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감벤은 『예외상태』에서 법에서 차지하는 '예외상태'를 고찰한다. 여기서 예외상태는 지형학적으로 객관적인 긴급사태와 주관적 긴급사태 양자가 충돌하는 지점에 자리한 모순적 상황, 책에서 사유점으로 지정하는 '유스티티움'처럼 법이 보증하는 법외권, 법적 공백 상태로서의 존재한다. necessitas legem non habet. 긴급 사태는 법률을 갖지 않는(것을 법률로 가진)다. 그간 논의에서 난점으로 여겨온 이러한 예외성의 모순점에 대해 아감벤은 "오히려 법이 그것을 통해 아노미와 합체되는 하나의 픽션"이라는 위성학적 해부로 진단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그런 '신비적' 요소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요소는 예외상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것이야말로 해명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질문함으로써 그간의 문제 논의 방향에 수정을 가한다.
그는 예외성의 형태를, 그것은 "혁명이나 헌정 질서의 사실상의 수립과 더불어, '비합법적'이지만 절대적으로 '법률적이고 헌법적인' 하나의 조치로 모습을 드러내며, 이는 새로운 규범(혹은 새로운 법질서)의 생산으로 구체화된다"고 말한다. 슈미트 이론에 대한 논평으로 반복하자면 "법 안에 기입되어야 할 것이 본질적으로 법 바깥에 있다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법질서 자체의 효력 정지"이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사유점은 "극한적인 상황에서 '법률-의-힘'은 규정 불가능한 요소로서 부유하는 것으로, (위임 독재로서 행동하는) 국가 당국에 의해서도 (주권 독재로서 행동하는) 혁명 조직에 의해서도 요구될 수 있다. (따라서) 예외상태란, 법률 없는 법률-의-힘이 핵심이 되는 아노미적 공간"으로 해부한다. (이 단락을 나타내는 '법률'에 대한 독특하고도 중요한 기호법이 있는데, 적용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즉 예외상태란 법률-의-힘으로 역할하는 '-의-힘'이라는 위성학적 근거이자 작동인 것이다.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논리와 실천이 식별 불가능해지는 문턱을 그리고 고로스 없는 순수 폭력이 아무런 현실의 지시 대상 없이 발화될 수 있는 양 행사되는 문턱을 나타낸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재구성되는데, "어떤 법적 규정도, 결정도 결여되어 있는 곳에서 어떻게 그런 지휘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는데, 왜냐하면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로마 시민을 죽이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감벤은 여기에 대해 "문제 전체가 잘못 제기되어 있다"는 말로 예외상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스티티움 기간에 행동하는 자는 (아노미 상태에서 이루어진 인간의 행동에 어떻게든 이름을 부여하고 싶다면) 법을 집행하지도 위반하지도 않으며, 그저 법을 집행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행동은 단순한 사실일 뿐이며, 유스티티움이 끝난 후 그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당시의 상황에 달려 있다. 하지만 유스티티움이 계속되는 한 그의 행동을 법률적으로 절대 규정할 수 없으며, 그것의 본질 -집행인지 위반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적 행위인지 동물적 행위인지 아니면 신적 행위인지- 을 정의하는 일은 법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아감벤은 여기서 벤야민의 '순수'라는 개념에 착수한다. 그는 이에 대해 "그것은 '순수한 수단', 즉 '목적 없는 수단성'이라는 역설적 형상"으로 말한다. 논의를 단락하고 그 의미를 우선해 본다.
언젠가 인류는 마치 어린 아이가 쓸모없는 물건들을 갖고 노는 것처럼 법을 갖고 놀 것이다. 이는 법을 경전에 따라 사용하는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런 사용에서 법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이다. (…) 말과 행위 사이에는 … 예외상태 속에서 법과 신화의 잠재력이 포획하려 해온 인간적인 쓰임새와 실천만이 존재한다.
말과 행위에서 비롯됨은 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모더니티적 기획의 완성도 아니다. 그건 생명의 활동(vita activa)이다. 아감벤은 끝으로 말한다.
예외상태는 본질적으로 텅 빈 공간이다. 법과 아무 관계도 맺지 않은 인간의 행동이 삶과 아무 관계도 맺지 않은 규범 앞에 놓이게 되는 공간 말이다. 그렇다고 중심이 텅 빈 이 기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규명하려 노력해온 것은 오히려 이 기계가 거의 중단하지 않고 항상 점점 더 기능을 넓혀왔다는 사실이다.
"법학자들이여, 어찌해 그대들 소임 앞에서 입을 다물고 계시는가?"
책을 읽는다는 의미를 다시 점검해 보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