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생각한 적 있다.

여러 의견들이 많겠지만 나에게 좋은 책은 내가 숨겨둔 마음 속의 무언가를 꺼내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좋은 책 하나를 만났다.

여자의삶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이라는 문구로 나를 끌어당겼던 책. 

스테파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

바로 이거야 싶어.. 읽다가 중간에 한번 끄적끄적.. ㅎㅎ

드디어 다 읽었다.. 올레!!!

오랜만에 집중해서 줄 그어가면서 포스트 잇 붙여가면서 읽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결혼하기 전에 만났더라면 어떘을까.

아마 별 감흥없이 그렇겠지.. 하면서 넘어갔을 확률이 많다.

하지만 결혼하고 남편이라는 남자하고 살고 아이를 기르고 시댁 친정 등등 여자라기 보다는 다른 이름.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고 있을 지금 만나서 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책을 만났었던 것 같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같이 절망하고 답답해 하고 분노하고..

결혼 하면서 부딪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나의 정체성. 모성의 의심. 끊임없는 죄책감과 분노,좌절, 책임전가등등..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사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왜 이렇게 타인의 말에 흔들려 스스로를 들볶고 사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살았던 결혼의 시기를 겼었기 떄문에 이 책에 끝없이 공감한 것 같다.

작가의 개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쓰여졌기 때문에 비전문적이고 감정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공감을 했던 책인 것 같다. 여타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이해는 하면서도 공감이 덜 했던 이유가 그래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을 해서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책도 있었으니까.. 여자이야기이지만 나와는 좀 거리가 있다고 느끼고  만들었던 여러 책들. . . .

나이도 나와 비슷해서 더 그랬을지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어.

우리나라 여자들만 육아문제로 가사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이 표현이 맞나? 동질감도 느꼈던 것 같다.

 

작가인 스테파니 스탈이 했던 과정을 나도 고민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고

그녀와 나의 다른 점은 그녀는 학교로 들어가 공부를 실제 했다는 것이고..

나는...... 생각만하다고 멈췄다는 것...

지금 이라도 근처 대학에 가서.. 작가처럼 청강이라도 해야하나? 

 

 

책을 통해서 선생님을 통해서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그래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저런 시간들을 가질 필요는 있어.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여러 변명을 하면서.. 다만 누군가의 강의를 듣고 수업을 받는 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 싶어서이다. 이런 진학이나 수업과는 별도로 실제 결혼 한 후 집안의 누구가 아닌  여자로써 내 삶에 고민해 본적이 과연 있기나 했을까?

대학때 잠깐 울프의 자기만의 방으로 수업할때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인식했던 것 같다. 아니 인식 시켜 준것이다.  그 때 수업에서 울프. 토니 모리슨등을 만났을뿐 그 후에는 그런 류의 작품들을 만난 기억이 없는 것이.. 그 때는 어린 마음에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 나의 독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니...

그때는 이해도 못한 내용들이었는데..

아이를 기르면서 일종의 도피처로 삼았던 책읽기를 하면서 저절로 그 때의 책들로 손이 가게 한 걸 보면 뇌 어느곳에 콕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스테파니의 도서 리스트를 쫒아 스쳐지나 가는 정도, 단순 공감의 정도가 아닌 좀 더 깊이 그녀의 사유과정을 따라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집에 있는 책들 중 언급된 책들이 있을까 싶어

쓰~~~~~ㄱ 훓어보니 눈에 띄는 몇권이 보인다.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 진 리스의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길먼의 <누런 벽지>도 있고 보부와르의 <제 2의 성> 저넷 윈스턴의 <열정>은 없지만 <오렌지는 과일이 아니다>는 보인다... 오.. 울프의 <보통의 독자>도 있다..

올... 제법 있는 데 거의 문학들.. ㅎㅎㅎ

 

내가 혼란스러웠던 지점. 결혼과 아이. 남편과의 관계에서 나의 자리를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적대적인 이분법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양상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줄 것 같다.

