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독서법
크리스 토바니 지음, 이원식 옮김 / 리앤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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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독서법>이라 하면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미로 의역되어 많은 어린이 독서법에 대한 책 중의 하나로 묻히기 쉽다. 그러나 원제목은 I Read It, But I Don't Get It으로 책의 주제를 그대로 알려준다.

 

난 이 책을 내 아이를 위해 읽은 게 아니었고, 정녕 이 책은 나에게 절대 필요한 책이었다. 소리내어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술술 읽거나, 눈으로 빠르게 혹은 천천히 문장을 읽어내고나서, 아주 잠시 후에 생각해보아도 아무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있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 전 삼십여분 동안 내가 책을 손에 쥐고 한 행위가 과연 독서였는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그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일종의 '버릇'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눈으로 읽어대는 대신에, 책 안에 담긴 내용과 스스로 대화를 나누고, 깊이 개입하는 때에 나는 진심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 것.

 어떻게 생각해면,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일방적으로 영상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 스스로 상상력을 북돋는 등의 자발적인 행위가 없기 때문인데, 독서도 작가와 문장과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문장을 ?어내리는 눈만으로 한다면 책 또한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언젠가 친구가 다독보다 정독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많이 읽지는 않아도 하나의 책을 여러번 읽는다고 했다. 일종의 책 욕심에, 그러나 시간은 따라주지 않아, 많은 책을 쌓아놓고 훌훌 ?어내듯 가벼운 독서를 일삼는 나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이었다.

 내 인생까지 뭐 바뀔까 싶지만, 앞으로의 독서시에는 새로운 배움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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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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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meer 그림의 은은한 빛과 같이 은근하고 아름다운 감상속에 나의 주말이 빠져든다. 과묵하고 생활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화가와 열 일곱살의 하녀와의 교감이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감상적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중 하나,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작가는 영감을 얻어 아무 정보도 남겨져 있지 않은 작품에 대하여 상상의 이야기를 썼다. 그 상상 속의 이야기가 너무 매혹적이라서 오히려 그것이 실제였으면 하는 바램이 생길 지경이다.

 실제로 Vermeer의 다른 작품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배경을 암흑속에 묻어버려 소녀의 두 눈과 입술과 귀고리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그림은 유독 소녀가 아름다울 뿐만 아나라 소녀를 표현하는 느낌 역시 그 어떤 작품보다 매혹적이다.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소녀의 시선에서 화가와 모델의 교감을 생각해내고, 거기서부터 아름다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사연 또한 마음을 건드린다.

 엉망진창 온갖 집안일로 분주한 토요일,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읽어내는 것은 치열했다. 아이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발레하는 40여분 동안 좁은 복도에 앉아 읽어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세탁소를 가는 틈틈이, 아이 밥을 차려주는 틈틈이, 아이와 화장실을 함께 가주는 틈틈이,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에 답해주는 틈틈이, 설겆이 하는 틈틈이... 도저히 30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집중이지만, 그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치열함이란... 마치 전쟁같은 사랑이 아닌, 전쟁같은 독서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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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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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16쪽, 달려라, 아비)

   어머니와 나를 치열한 삶 속에 남겨둔 채로 멀리 달려간 아비, 내 손에 책  한 권 쥐어주고는 사라져버린 아비, 훗날 수족관 유리 밖으로 나타나  내가 아닌 내 등 뒤의 거북에게 '사랑의 인사'를 보내는 아비, 객처럼 지나가다 잠시 머물면서 밤새 TV를 켜놓아 수면을 방해하는 아비, ... 무능력하고 자신의 삶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아비를 둔 '나'는 그러나 내 삶을 연민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방법을 가르쳐준 어머니의 모습에서 뭔가 난, 바로 이거야, 하고 생각한다. 현실이 바뀌지 않고, 벗어날 수 없다면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연민하지 않는 것.

   어려서 공원에 버린 자식, 그러나 성장한 그가 아닌 그의 등 뒤에 헤엄치는 거북에게 인사를 보내는 아비와, 영어를 몰라 잔디를 깎았다는 부분을 가르키며 '엄마가 예뻤데'라고 번역해주는 딸, 그리고 그 부분을 손으로 쓰다듬는 엄마의 모습 등 여러 부분 마음을 적시지만, 소설은 스스로 연민에 빠지지 않고 순간 순간 유머로 아픔을 치유한다.

   모든 단편을 참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 유머는 그저 피식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유하기 위한 것, 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애잔해지는 그런 것이었다.

   왠지 씩씩하게 사는 방법을 배운 것 같고,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유쾌해지는 것이 해답이라는 것을 배운 것 같은 그런 상쾌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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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Izi) 1집 - Modern Life...And...With Izi
이지 (Izi) 노래 / 엔티움 (구 만월당)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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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음악은 힘들게 듣지 않아도 귀에 와닿아 친근하다.

그런데 그냥 쉽게 흘려들을 수 없게 하는 보컬의 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을 부르는 보컬의 깊이와 무게가

그저 평범한 신인의 앨범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게다가 노래 전 곡이 다 좋기 때문에 발표한 한 두 곡만 듣게 되지 않기 때문에

소장할 가치가 110%인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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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코드 24 - 모두가 안다고 착각하는
박정선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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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저 평범한 연애와 사랑을 위한 기술서가 아니라, 작가의 입담을 읽으며 유쾌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연애코드라고 거창한 제목으로 나와있지만 작가의 소소한 경험담에서 나온 듯 한 작은 이야기들에 공감이 많이 간다. 그리고 역시 작가의 유머가 이 책을 단숨에 즐겁게 읽게 하는 데에 한 몫을 한다. 가령, 사랑하는 상대를 칭찬할 때에도 말을 잘 골라서 해야하는데 키가 훤칠한 상대를 칭찬할 때에는 "키가 참 멀대처럼 크시군요!"라는 표현은 삼가라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소리내어 웃지 않을 수 없다. 시중에 연애를 잘 하기 위한 기술서는 많이 나와 있고 그 내용이야 비슷한 지 모르겠지만, 이 책만큼은 작가의 재치있고 유머있는 언변이 돋보인다. 참으로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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