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의? 사실 이런 ? 자체가 굴종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만, 어찌 되었건 데리다라는 명명 속에서 그를 호명하는 작업에는 필연적으로 붙을 수밖에 없는 구구한 이야기들 -어떤 사상가의 사상이 국내에 소개되고 수입된 지가 어언 몇 년이 지났는데..- 을 경유하지 않기 힘든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그의'라고 밖에 지칭되는 2차 텍스트조차 온통 ??로 점철된다.


 특히 그 특징은 해체라는 작업이다. 논의를 미리 빌려와 "말(언어)은 … 잠못 이루게 할만큼 '제어할 수 없는 깊은 혼란과 고뇌'를 가져다 주는 지옥"(126), "인간의 원초적 심리를 공간화 시간화하고 쾌를 절제하는 것이 쾌라고 말한 프로이트"의 유물들(과 유실물들)(122)이 자리한 "이 세상에 있는 도서실, 우체국, 경찰서 모두를 불태우고 싶다고 고백한다."(126) 저자는 단정한다. "니체는 스스로를 일러 다이너마이트라고 했는데, 데리다는 폭탄이다.(126) 불길이 아닌 심층부로부터 허물어지는 것, 그것을 그의 작업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상에 기입하고, 그 상태로 허물어져 버린다. 


 사실 그런 연유에서 이 책은 눈에 들지 않는다. 짧게 서론격을 요약하자면, 정신-분석이 3항이라는 무대를 상연하고, 그곳은 "나의 무의식의 표상이나 표출이 아니라, 공유하고 축적된 문화의 틀로 되돌아가는 것, ... 나의 꿈이 아닌, 한 특정한 종족이 보유하고 있는 '고대 문화의 형식'으로 되돌아가는 것, ... 우리의 의도와는 별도로 또 다시 나르시시즈믕로 비밀스럽게 되돌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묻는다.(56-57) 즉 "마치 유리창 너머 저쪽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손짓 몸짓은 볼 수 있지만 이야기 내용을 들을 수 없는 것과 비유한다(된다). 이때 정신분석가는 꿈을 꾼 사람을 제외시키고, 기존의 상징이 말하고 있는 의미에 따라 꿈에 나타난 사물, 혹은 꿈상징을 해석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한다는 것이다."(55-56) 내 안의 나조차 몰랐던 것들이 수면 위로 망라되면서 정리되는 총화의 서사성들 속에서 ""분열된 자아가 다시 이 아자를 복사하는 분열된 자아로의 이행, 아니 이미 타자들의 타자의 욕망을 내재화시키는 타자화된 욕망, 그래서 그 누구의 욕망도 아닌, 문화체계라는 대타자로의 이행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94) "따라서 정신분석 상담실 카우치에 누워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아브라암은 여러 번 강조한다."(96) 그렇기에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데리다가 "서구담화 속에 정신이라는 이름 하에 은폐되어진 폭려과 잔인성에 대한 고발", 즉 "프로이트와 라캉은 어쩔 수 없이 이 폭력적 상황을 수용하라고 권려하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다.(119)



 "한마디로 말하면 데리다는 이성이 상상적 세계를 삼키려드는 것에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데리다는 이성의 대체계를 정립시킨 헤겔의 변증법을 두고 '모든 것을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개념 기계'라 부르는 것이다."(63)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역설적이게도 -또한 정당하게도- 하이퍼 기능할 패러디 소스, 정신분석학을 요구한다. "단순한 자들, 경험주의자들, 도무지 무엇을 명료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자들, 즉 효율성만이 실제인 줄 아는 통화발화이론자들, 그리고 이들과 견고한 동맹관계에 있는 심리학자들, 다시 설명하면, 말 뒤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 몽매한 자들"(72)의 유령을 그 자신으로써 소환한다. 이것은 필히 되기를 통한 되지 않기의 되기, 파생성을 예고하는데, 따라서  그 자신을 흩뿌려 분산하고 분광함으로써 그것을 적극 거부한다.



 사실 서론격에 전부 그치는 이 논의와 기획이 그의 사고인지는 나로서는 자신이 없는 부분이지만, 우선 (누구보다 격노할) 이런 방편으로 읽다 놓았다. 철학의 위안? 러셀식으로 농담을 하자면, 그가 (해체로) 다루는 정신분석학이나 그가 오르는 극적 무대나 모두 읽기에는 가공할 난해함을 자랑하며, (따라서) 다행히도 이 둘을 읽지 않거나 모른다고 해서 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는 서적이 단 한 권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흥미로운 출사는 이 책에 대한 관심에 참고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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