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4컷 철학교실
난부 야스히로 지음, 아이하라 코지 그림, 한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로 읽는 4컷 철학교실]의 원형은, ‘윤리’ 수업에 쓸 부교재로 제작한 소책자였다고 한다. 일본의 천재만화가인 아이하라 코지의 만가에 난부 야스히로의 글이 결합하여 철학의 세계를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용이하게 그려냈다고 한다. 아이하라 코지는 개그라는 것이 상식을 부수는 것에서 생기는 표현이어서, 개그만화가는 상식을 절대시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적인 태도로 이런저런 각도에서 보려고 하는 점이 바로 철학이 취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철학의 기조는 인생의 답을 찾아내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관점에서 풀어가고 있다.

4컷 만화에서 ‘히로시’와 ‘돼지씨’는 28화로 구성된 작품속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질문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히로시가 돼지씨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돼지씨가 히로시 나름의 대답을 ‘부정’하는 식의 두사람의 관계를 이어가는 책의 흐름은 소크라테스가 제자 플라톤을 필두로 한 아테네의 젊은이들에게 무지(無知)의 지(知)를 깨닫게 한 ‘문답법’과 상통한다. “삶의 의미란?” 이라는 근본 명제에 여러 각도에서 답을 내보려고 하는 히로시에게 돼지 씨는 즉시 적확한 반응을 보이며 그 모순을 깨닫게 한다. 그러한 만화의 전개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만나게 된다. 만화로 이루어진 교실장면이 끝나는 지점에 여러 철학자나 인용되었던 아티스트, 영화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되어 있고, 이어서 만화교실에 대한 철학적 풀이가 뒤따른다. 크기도 손안에 들어오게 작고, 중고등학교시절 “나는 왜 사는가?” 에 강력한 의문을 갖고 인생의 해답을 모색하려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유쾌하나 경박하지 않은 좋은 철학책이 되어줄 것 같다.

책 서문에서 부탁한대로 그야말로 마음 편하게 읽었다. 처음에는 뜨악했던 책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다 읽고 나니 생각보다 유익하고 마음에 남는 게 많다.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본 “빵 잘 먹을게”라는 돼지의 말이 너무 웃긴다며 계속해서 책을 욕심내는 딸아이의 나이가 이제 7세라고 볼 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의 제작 동기는 성공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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