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팟캐스트로 김영하 작가가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청취했다. 첫회가 <금각사>였고, 작가는 서두를 낭독해 읽어주었다. 당시 싱숭생숭한 마음이었던 나는 무엇에 마음이 이끌렸는지 바로 <금각사>를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책 얘기는 그랬다. 말을 더듬는 주인공이 세계를 탐색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등한 고민으로 점철된 주인공에게 금각사라는 존재가 그의 세계에서 절정으로 자리한다. 막연히 상상으로 떠올렸을 때부터 그것을 목도하고 곁에 두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금각사를 불태우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짓누르는 그 관념의 사물을. 


그날의 나는 까닭 모르게 실소했다. 편의점에 앉아 컵라면의 뚜겅이 열리지 않게 삼각김밥을 얹어 놓고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물을 떠다니는 새우 건더기의 살집에 대해 생각했고, 새우탕 컵라면 하나가 1,050원이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적당히 먹기 좋게 후후 불며, 삼각김밥을 먹다 남은 김을 국물에 풀어 먹었다. 내 하루는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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