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본요리
아이다 고지 지음, 이현경.김정은 옮김 / 지상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주부들이면 나누는 대화중에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바로, "요즘 너네집은 뭐 해 먹니? 왜 그렇게 해 먹을게 없는지..끼니마다 정말 머리아파 죽겠어" 주부들이여~~동감하시는가..

얼마 전에 이웃에 사는 친구가 놀러왔다가, 바로 위의 질문을 내게 던졌다.

옆에서 놀고 있던 아들아이(참고로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늘 부엌을 들락거린다), 불쑥 끼어들더니 왈, "요즘 우리는 엄마가 일본요리 해주세요. 저번에는 감자베이컨조림하고요, 스팸오믈렛을 해주셨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친구 눈이 동그래지더니, "무슨 일본요리야? "

참으로 민망한 순간이다..그게 아니고..어쩌고, 저쩌고...쏼라 쏼라..

상황설명을 들은 친구는 그래도 아들의 반응에 귀가 솔깃한 지 [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를 한 권 사야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앗싸~~

내 요리의 역사를 따라서 기억을 거슬러 가보면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가 닿는다.

실과시간에 배운 오이소박이가 쉬워 보이면서도 그럴싸하게 느껴졌던지 어린 마음에 저녁거리 준비하시는 엄마곁에서 처음으로 요리라는 것을 해봤다. 물론, 그 오이소박이는 상에 차려졌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 엄마와 내가 다 먹어치웠다..지금은 맛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ㅠㅠ

중1때부터 대도시로 유학을 온 나는 언니와 함께 한 자취생활이었지만, 요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대학시절에는 동생을 데리고 있으면서 고3도시락을 싸주는데, 그때부터 찬거리 걱정은 나를 쫓아다녔다. 얼마나 반찬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했으면 알약 1알로 한끼니가 해결되는 발명품을 과학자들이 만들어냈으면 하는 아주 간절한 소망을 품기도 했었다.

이렇게 오랜 주방경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요리 실력은 답보상태다. 어린 시절에는 그야말로 먹고 살자고 한 요리여서 그 요리의 즐거움을 몰랐고, 이제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지치다 보니 끼니 때우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과의 단란한 식탁은 언제나 실현가능한 나의 로망이었기에 요리에 대한 나의 관심과 도전은 계속되었었다.

개인적으로는 젓갈이나, 장아찌, 청국장, 된장찌개 같은 발효식품 위주의 쿰쿰한 우리 전통음식을 선호하나, 출신지가 다른 남편을 만나고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내 입맛만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엄마의 영향으로 김치나, 나물, 젓갈, 된장찌개 등을 아주 좋아하지만, 보기에 예쁘고 맛도 쌈빡한 요리를 어쩌다 만나면 그 환호성이라니.




[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가 다른 요리책과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박한 재료로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폼나는 요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자 마자 집에 있던 재료를 가지고 <GBS포테이토>와 <스팸오믈렛>을 만들어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둘 다 맛있는데, 그 중에서도 <GBS포테이토>가 최고란다. 감자요리를 잘 먹지 않던 입 무거운 남편까지도 , 음, 이것은 먹을 만하네, 하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것을 보니, 고짱의 블로그를 찾아가서 감사의 덧글 하나 남겨야 할려나 부다.

<스팸오믈렛>은 사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많이 해먹던 요리중의 하나다. 이 요리는 응용하기도 좋아서, 아이들 말에 의하면 '스팸'보다 엄마처럼 '김치를 쫑쫑 썰어서' 넣으면 그게 더 맛있다고 한다. 이처럼 고짱의 요리는 어디선가 본 듯한 요리인데, 훨씬 그 요리방법이 간단하며, 막상 요리한 후 그릇에 셋팅을 하고 나면 새로운 요리같은 그런 신기한 요리들이다.




작년에 일본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그들의 요리는 딱 필요한 양만큼, 딱 필요한 재료로만 사용해서 만든 모양새가 언뜻 엉성해 보였으나  의외로 그 뒷맛이 깔끔하고 여운이 남아서 관심이 갔었다. 일본의 요리는 먼저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각적인 면을 중요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고짱의 요리도 바로 그 부분에 초점을 두어 같은 요리라도 모양의 악센트를 주어 특징이 있기에 마치 다른 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편, 책 표지에 혼자 사는 총각도 일에 바쁜 처녀도 요리에 자신 없는 주부님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211가지 오리지널 일본요리, 라는 설명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겠으나, 오리지널 일본요리라는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특별히 오리지널 일본요리라는 점에서 이 책에 끌렸던 나로서는 한국의 부침개나 두부김치, 잡채, 그리고 기타 몇 가지 요리 등은 오리지널 일본요리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일본식으로 요리를 재해석했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될 거 같기는 하다.

211가지의 요리 중 이제 겨우 두 가지 요리만을 했으니 올 겨울방학 아이들 입맛을 달래줄 요리걱정은 저만치 치워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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