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아버지를 병으로 하늘로 보내드렸다
느닷없는 암 선언에 수술만 두어번 하고 제대로 치료도 못 해보시고 8개월만에 하늘로 가셨다.
당신 가신 뒷 자리를 정리하는데
남겨진것이 없었다.
당신의 물건이야 가시는 때을 알고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자식들에게도 남겨진 것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동생결혹식때 사진.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잠깐 놀러가서 찍은 수년전의 사진이 전부였다.
그래서 장례사진도 동생 결혹식때 찍은 사진을 사용해야 했다.
덕분에 좋은 편안한 표정으로 보내드릴 수는 있었다.

그때부터 였나보다
사진을 찍어야겠다
커가는 내 아이들 사진도 좋지만
남은 엄마 사진을 좀 찍어 둬야 겠다
아버지를 기억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을까..
그래도 기회를 잡지 못하고
각 사정이 있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때
우연히 만나게 된 사진 에세이가 있었다
한선희씨의 <엄마, 사라지지마>
남편을 보내고 남은 노모의 2년의 삶을 옆에서 치밀하거 바라보고 생활하면서
그래야만 알수 있는 것들을 담은 사진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피사체이기에
반복될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더 치밀해지고
자세해질수 밖에 없는 사진들..
직접 카메라를 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시기.
일상 취미가 아닌 담고 싶은 것이 생겼던 시기 그리고 동기유발.
그 일과 이 책이었다.

아직 그리 치밀하게 가까이서 엄마를 담아내지는 못 하지만
-아직 젊으시다.. 내 체력이 딸릴 만큼- 그래도 어느 곳을 갈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보니 당신이 좋아하는것. 관심있어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생각보다 나는 엄마라는 사람을 잘 모르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 이 사진집을 들여다보면
우리 엄마가 저 나이가 되면- 20년후- 나도 저런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기억해야 할 지..
거기부터가 시작인듯 하다.
기억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뭔가를 궁리하는 것.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셔터를 누르는 것은 그 다음이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서로의 시선앞에서 숨김없이 남김없이
온전한 자기자신을 드러내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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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0-05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행복하자님께서 사진을 찍으시게 된 동기도 어머님에 대한
마음도 그리고 지금 쓰신 글도 다~ 참 아름답고 좋습니다~~
오늘도 덕분에 따듯한 아침이 되었어요 ^^
고맙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0-06 07:28   좋아요 1 | URL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로 2015-10-05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책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엄마를 보내드렸죠~~~~. ㅠㅠ
지금 행복하자 님!! 부럽습니다. 계속 멋진 사진 부탁드려요. 화이팅!(뜬금 없나요??^^;;;)

지금행복하자 2015-10-06 07:27   좋아요 1 | URL
홧팅에 저 응원 받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