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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미미와 리리의 철학모험, 이라...
듣기에 경쾌한 이름인 미미와 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철학에 대한 담론이 그 줄거리다. 노란표지에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ㅌ트, 데카르트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화적인 뎃생으로 미미와 리리와 놀고 있는 듯한 그림은 철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가줄 듯 싶다.
철학,하면 흔히 머리아프고 골치아픈 얘기라고 쉽게 치부하며 저만치에 두게 되는 심리를 좀 가깝게 당기고자 주인공들의 이름을 쉽고도 경쾌하게 지은 거 같다. 거기에다 호기심까지 유발하고자 '모험'이라고까지 제목을 붙였으니, 그리고 그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나같은 독자도 있으니 우선은 작가의 전략이 성공한 거 같다.
자, 그럼 내용으로 들어가서 그 내용도 성공했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미미와 리리의 철학모험>은 일본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테니스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는 사건이 그 중심내용이며, 그 내용을 철학의 사상으로 규명해가는 과정으로 짜여 있다. 미미와 리리에게 철학모험의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다카바 사립고등학교의 윤리선생인 데즈카 고사쿠라는 촌스런 패션에 어설픈 개그를 구사하는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고 계신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이 책은 '무지의 지'라는 즉, 자신의 무지를 아는 사람은,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설파한 철학의 창시자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책의 첫장과 함께 1학기 윤리수업의 첫 페이지를 연다.
리리의 수재오빠인 요시후미의 자살을 통해 라메트리의 <인간 기계론>에 대하여 토론하고, 마크 트웨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변화, 성장, 실체 등에 대한 담론을 토론하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두고서 참된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면서 아이들은 정신적 성장을 해간다.
여기서 잠깐 소제목을 살펴보면,
제1장 봄은 자살의 계절이야?
제2장 영혼은 영원히 살아 있는 거야?
제3장 만유의 진상은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제4장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
제5장 어제의 나, 오늘의, 참된 나는 누구?
제6장 '원조교제'가 뭐가 나쁜데?
제7장 믿는 자만이 구원받는다고?
제8장 배려가 왜 차별이야?
제9장 사람을 죽이면 모두 사형이야?
제10장 윤리는 언제나 정언명령?
제11장 '지고한 사랑'이란?
제12장 나만의 <방법서설>을 써볼래?
위에서 살펴보듯이, 각장의 소제목만 보고도 철학이 우리네 삶을 어떻게 설명해주며, 왜 철학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상, 이 책의 주인공인 미미와 리리처럼 그렇게 바람직한 윤리수업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대학에 가서야 <철학개론>이라는 과목으로 통해서 처음으로 철학을 접했다. 이 책이 비록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쓰여졌지만, 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한 나에게도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다. 철학적인 용어로만 점철되는 기존 철학서에 비해서, 한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주독차층으로 하여서인지, 삶속에서 철학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차근차근하게 안내해주는 것 같아,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 만 아니라 마음의 울림도 컸다.
특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마르틴 부러의 <나와 너>라는 책에 대한 설명은 매우 인상깊었다. '나'는 '나'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나'는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너'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나'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 '나'와 '너'의 인격적인 만남 자체가 목적이 되어 진정한 관계를 이루는 것. '나'와 '너'의 반대개념은 바로 '나'와 '그것'.
나와 동등한 너의 개념인 아닌, 상대를 사물화하는 만남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비인간성. 그동안 알고 있던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되어져서 놀랐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철학의 여러 개념이나 용어들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의문과 맞물려 너무도 쉽게 설명되어 있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칸트의 말을 인용하여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삶의 원칙으로 선을 행하는 일,
아가페를 실천하는 일, 그것이 [철학적 태도]라는 말에 공감한다.
신의 권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존엄에 의존해서 '개인적인 삶의법칙'을 정하는 것,.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랑스러워할 만한 자신'을 키우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위대한 종교인은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위해서 '봉사의 정신'을 발휘하지만 소시민들은 우선 '특정 소수'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지금 눈앞에 있는 '특정소수'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하지 않으면서 추상적인 '불특정 다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철학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본다.
책의 맨 뒤편에서는 책속에서 인용된 다양한 철학관련서들이 일목요연하게 첨부되어 있다. 일종의 보너스다.
그리고 덧붙여서 아무래도 이 책은 속편이 곧 나올 예정인 거 같다. 이 또한 매우 궁금하며, 속편이 어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