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이 영화의 흥미로운 장면. 처음 가족에게 배달된 로봇은 간략한 소개와 함께 '로봇 3원칙'에 대해 언급한다. 이에 좋다고 답하자 로봇은 '물러나야 잘 보인다'며 권고하곤 지금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화려함으로 무장한 입체 그래픽스를 선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상영되고 있는 로봇 3원칙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로봇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 그러니까 순전히 로봇 외의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그 수수께끼의 전언은 순전히 로봇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와의 계약인가? 누구와의 위반을 암시하는가? 이런 질문이 남는다.
영화는 한참을 흘러, 로봇은 자신을 인간으로 오인하고 그것을 주장한다. 이 흥미로운 풍경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도 포착된다. '그들'로 지칭되는 것들.; '우리'로서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그들은 우리인가? 그들인가? 아니, 우리가 대체 뭔가? 또한 그들은? 우리의 지시가 구분하는 그들을 낳고, 그들이 하는 구분이 우리를 구성한다면, 그들은 우리가 아닌 것인가? 우리는 그들이 아닌 것인가? 물론 영화는 그런 둘의 함정을 비껴가는 그 나름의 모범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