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표절이 문제가 아니었냐마는 이번 신경숙 표절(에 특정한 '사건'이라고 덧붙여야 하는)은 느끼는 바에 있어서 좀 다르다. 좀더 표절에 대한 본질적이랄까 하는 느낌에서 그렇다. 


 해당 지적이 가리켰던 문장을 놓고 본다면야 문장의 유사성에서 "반가운 마음"보다 살짝 달리된 표현과 사이사이 중간에 삽입된 문장들로부터 고도의 심리적인 인상을 받는다. 문단이라고 하는 토막 하나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정도의 "독창적인 묘사"가 아니라는 조급한 반론은 (비록 지금에는 사과로 번복되었지만) 논점을 흩트리려는 다분한 의도에 비열성까지 느끼게 한다.


 나는 표절 시비와 같은 단어 선택에서 숨기기 힘든 엄숙주의를 느끼게 된다. 마치 대단한 사실인양 치장되는 이야기들. 멋진 구상들. 고매한 품짓. "몰래 따다 쓴다"는 표절의 풀이는 틀렸다. 어떻게 따다 쓰면서 모른다는 말인가? 소위 말하는 무의식적 글쓰기에 뒤따르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은 인정이다. 두고 온 물건에 설명이 필요한 때는 변명일 뿐이다. 그렇기에 저열한 논리는 마땅히 '베끼기'란 친숙한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영 찜찜한 가능성, 본인은 사실을 잊었고,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는 진실은 마치 "매장하려는 움직임"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닥 충돌하는 부분도 없다. 사실은 가르기가 아니라 종합하는 것이니. 작가는 모른다, 그러나 독자라는 삼자로 전치하자면 이해될 법도 하다.. 이제 판단은 당신의 몫으로, 당신은 자유롭다.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당신이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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