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개정판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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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뭐랄까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이다 마침내 햇살 한줌 발견해내곤 나의 가야할 길을 찾아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숲의 밖에서 막연히 나무들에게 갖고 있던 나의 인식, 예를 들면 평화로워 보인다는 생각, 숲속에 있으면 아늑하다는 생각들이  얼마나 좁은 시야안에서의 느낌과 해석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네 삶의 각박함과 치열함이 멀리 시선을 두어 식물들에게서 평화와 안식을 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밖에서 보던 거와는 달리 식물 또한 동물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치열하고 첨예하게 그들만의 생을 살아오고 앞으로의 생도 격렬한 투쟁속에서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 한권의 책을 통해서 알았다.

 

신갈나무 투쟁기는 10년 전에 출판되었을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신갈나무의 투쟁적 삶은 독자들에게 나무와 자연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되어 주었다. 그동안 자연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수준은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신갈나무 자체에 대한 해석과 숲 생태계와의 유기적 관계를 더 확실하게 조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갈나무 투쟁기>의 부제목은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이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수목을 꼽아보라고 하면, 우리의 대부분은 금새 소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소나무는 이 땅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나무이기도 하지만, 소나무의 위용과 그 자태, 향기, 여러가지 유용한 쓰임새는 나무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야 어느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깝고도 친근한 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산에서 언젠가부터 점점 사라져가는 소나무를(물론, 이유 또한 이 채겡 나와 있다)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숲의 주인으로서의 신갈나무의 전 생을 조명하고 있다.

신갈나무 투쟁기에는 신갈나무의 도토리 시절부터 숲의 진짜 주인이 되는 어른나무까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인 신갈나무에 관련된 내용 뿐 만 아니라, 그의 사촌들인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등의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과 신갈나무의 영원한 적수인 소나무,  그리고 그 주변 식구들, 나무에 기생하는 지의식물등...목본식물과 초본식물에 이르기까지 각종 주조연급의 식물들이 총출연하는 가히 식물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반의인화한 신갈나무의 입장에서 봄,여름,가을,겨울에 각각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대한 성장일대기를 100년에 걸쳐서 그려내고 있는데, 우리네 인생사에서 깨닫게 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나무의 생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지은이부부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 장에 담긴 식물의 사계와 일생은 생명의 드라마를 더욱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 마치 삼림욕이라도 하고 난 듯 독서후 느낌이 상쾌하다.

 

철저하게 나무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신갈나무의 일생을 보면서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작은 도토리가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우기까지의 지난한 인내의 고통, 잎을 만들어내는 정성, 줄기를 키우고, 뿌리를 깊이 내리고, 꽃을 피우고, 마지막으로 열매를 만들어 내기까지 단 한순간도 그저 순순히 되는 법이 없는 나무들의 치열한 삶을 보면서 막연히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정신적인 위무를 갈구했던 나의 자세를 돌아본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동안 나무로부터 피상적인 위안을 구했던 자세에서 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지구라는 별에서 같이 동행하는 생물로서의 구체적인 위안을 구하는 친구의 자세를 가져본다. 지금 내 사무실 창 밖 나무들의 손짓들이 다른 날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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