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참 이상한 날이었다. 이번주 내내 계속되는 국정조사의 태도들 앞에서 그렇게 들끓던 심정도, 갑자기 오늘 아침을 맞이하며 아무렇지 않게 내게 다가오게 됐다. 탄핵소추 의결은 고대하던 만큼 내게 실감 나지 않았고, 그간의 일들이 좀 야박하게까지 느껴졌다. 대통령 너머 개인의 삶에 집중하게 되며 그간 없던 얄팍한 동정의 마음까지도 들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그러지 말라 하지 않았나. 막상의 현실로 가시화돼 가니 뭔가 괴롭히는 몹쓸 짓에 가담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렇게 명료했던 것들이 복잡한 심정으로 헝클어졌다.


 그런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에 본회의가 시작됐고 투표가 진행됐다. 볼썽사나웠던 앞의 탄핵과 다르게 질서 정연했고 신속하게 치루어졌다. 가결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반대의사에 나는 오히려 그것이 더 의외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공표되자 기쁨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내게는 혹시나 작동하지 않을 장치에 불안이 있었다. 다행히 그것은 그런대로 작동했다.


 그리고 국회 바깥 풍경을 전하는 내용이 뒤따랐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쳤고, 덕담처럼 민주주의를 건넸다. 어떤 사람은 이 기쁨에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에게 뽀뽀를 한다고 했다. 그 모습들이 정겹게 느꼈다. 그런 가결 소식에 앞으로의 헌재 결정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결의들도 볼 수 있었다. 슬프게 보내고 기쁘게 맞으면 된다.


 하지만 그 기쁨 이면에 자리한 많은 슬픔도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의 시간과 가습기 살균제에서 배제된 피해자들, 그리고 기억되지 않고 있는 많은 것들이 기억으로 돌아와 많은 게 동시에 가시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모습을 눈동자에 모두 담을 수 있을까.


 보수를 자처한 몇몇은 촛불을 레디컬한 반동적 무언가로 생각했지만, 이미 오랜 세월 한국이라는 정치 지형 속에서 촛불은 제도로 자리했고, 촛불은 잃을 것 없는 자들의 혁명이 아니라 잃은 것들과 잃을 것들에 대한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더는 빼앗지 말아달라는 매우 기본적인 요청이었다.



 촛불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답은 국민에게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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