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Vermeer 그림의 은은한 빛과 같이 은근하고 아름다운 감상속에 나의 주말이 빠져든다. 과묵하고 생활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화가와 열 일곱살의 하녀와의 교감이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감상적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중 하나,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작가는 영감을 얻어 아무 정보도 남겨져 있지 않은 작품에 대하여 상상의 이야기를 썼다. 그 상상 속의 이야기가 너무 매혹적이라서 오히려 그것이 실제였으면 하는 바램이 생길 지경이다.

 실제로 Vermeer의 다른 작품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배경을 암흑속에 묻어버려 소녀의 두 눈과 입술과 귀고리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그림은 유독 소녀가 아름다울 뿐만 아나라 소녀를 표현하는 느낌 역시 그 어떤 작품보다 매혹적이다.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소녀의 시선에서 화가와 모델의 교감을 생각해내고, 거기서부터 아름다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사연 또한 마음을 건드린다.

 엉망진창 온갖 집안일로 분주한 토요일,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읽어내는 것은 치열했다. 아이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발레하는 40여분 동안 좁은 복도에 앉아 읽어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세탁소를 가는 틈틈이, 아이 밥을 차려주는 틈틈이, 아이와 화장실을 함께 가주는 틈틈이,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에 답해주는 틈틈이, 설겆이 하는 틈틈이... 도저히 30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집중이지만, 그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치열함이란... 마치 전쟁같은 사랑이 아닌, 전쟁같은 독서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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