그녀의 결론이 나의 결론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모습은 하고 있으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 육아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여자들의 잠재 수입에 대한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 모두가 귀를 막고 싶어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은 신성한 영역인 모성에 경제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무엄한 일이라 여긴다. 출산과 육아로 야기되는 수입감소, 기회비용 증가, 의존성 심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될 품위없는 짓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타적이고 초월적이고 의미있는 경험이어야 마땅하니 말이다...... 그러나 양육에 참여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출산 후 경력을 계속 이어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이는 것은 오로지 여자들이다. 남자들에게는 그 문제가 고민할 거리도 되지 않는다. ... 사람들은 자녀 양육이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책임은 응등 여자들의 몫이라 여긴다 ( 257P)

 

-- 개인이 정치화될 필요가 있다면 정치 또한 개인화 될 필요가 있다. 여자들은 매일 가정과 직장에서 평들을 이루어 내기 위해 소규모 접전을 벌인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임금인상이나 근무시간선택제를 놓고 총력전을 벌이고 가정에서는 남편을 집안일과 육아에 끌어들이기 위해 반복적인 군사작전을 벌쳐야 한다. 이런 전쟁은 전혀 재미있지 않다. -  p 276

 

-- 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가사 분담이 곧 권력과 존중의 지표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비꼬기 위해 공공연하게 집안일을 들먹인다. 사회생활하는 여자들에게 '집에 가서 밥이나 해라' 거나' 남편 와이셔츠나 다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없는가? 요리와 세탁은 안정감과 만족을 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논점은 봄맞이 대청소를 했을때 느끼는 뿌듯함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먹이는 기쁨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유전적 운명처럼 여자들에게만 지워진 가시노동을 말하는 것이다  - p291

 

-- 온갖 시중을 다 들어주고, 음식을 만들어 주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을 청소하고, 성적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누군가를 뜻하는 암호, 바로 '아내'이다...... " 아아, 세상 누군들 아내를 원하지 않겠는가?"

 

- 우리는 지금 손과 무릎을 써서 땀 흘리며 일해야 하는 가장 낮은 형태의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지털기 수준의 노동이 아니라. 과거에는 여자의 일로 간주되지 않았던 종류의 노동말입니다. 이런 노종은 성차별뿐 아니라 계급차별의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남편에게 그런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잔소리하느니 돈을 주고 다른 여자에게 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 하지만 이제 가사노동은 인종과 계급을 나누고 이민자와 비이민자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남자들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들을 진정으로 해방시켜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P 300~303

 

-- 성행위에 대한 우리의 토론은 길고도 격렬했지만 성의 열정이나 쾌락은 건드리지도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그 본질인 '욕구'에 대해서도 다루지도 못했다.   P331

 

-- 그의 사려깊은 태도는 페미니즘이 여자들만의 고립된 세계에서 공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여자형제, 아내, 딸들을 통해서 남자들 그리고 여자를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에 영향을 끼진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 p366

 

-- 내 안의 이야기꾼이 변화가 시작된 특정된 분수령하나를 가리키고 싶어 했지만 진실은 우리가 하루하루 인생을 조각하는 수 많은 작은 순간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며 천천히, 점진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변화는 피 할 수 없었다. 그 수많은 순간 동안 우리중 누구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내렸더라면 우린 지금 갈라진 상태일 것임을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한 것이다. ..... 우리는 여자와 남자,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였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결국에는 그냥 우리 두사람, 스테파니와 존이었다.... -p408

 

-- 정체성은 지식의 주체가 되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존재란 과정, 이야기, 대화입니다. 항상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세요.   -p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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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6-02-0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부터 `집안일`이 아닌 `집안살림`을 다 같이 배우도록 하지 않으면
아마 앞으로도 이 대목은 20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이지 않으랴 싶어요.

노동을 하는 여성뿐 아니라
노동을 안 하는 남성까지
서로 괴롭히는 얼거리일 테지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여자가 어떤 일 때문에 괴롭거나 힘들도록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가만히 보면
남자는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기에
이런 사회 모습이 되지 싶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02 21:42   좋아요 0 | URL
갈수록 좋아지겠죠? 그렇게 믿고 싶어요~^^
아들부터 잘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국엔 몸에 밴 가정교육이 기초가 될것 같아서요~

서니데이 2016-02-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2-02 21: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멋진 저녁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