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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이봉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4월
평점 :
흑백사진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풍겨주는 독특한 섬속의 암자여행 에세이..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삼면이 바다이고 그러다보니 섬 또한 곳곳에 바다를 수놓듯이 점점히 떠 있다. 바다가 있기에 섬이 있고, 섬이 있어 그리움이 있다지만,,,
이 한권의 에세이로 그 섬 안에 역사와 함께 해온 암자가 있는 줄 이제서야 알았다.
그 동안 적지 않은 곳의 섬을 여행했건만 단 한번도 암자를 찾아볼 생각을, 아니 암자가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이 무척 아쉽다.
암자란, 큰 절에 딸린 작은 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섬 안의 암자처럼 저 홀로 서 있는 암자는 도를 닦기 위하여 만든 자그마한 집, 또는 중이 임시(時)로 거처(居處)하며 도를 닦는 집, 으로 이해하면 맞을 거 같다.
저자와 섬을 최초로 연결시켜 준 것은 바로 이순신, 이라고 한다. 어느 해 남해안을 여행하다가 이순신을 발견하고 이내 그에 매료되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해전현장을 답사하기로 작정한 것이 섬여행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서해의 최북단 백령도로부터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까지 수많은 섬을 섭렵하는 동안 푹풍우로 인한 고생과 엄청난 파도앞에서의 지독한 배멀미의 고통까지도 그의 섬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저자는 경남 통영의 오곡도에 섬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기에 이르고 만다.
이 책은 2005년에 한달에 한번씩 암자나 절이 있는 섬을 다녀온 후 월간 '불광'에 기고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총 20개의 섬을 방랑하면서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암자와 또한 그 암자와 함께 해온 역사 속 인물들, 그리고 시골길에서 만나는 주름 가득한 초로의 순박한 사람들과 수행승들과의 인연을 담아낸 여행기는 각 단락마다 절로 피어나는 멋진 자작시로 갈무리하며 휘날레를 장식한다.
경남 통영의 연화도 보덕암에서부터 그 구도여행의 첫발을 시작한다.
이어지는 미륵도는 판사출신 스님이신 효봉대선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
얼마 전에 다녀온 사량도, 그곳에 토굴의 모습으로 옥련암이 있는 줄 알았다면..사다리와 줄에 의지해서 올라가본 옥녀봉의 전설을 여기에서 알게 되었다.
섬의 모양이 까마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오곡도는 불교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둥지를 튼 명상수련원이 있다. 거금도의 송광암은 고려때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순천 송광사, 여수 금오도의 송광암과 더불어 3송광 중의 하나다.송광암 월인스님의 법문은 저자의 마음을 따라 내게도 스며든다.'사물을 바라볼 때 욕망이 개입되지 않으면 움트는 나뭇잎 하나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보인다'.
여기까지의 여행길에 만나는 역사적 사실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다. 역사책으로 통해 단선적으로 접했던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를 새롭게 만나는 재미가 있다.
정약전선생이 <자산어보>를 서술한 유배지인 흑산도..그 곳의 광조암에서 108배를 올리는 저자. 사실은 곳곳에서 108배를 올리는 모습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비원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이것이 구도자의 간절한 손모음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남해도에는 금산보리암, 화방사, 망운암, 용문사 등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절과 암자가 있다. 이에 흔히들 '남해삼자'라고들 하는데, 여기에 '불자'를 포함하여 요즘에는 '남해사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욕지도 방파제에서의 하룻밤, 영험한 석불로 유명한 거제도의 신광사, 심청전의 배경이 되는 백령도,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는 강화도 전등사, 석모도 보문사, 등은 언제고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청산도의 구들장 깔린 논이라든가, 마라도의 자장면 집 얘기, 간월암에 얽힌 얘기, 보길도 예송리 조약돌해수욕장, 유일한 독도 주민인 김성도씨 얘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
부처님이 현현하는 섬 삽시도에서 멧돼지를 만난 생일도 학서암으로 마지막으로 이 여행기는 그 끝을 맺고 있다.
저자는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며, 그 여행길에서의 어떤 깨달음이 자신의 영혼을 살찌게 했다고 고백한다. 또한, 그림자를 벗삼아 철저히 홀로 자신과 마주 했던 여정은 어쩌면 구도의 길이었다고도 회고한다.
하나의 티끌 속, 길 가 꽃 한송이에서도 아름다운 우주를 보아내는 길 위에 선 저자의 고독한 발걸음이 사뭇 구도자의 그것과 닮아 있음을 알겠다.
마음에 꽂히는 시구가 있어 옮겨본다. 외딴 섬이 가슴에 다가온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가끔은 외딴 섬이 되어
혼자 있어 봐야 합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