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 세번째
네메시스. 에브리맨. 그리고 울분
울분 Indignation 가장 가독력이 좋고 인상깊었던 작품.

한국전이 등장해서 뜨악.
왜 한국전이지? 잠깐 생각해보고는.
그럴수도 있겠다. 평범한 그들에게 뜬금없는 전쟁일수도 있겠다. 책속에 등장하는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적합한 배경이 될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다.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에 파병된다고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전체 3부분이다.
모르핀을 맞고. 벗어나. 역사와 관련된 메모.
모르핀을 맞고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한 두장씩 정도...

작품속에서 계속 피이야기가 나온다
도축장에서의 피. 올리비에의 자살 그리고 피.
피에 절대 익숙해질수 없는 마커스에게는
아버지도 대학도 도축장과 같았을 것이다.
적합하고 적당한 닭을 잡아서 부드럽게 목을 꺽어서 죽이는 도축장처럼 아버지의 느닷없는 집착을 피해 들어간 대학도 이들을 닭처럼 적당하게 교육시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도축하는 도축장.

울분은 무엇에 대한 울분인가?
아버지의 간섭을 피해서 울분을 터트리고 타대학으로 맞지않는 룸메이트에게 울분을 터트리고 방을 바꾸고
방을 자주 바꾼다고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호출한 학장에게도 울분을 아니 여기서는 토하기까지 하고-- 사르트르의 구토라는 작품이 연상되기도-- 마커스는 계속해서 울분을 터트리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 을 피해 달아나다가 충수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더이상 피할데가 없어지게 된다.
막다른 곳에서 공식적인 만인의 연인. 정신병력이 있고 자살시도까지 했던 올리비에와 어머니의 만남.
진정한 적은 어머니? 희생과 인내를 무기삼아 올리비에와의 만남을 정리하라는 어머니.
일방적이고 분노로 가득찬 아버지를 참아내겠으니 여자친구와 헤에지라는 어머니. 울분을 토해내지도 못하고 피할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
퇴원해서 나가니 이미 올리비에는 사라진 상태.
전쟁터로 가는 마커스.
부상으로 고통받는 마커스. 모르핀을 맞지 않으면 참을수 없는 상태가 된 마커스.
그 대학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에서 전사한 마커스.

마커스는 한국전에서 모르핀을 맞을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내에서 모르핀을 맞으면서 살아야했던것이 아닐까
모르핀을 맞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든 사회.
청춘들을 옭아매려는 사회의 거대한 담론들에 울분을 토해내봤자 미친놈 취급당하는 사회.
피하고 피해도 결국 벼터내지 못하면 의미없는 사회. 모르핀을 맞아가면서 그들의 담론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야 버텨낼수있는 사회.
아니 버텨내고 싶어도 미묘한 균열들에 의해서 튕겨져 나가는 아니 튕겨내는 곳이 사회가 아닐까?

이래저래 울분을 터트릴수밖에 없는 곳.
울분을 터트리고 싶어도 터트릴곳이 없는 곳.

술. 마약. 여자.
약자가 약자에게 울분을 터트리는 곳.

저자가 그리는 1950년대의 미국의 작은 도시의 모습과 현 우리사회의 모습이 별반 다름이 없음이 더 씁쓸하다.



- ˝아주 작은 일. 아주 사소한 일이 정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오. 아버지가 그걸 증명하시네요!˝

- 문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없다. 방향은 뒤로만 간다(지금만 그러한가?) 심판은 끝이 없다. 어떤신이 심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늘 내 행동을 집요하게 심판하기 때문이다. -66p

- 내가 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인정하려면 뭘 더해야 한단 말인가 -101p

-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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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핀을 맞지 않을 적에 견딜 수 없으면
아예 모르핀이 없이 지내면
이렇게 있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네요......

지금행복하자 2015-08-21 15:08   좋아요 0 | URL
모르핀을 맞지 않고 버티려는 사람들 아직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행태를 보면 더더욱 모르핀이 필요하지만 끝까지 눈 크게 뜨고 버텨야죠~~ 그래야 앞장 선 분들께 덜 죄송할것 같아요~~
인간된 도리로서요~~

2015-08-21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8-21 19:20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 읽고 제 타입 아니라고 했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라는 말에 집에 있는 책부터 한권씩 읽어가고 있어요~ 그랬더니 벌써 세권째.. 차례로 다 읽어보려고 해요~

cyrus 2015-08-2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남북 긴장감이 형성되면 취직도 어려운데 그냥 전쟁이나 일어나서 김정은 모가지 따왔으면 좋겠다는 발언의 댓글이 많아요.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으로 전쟁에 임하는 것은 좋은데, 현실 도피로 전쟁을 원하는 생각은 별로에요. 전쟁이 무슨 게임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요. 필로 로스의 <울분>의 배경도 지금의 우리나라와 흡사해요.

지금행복하자 2015-08-21 19: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물론 가끔씩 이럴바엔 전쟁이라도 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화들짝 놀라요. 절대 전쟁은 도피처가 되어선 안되요~ 누구 좋으라고요 ㅠㅠ 전쟁의 피해자는 실제 전쟁하고 상관없는 사람들이에요~

울분 읽으면서 너무 화가 났어요.
세작품중 가장 이입되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