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당연하지만-당연히)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한 또한 에드워드 사이드에 '의한' 책이다. 그의 '문제작'인 오리엔탈리즘을 필두로 하여 그 생각들로 하여금 에드워드 사이드를 구성하게 한다. 서구와 비서구라는 분법 자체에서부터 은연히 자리한 서구주의 담화를 밝히고, 서구를 서구답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서구로 하여금 비서구답게 하는 출현과 재현의 양식들을 통찰하고 비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구와 비서구의 대립이 아니라 대립이라는 함몰된 양식이다.

 이 책은 집요하게 사이드의 세계성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수한다. 지식이 (설령 그 자신이 뜻하지 않더라도) 봉사하는 문화 권력 속에서 "민족주의적 독립의 영역에서 해방이론 영역으로의 거대한 문화적 전환"이라고 표현되는 비평적 힘, 즉 "권력을 향해 진리"를 말함으로써 말이다. 비평과 세계성의 관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대립하는 양쪽, 반드시 어느 한 편에 서게 되는 전쟁, 이 한가운데에서조차 비평이 있어야만 한다. 어떤 쟁점과 문제를 둘러싸고 혹은 어떤 가치나 심지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울 때, 거기에는 이미 비평적 의식이 작동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행위자를 사유하는 방식은 그의 저작들이 저항의 이론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책 껍데기의 가정처럼 "에드워드 사이드가 없었다면" '가장 익숙한 낯섦음과의 조우'를 조금 늦게 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역시 가정된 가능성이다.)

 

 이 책을 읽으며 으레 외국인이면 물어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과 흔히 매체에서 대답되는 24시간과 배달(이 둘은 결국 합쳐 24시간 배달이 되는데)과 자신이 살던 자국에서 겪던 '불편'과 판이하게 다른 편함에 대한 증언과 부연 설명 그리고 그렇게 한국(인)으로써 여길 자랑거리 혹은 자부가 되는 문화론이 떠올랐다. 이 책은 단순히 나가 구상하는 너라는 대항적 관계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그것을 이루는 세계 그곳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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