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에 대한 《라면을 끓이며》
밥 이야기
밥 벌이의 지겨움.
라고 김훈은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밥 벌이를 해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내 한 입 풀칠하기는 그래도 할만하나
함께 하는 가족들까지 같이 풀칠하기에 밥 벌이는 놓을 수도 놓아서도 안되는 일일것이다.
지겨워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
여자에게 밥은 밥 벌이 뿐만 아니라
밥 해 먹이기까지 포함이 된다.
아침 먹고 치우면서 점심 걱정하고 점심 먹고 설겆이 하면서 저녁걱정하고.
식구들이랑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면 하루 종일 밥만 하다 지나버렸다는 기분이 들 때가 어디 한 두번일까.
그런 의미로 보면 여자한테는 `밥 벌이의 지겨움`보다는 `밥 해먹이기의 지겨움` 일수도 있다.
우리집은 밥하는 남자가 셋이 있다
둘은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 독학했고
하나는 내가 밥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내가 편하기 위해.
독학한 둘은 밥을 제법 잘하고 가르친 하나는 영 시원찮다. 다른건 잘하는데..
밥 하는 것 역시 자발성. 본인의 입으로 들어가는 밥은 잘 할수 밖에 없는듯 하다
이들에게는 밥 해먹이기라기 보다는
밥 해먹는 행위였으므로..
오늘도 어쩌다보니 집에 밥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독학한 한 분이 밥이 없다고 그래서 밥 하려고 한다고.. 하다가 나를 보더니 엄마가 해~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냥 니가 해라. 하려고 했잖아.
시작이다
- `밥 해라`라고 한거 맞아?
- 응
- `해라`라고..
- 응
- `해 주세요` 라든지 `부탁해`해야 하는 거 아냐?
- 왜?
- 엄마가 먹을 거잖아
- 너도 먹잖아
- 그래도 `해라`는 아니지~ 엄마일을 내가 대신 해주는 건데..
- 어차피 너도 먹을 밥에 왜 내가 부탁을 해야해? 왜 밥 하는 일이 내 일이지?
헌법에 쓰여있디?
- 그래도 명령은 아니야. 내가 안해도 되는데 해 주는 거니까 부탁하는 것이 맞지.. 앞으로는 정중하게 부탁해주길 바래
그렇지..
이들에게는 밥 하는 건 내 일이지.
지들이 먹을 밥도 내가 해 줘야하는 거지..
아... 밥 하기의 지겨움
밥 해먹이기의 지겨움.
그리고 밥 벌이의 지겨움까지..
어깨에 가난이가 아니라 찌찔이가 밥풀데기가 올라타있는 듯한 무거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남자와 여자인 내가 넘어설 수 없는 벽도 느껴지고..
밥 먹는것은 똑 같다고...
소리치고 싶다
밥 해먹이기의 지겨움을 그 아이는 알까
밥 벌이의 지겨움은 지들 성인이 되서 밥 벌이하면서 알게 되겠지만..
결국 부탁해서 밥 해서 나를 먹이고 지도 먹고.
이런 식으로 애걸복걸 밥 해먹이기의 지겨움을 나는 떠 넘기고 그들은 생색내면서 밥 해먹이기의 지겨움을 체험하고
요렇게 주고 받다가
밥 벌이를 시작하겠지..
삶이 버티기의 연속
연습의 연속
잘 버리기의 연속이라니까..
밥 해먹이기의 밀당
밥 해먹이기의 썸
나는 밀당도 썸도 싫다
* 전기밥솥 속에서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 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운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다.
밥 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 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슬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수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ㅈ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은 없는 것이다.. - 7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