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노벨과 교육의 나라
박두영 지음 / 북콘서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는 그 놀라운 대학 진학율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나라이다. 또한 같은 학문임에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한 나라이다.

아마도 국민의 무의식속에 사노공상의 이미지가 뿌리깊이 잠재되어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같은 학문을 하더라도 뒷짐지고 에헴하는 학문을 선호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펜대를 굴리는 직업만이 좋은 줄 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정책적인 문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공계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가도 예산 문제로 하루아침에 연구직에 있던 자들의 자리가 사라져버리는 시스템.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다른 분야에 진출한 자들이 누리는 것에 비해서 상대적인 박탈감 또한 이공계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변이다.

여기 우리나라와는 교육정책에 있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

바로 노벨과 아바와 바이킹으로 다가오는 나라, 스웨덴이다.

이 책 [노벨과 교육의 나라 스웨덴]은 저자가 한국과학재단 및 한국대사관 직원으로 스톡홀름에서 거주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모은 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과 감흥을 풀어놓은 책이다.

따라서 매우 자세하고 정확하며, 내용 또한 풍부해서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알고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언뜻 여행객의 시선이 아니라서 딱딱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저자의 글을 풀어놓는 솜씨는 담백해서 읽는 진도도 수월이 나간다. 중간중간 가슴가득 치솟는 부러움에 한숨을 내쉬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체 수입의 30%이상을 세금으로 걷어 구축한 사회복지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작 나의 부러움의 대상은 교육에 대한 부분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녀의 교육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날이 없다보니 스웨덴의 환상적인 교육제도는 그야말로 퍼펙트 그 자체로 다가온다. 대학교까지 무료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하무며 공책까지도 학교에서 지급이 된단다. 대학원과정은 학비 뿐 만 아니라 그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생활비까지 지급이 된다니..그 부러움이 지금 당장이라도 영어공부에 매진하여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고 싶을 정도이다.

특히, 내 눈을 끈 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학의 시스템인데, 입학하자마자 교양과목은 없이 곧장 전공으로 들어가는 것과, 학년단위로 언제든지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제도 등이다. 또한 학생 중심의 학과과정 운영을 한다는 내용을 보고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나라의 거의 교수 중심의 학과과정 운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지방대학의 교수는 대부분 그 삶의 근거지를 서울에 두고 있고, 따라서 수업시간표를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로만 채울려고 한다. 이에 부족한 강의실 문제나 하루 수업량 초과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스웨덴의 대학운영제도를 보면서 이렇게 운영할려면 정말 많은 수의 행정직원이 필요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분에 대한 언급도 친절하게 되어 있었다. 한 예를 들면,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웁살라 대학교는 2만 6,000여명의 학생과 6,000여명의 교직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사적인 얘기로 들어가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전체 학생수 8,000여명에 교직원은 약 800여명이다. 단순 비교해봐도 웁살라 대학에 비하면 우리대학의 현실은 서비스 행정을 하기에는 절대 부족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현재 전국의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스웨덴같이 교육비 무료는 언감생심 꿈꾸지 못한다 하더라도 1년에 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야하는 이 현실속에 그나마 서민의 교육평등화를 담보로 한 국립대학교마저 사립화하는 정부인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리고 국립대는 서울보다 그 외 지방에 많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현재 각고의 노력으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중이나 과연 서울집권형의 사회구조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립대의 고사는 결국 지방인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국가의 균형발전은 더 요원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자고로 백년지대계라고 하였건만 오래전 정권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부에서 주관하기는 커녕 학부모들의 개인 능력에 떠 넘긴지 오래다.

휴우...교육얘기가 나오니 말이 길어진다.. 이쯤하고..

 우리나라의 유명대학 교수가 스웨덴의 대학을 방문하고 난 후 언급한 아래의 내용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의 대학은 학생과 교수의 관계가 좀더 가깝고 권위주의가 없어져야 한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지도교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이 불문율이라는 것을..실용적인 학문을 중요시하는 스웨덴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풍경은 찾아 볼수가 없다. 오히려 세미나같은 곳에서 보여지는 스웨덴 학생들의 모습은 좀더 교수를 존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정도라고 말한다..그러나 바로 그런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발전적인 연구 결과물이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구 90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국가경쟁력 세계 4위의 강한 나라 스웨덴은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더불어 실용위주의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력이 오늘날의 스웨덴이 있게 한 원동력이다.

스웨덴도 1990년대 중반에 IMF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실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와 국민들 간의 커다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 시점에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이나, 오히려 바로 이 점이 현 상황을 더 절망스럽게 하는 거 같아 마음이 더 어두워진다.

이 책에서는 이 외에도 스웨덴의 역사와 문화, 그 이웃국가인 노르웨이, 핀란드와의 협력체제, 이민자들에 대한 문제까지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입양아에 대한 언급도 새로운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양아는 미국 외에 스웨덴으로 가장 많은 아이가 입양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친 사회복지 정책이 강한 근로의욕을 약화시켜 미래전망을 어둡게 한 면도 있으나, 전통적 산업에서 벗어나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풍력에너지, 태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분야에 대한 발전과 매년 증가일로에 있는 관광수입은 스웨덴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저자는 스웨덴의 실용적인, 검소한 느리지만 확고한 성격과 우리나라의 역동적이고 빠른 명석한 두뇌가 서로 어우러지면 훌륭한 시너지효과가 예측된다며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관계를 더 활발히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입안정책자나 교육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음 한다. 막연히 아는 것과 상세한 지표나 자료를 통해서 아는 것은 가슴에 와 닿는 그 절실함의 차이가 크다.

입신양명을 가문의 가장 큰 영광으로 삼고, 또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배워 온 우리들과, 인생의 의미를 성공보다는 자아실현과 자기만족에 더 치중하는 유럽인들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교육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 우리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하여 건배제의를 하며 이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다함께 스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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