다. 그녀의 책은 지금도 부엌 찬장에서 요리할 때마다 딱 마춤한 훈수를 두는 요긴한 요리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반적으로 솔직대담한 글쓰기를 주무기로 하여 그녀의 일상을 담아낸 이 책은 쉬이 읽힌다는 장점이 앞선다. 한때는 문학가를 꿈꾸었을 만큼 예기가 넘쳐나, 그녀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매끄럽고 맛깔스러웠다. 이번의 출판이 여덟번째라는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시선으로 새로히 태어나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일상속의 소박한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녀도 말했다시피 때때로 너무 적나라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은 민망스럽기 일쑤지만, 날 것 그대로의 글이 주는 감동 또한 매우 색다르다.

이 책에 소개되는 그녀의 친구들은 참 다양하다. 속된 말로 가려 사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을 친구로, 후배로, 두고 있는 그녀지만, 그녀와 정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위로하며 그야말로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도(목욕탕 미스리처럼)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니다. 그녀가 사람을 가려 사귀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 되었다. 그녀는 사람을 가려 사귄다. 한마디로 필이 팍 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만이 진정 그녀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와 나도 만난다면 서로에게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도 그렇고, 순간 필 받으면 무작정 있던 계획을 변경하고 떠나는 것, 서로 맘만 맞으면 오래 사귄 지기처럼 금새 친해지는 것. 그외에도 입맛이나, 취향부분에서 동향이라서 점이 작용해서인지 많이 비슷하다. 아, 제일 비슷한 거 외강내유라는 사실...여자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그다지 좋은 면은 아닌 거 같다. 여자란 그저 외유내강이어야 손해를 안 본다. 뿐인가 . 이성에게도 어필하는 것은 외유내강이지, 그녀나 나같은 외강내유는 좀 무서워한다. 그래도 우리는 매력이 충분하기에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많다. 주는 사랑도 많기에 외로움도 깊은 점, 그것도 닮았다.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나에게도 늘 넘치는 것, 그녀처럼 순수하고 싶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도, 내게 주변에서 늘 해주던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녀와 내가 다른 한가지,,,그녀는 참 재주가 많다. 것두 아주 뛰어나게 ...

군산은 나에게 있어 제2의 고향같은 도시다. 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그녀가 쏟아내는 말들이나 행동양식들이 참 익숙하고 정겹다. 하물며 그녀가 내뱉는 욕지기들까지도 정넘치는 단어로 다가오는 느낌...우리는 안다..그 말이 주는 끈끈하고 정깊은 농도를... 동네 어느 골목을 지나가다가 불쑥 만날 거 같은, 언니, 저 힘들어요, 하면 저 멀리서 기꺼이 달려와 줄 것만 같은 정겨움이 그녀에게는 넘쳐난다.

박대, 풀치 같은 군산사람이면 누구나 그리움과 애정을 갖을 수 밖에 없는 음식용어들 또한 이 책이 맛나게 한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왠지 믿음이 간다.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고 싶어지는 마음...죽어서 꽃이 되고 싶다는 아름답고 천상 여자이고 당당하고 정많고 진솔한 그녀에게 보내는 지지의 박수와 함께 나팔꽃 한다발 안겨주고 싶어진다.

그 마음은 그녀의 글솜씨로 그려진 유모 장관까지도 믿어보고 싶게 하는 힘을 지녔다..이것이야말로 참, 놀라운 솜씨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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