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북클럽 -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수영 지음 / 메멘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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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넘는북클럽
#이수영
#메멘토

<231p>

도서 리뷰이자 북토크 후기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작은 책방을 10년째 운영 중인 책방 지기의 이야기다. 대구가 본가인 지인께서 책방 위치를 찾아보시더니, 이 동네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하신다고요??라며 놀라셨다. 이 지역은 80년대에 사람들이 북적였던 동네로 거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동네라며, 이 동네에서 10년을 어떻게 하셨을까? 궁금해하셨다. (이 책을 안겨드려야겠다.)
책 읽는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 그리고 이젠 눈이 아파 책을 읽기 너무 어려운 연령대가 모인 이 지역에 어떻게 책방을 오픈하셨을까?

10년 전 처음 책방을 시작했던 곳 카페에서 지인과 만났을 때,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카페 주인장의 대화를 들으셨다고 한다.

카페 내 놓으려고.

보증금에 월 30만 원

매일 나가서 커피 마시고 돈을 써도 만 원인데 하루에 만 원꼴이면 뭐 괜찮네.
내가 나가서 그냥 쓰느니 여길 인수하자. 😳 대단한 사고 체계 👍

20대 중반 그림책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저자는 그림책을 꾸준히 읽고 있었기에 (오픈 당시 7살 3살 아이가 있으셨으나 육아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그림책) 집에 소장한 그림책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하신다. (남편분 왈 : 집 쓰레기 다 가져갔네?)

책방은 월~일 독서모임이 열린다. 책방 지기는 종종 외부 강연도 자주 다니심(그림책 강연)
철학, 심리학, 글쓰기, 소상공인 독서모임 등 대부분의 모임은 꾸준히 이어지는 강점의 책방.
(신규 모집을 3년 전에 한 모임도 있다고 함)
원 데이 클래스, 오디오북같이 듣기 등 다양한 모임이 열리고 소상공인 모임을 통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1회성 모임들도 열린다고 한다.

책방 지기님도 글쓰기 모임에서 이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출간을 목표로 시작한 게 아니라 글쓰기 모임에서 뭔가 써야 하니 쓰셨고, 7년이 지난 시점에 이젠 무언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셨다고.

대부분의 모임이 그 자리에 모여서 읽고, 이후에 나누는 형식이라 몇 개의 모임을 제외하고는 숙제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쉬는 날도 없고 책방에서의 모임 + 강연까지 그 작은 체구로 어찌 다 소화하고 계시는 건지 그저 신기하다.

저자는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동력이 작용되는 요상한 특성을 품고 계셨는데, 그 동력이 10년째 가열차게 가동되고 있다는 게 너무 놀랍다.

조직 생활에서의 ‘왜요?’는 책방에서 ‘꺼끌꺼끌한 대화’로 이어져 누군가의 삶에 커다란 공명을 만들어 독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삶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저자의 ‘왜요?’의 힘!

나는 머리만 키우고 있는가? 삶의 변화를 이루고 있는가?
책을 읽는 분들이 한 번쯤 해봤으면 하는 질문이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제책을 읽자 ㅠㅠ

저자처럼 나의 동력을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나는 어떤 일이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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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다 지친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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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은대체왜그러는걸까
#차승민
#아몬드

<222p>

차승민 선생님을 알게 된 건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를 읽고 진행된 북토크에서였다. 정신의학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조현병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인 세상에서 치료감호소 근무 경력을 갖은 분의 이야기가 귀했다.

이번 책은 드라마, 영화, 책 속의 인물과 선생님이 진료한 면담자들의 에피소드를 변주해 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심리학, 정신의학으로 해석해 준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그 행동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해석은 이해하기 힘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겠고,
나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감당하기 힘든 사람의 여부를 판단의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책을 읽어도 이론의 적용이 어려운데, 이 책으로 교양서에서 만났던 이론의 적용되는 부분을 만나며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내가 드라마를 보며 해석했던 인물들이 선생님의 필터로 전혀 다르게 해석된 부분이었다.

