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같이 쓰는 친구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아직 어린 동생이었다. 주변에 같이 생활하는 동생 역시도 하나 같이 어떤 의미에서 늙어빠져서 군대 이야기라면 누구나 한 숟가락 얹을 수 있을 만큼 군대라는 사항은 아주 보편적인 경력 사항(?)으로 갖추어진 집단이었다. 어쨌든 발단이야 기억나지 않지만 '용서받지 못한자'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내게 발끈... 생각해보니 발끈까지는 아니고 '그거 완전 동성애 영화잖아요'라고 말했었다. 나는 아니 어떻게 보면 영화가 그렇게 보일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유태정과 이승영, 허지훈을 읽으면 그런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씨름 아닌 씨름을 하다가 결국에는 제3자인 룸메이트 동생을 끌어들여 '판단'을 부탁했다. 한참 영화가 흘러(뒤의 내용이 스포일러임을 의미한다) 승영이 태정을 찾아와 말그대로 '빨간방'에 뒤에서 껴앉는, 써놓고보니 동생의 말이 참 타당한 구석이 있음을 제삼 확인하는 흥미로운 일이, 내게 있었다. (이 홍동방을 보던 제3의 동생은 괴로운 신음을 나직이 뱉었다.) 나는 긍/부정으로 동성애를 그리지 않는다, 그렇게 이전까지는 여겼다고 믿었는데, 막상 내 사고의 근저에는 '군대 밖에서도 여전히 구닌스러움'이 일상화되어 그대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