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발레리 위펜 지음, 유숙렬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현재 나는 우울증에 걸려 있지는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 또한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선택했냐고요?

그것은 역자가 페미니스트 저널인 '이프'으 편집위원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심심치 않게 내 방문을 노크하는 직장동료들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날이 갈수록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다변하는 사회이며, 구성원간의 개인주의가 점차 심화되어가는 사회이기도 하다. 물질만능주의가 횡행하는 흐름속에서 휴머니즘의 가치는 점점 타자화되어 가고 있다.

신문지상에는 젊은 목숨들이 자살을 하는 뉴스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자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들어 유독 더 주목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우울증'이라는 병이다.

이 병을 현대에 이르러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과 맞물리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부우울증, 이라는 병명은 있어도 남편우울증이라는 병명은 없듯이, 빈부의 차이나 학식의 유무와도 별개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배나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에 주목한 저자는 수년간 우울증 여성들을 치료했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과 교수로 20년 넘게 우울증을 연구해왔다. 대부분의 우울증 책은 '여성 우울증'만을 따로 구별하지 않아서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기 때문에 특별히 여성우울증, 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인가, 호르몬 때문인가, 아니면 사회적 환경 때문인가, 등..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자는 우울증의 근본 원인이 인간관계라고 단언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치료했던 네 명의 환자인 세 여성, 즉 리사, 앤, 트레이시를 경우를 통해 여성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우울증으로 변화 발전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어떤 치유과정을 통해서 그녀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는가,에 대한 다양한 임상치료방법을 담아놓고 있다.

우울증의 뿌리를 캐내가다 보면, 환자 자신이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을 '블라인드 스팟'이라고 한다. 바로 이것이 인간관계를 푸는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총 10장으로 구분되어 여성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발생될 수 있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나에게 묻는다'라는 질문을 배치하여 현재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가, 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해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우울증이라는 사나운 검은개에 목덜미를 물리는 순간을 누구나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의 문제인데, 어린 시절에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성장한 사람일수록 그 시기를 이겨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한, 블라인드 스팟이 되는 어린시절을 비록 경험했을지라도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울증에는 항우울제 복용, 개별 치료, 인지 행동 치료, 과정 경험 치료, 행동주의 부부 치료, 정서 중심 부부 치료, 부부 상담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이 치료법은 모두 다 효과가 있지만,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치료법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치료법을 사용하든, 먼저 환자 자신이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금연이나  5Kg체중감량의 지난함에 빗대어 우울증 치료의 길은 그보다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원인을 파악하게 되면 그 치료의 방법 또한 절로 알게 된다. 지금 우울증환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을 당장 실천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가까이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으로서 꼭 권해주고 싶은 필독서이다.

 

덧붙여, 책의 주제와는 별개지만 옮긴이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완경, 비혼 등,페미니스트들이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있어 개인적으로 참 반갑고 즐거운 책읽기였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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