<나의 아저씨> : 내가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에서 강윤희에 대한 해석
나는 강윤희의 외로움을 이해했다. 원가정에서 전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박동훈에게 지쳤음을 이해했다. 그렇다고 그런 인간이랑 바람피운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인간과 불륜은 1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강윤희의 외롭고 공허하다는 감정을 상대방에게 투시한 것이라는 것.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의 남편
나는 꽤 자신의 와이프를 위한다고 여겨지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런 놈이 내 남편이었으면 속이 터져 죽었을 수도… 😮‍💨

책에서 언급한 인물들이 내가 봤던 것과 일치하는 해석인가? 아닌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책. 거기에 다양한 고품격 개념들을 만날 수 있음.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중요한 존재로 여기며,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24p

우울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다.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울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감정과 생각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증상이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몸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갑자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단어를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심지어 환청이나 환시 같은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신체 증상들이 전면에 나타날 때 우울한 감정은 오히려 뒤로 가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본인도, 주변도 우울증인지 알아채기 더 어렵다. 122p

우울증은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 아니다. 선아도, 세이타로도, M도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텼다. 아무도 몰라줬고, 때로는 본인조차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 그리고 그들 모두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을 되찾았다. 우울증은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 이겨내려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기 쉽다. 126p


쌤 ~ 요거 2탄도 기다립니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관계의심리학 #인문교양서 #드라마속인물로알아보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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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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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치통이 올 때마다 너를 패줄 거야.” 39p
그 이후 이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치통’이 되었다.

어머니가 전하기를, 형은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하며 어머니는 요양원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30p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며 살았던 형이 사라졌다. 변호사인 하인은 형을 찾으러 지방으로 내려간다. 형의 마지막은 숲 관리인이었다고 했다. 형이 6개월 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2주 전부터 근무했다는 박인수는 전임자가 남긴 스도쿠 빼고 아는 게 없었다.
연구소 직원의 정보로 이 고장에서 오래 있었다는 세탁소 주인과 서점 주인들을 찾아가 봤지만, 형에 대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때 벌목꾼들과 사람들이 북적이던 이 고장은 연구소가 이전하고 입산 금지된 이 시점엔 한가하기만 하다.
이 고장에서 유일한 술집인 곳에 앉아 이 고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낸 하인은 식사 겸 술을 한잔하고 숙소로 향하는데 강한 불빛을 마주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알콜릭에서 겨우 벗어나 살아가는 박인수에게 술을 권하는 진.
그에게 직업을 권유한 대령은 과연 실존 인물일까?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박인수의 허상일까?
그에게 들리고 보이는 건 현실일까? 망상일까?

진이 키우는 부엉이는?
사택 밑의 지하실의 용도는?
숲과 연결된 지하실의 문은?
숲에 대해 캐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건 하인 형제뿐일까?

“가족보다 지독한 관계요?”
“가족이라고 모든 비밀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가족도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어서 내키지 않게 유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예요.”
“그 비밀이 이 마을에 계속 살게 한다는 거죠?”

한 모금만 마시겠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줌으로써 그를 더없이 자유롭게 했다. 양을 결정하는 사람은 전적으로 자신이었다. 그것은 그의 권한이었다. 동시에 그런 자유로움이 일종의 망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어떤 종류의 위안이 있었다. 216p

운명을 만드는 것은 과거였다.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현재 속에 중첩되고 현재를 간섭하다가 미래에도 살아남을 것이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과거와 현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224p

진 선생과 나눈 대화에서 그가 알게 된 점은 하나의 진실이 있으면 어디에든 또 다른 진실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알아야 하는 진실에는 끝이 없었다. 그것은 진 선생이나 이 마을에 대해서만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358p

추리소설의 문법으로 책의 1부를 연다. 그 기법은 책 속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탁월한 전략이다. 책의 중반부가 넘어가면 점차 추리소설의 문법이 흐려지며 점점 혼란에 빠진다. 과연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탐심과 중독에 빠진 자들이 얽힌 이야기들 속에 사실 규명은 점점 어려워진다. 사무장이 사실을 밝히는 자로 쓰일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는 그저 직장 동료 한 명이 증발했을 뿐인 사건을 경험했을 뿐이다. 이미 사무장으로 유능한 그는 언제든 다른 파트너를 만나면 되는 상황.

숲속으로 들어간 박인수도 부엉이와 나무들의 공격을 경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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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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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건대 이 소설은 봉준호로 열고, 나홍진으로 달리고, 박찬욱으로 닫는다.
야심 차다. 살면서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내가 이 책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서국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라는 수식어 하나였다.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고 텍스트를 좋아하지만 대충 읽는 습성으로 책의 제목에 ’빵‘만 머릿속에 넣은 상태였다. 충과 사육은 지운 상태로 읽은 사람. 🫣

책을 덮은 후 띠지의 남궁민 님의 책 요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평생 트럼펫 연주만 하던 정한은 이 연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근근이 산다. 그의 곁엔 보살 여친 유진이 있었으나 6년간 흐지부지한 생활을 하는 정한에게 마지막을 경고하는 질문에도 정한은 트럼펫을 선택한다. 그녀가 떠난 후에 그녀가 아닌 유진이 던진 대마의 잎을 줍는 것을 택한 정한. 😮‍💨

밴드의 멤버들 사이를 고려하여 양보를 택하는 정한은 자신보다 분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상황으로 피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 그의 선택이 과연 양보나 배려였을까? 결국 밴드에서도 유진에게서도 팽~당한 정한은 유진이 마지막 선물로 남겨준 취업지원센터의 권유로 귀농을 하기로 한다.

논산의 땅을 매입하고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무작정? 그렇게 다짜고짜? 🤷‍♂️ 농사가 그리 쉬운 줄 아나?
누구의 도움 없이 시작한 농사는 고되기만 하다. 동네 사람들의 인심을 사는 것도 농사일을 하는 것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고된 일 끝에 그가 손에 쥐는 건 근육통? 뿐인 상황… (이 노력과 시간을 들여 아르바이트를 진즉 했었으면…)

3년여의 딸기 농사 망~ 이후엔 앞날이 더 막막하다. 5년 후면 원금도 갚아야 하는데…

그 앞에 빵충을 키우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제안된다. 나라 지원 산업으로 새로운 먹거리 신개발 식용 곤충 육성을 통한 농가의 신소득원 발굴을 추진한단다. 신개발유용곤충육성 분양 지원 사업.

방토를 키우던 넉살 좋은 오경혜, 서울대 의예과(?)를 나왔다는 안영돈, 부농의 아들 신정수, 젊은 부부인 정소율과 강주원이 새사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빵충을 키우는 일을 하게 된다.

번데기 직전까지만 키울 것. 번데기로 변하는 순간 폐기. (이유는 맛없어서..라는데…)
개량 금지, 사육 환경에 소음 통제 및 유지할 것, 성충 사육 그지 등의 준수 사항을 꼬옥 지키란다.

유행의 바람을 타고 쏠쏠한 돈벌이를 하는 이들.. 그러나 곧 우후죽순 너도나도 빵충을 키워 가격이 뚝 떨어지고 고생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은 다시 적어지는데… 다들 죽는소리 와중에 혼자 위기는 기회라는 안영돈. 절대 금지라는 개량을 해서 자이언트 빵충으로 혼자만 돈방석에 앉는 일이 생긴다.

사람들의 수요는 이미 발생했고, 자이언트 빵충을 혼자 생산하는 독과점 업체가 된 안영돈.
나머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를 공격했지만, 결국 로열티를 내고 그를 왕좌에 앉히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왕을 모실 수 없었던 그들은 다시 공모를 하는데 자기들만의 자이언트 여왕을 만드는 것!
성충에 대한 위험성을 이미 경고했지만,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던 그들이 선택한 것은 마을과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양미주 집을 선택하는데…

더 높은 생산성과 효율을 위해 설계된 자연. 생산을 목표로 한 곳에서는 당연한 이치였다.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서만 조작됐다. 172p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가독성도 좋고 흡입력도 좋다. 마지막의 엔딩은 갸우뚱~하긴 했지만… 그래서 그 빚은 어찌 되는 건가요? 책 이후의 이야기가 더 무서울 수도… 🙄

인간이 문제야.. 😮‍💨

안전가옥스러운 책이었음.
책을 다 읽고 출판사 확인한 1인.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장편소설 #영화같은소설 #거장3명의작품이하나로 #탐욕 #욕망 #먹는걸로장난치기없기 #식용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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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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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창비

<229p><별점 : 5>

나는 사투리를 사랑한다.
공동체의 힘을 믿는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출간부터 지금까지 매해 겨울이면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는다.
아직까지 내 기준 한국 소설 중 재미 면에서 1등이다.

<찌니주의보> vs <아버지의 해방일지>
재미만으로 본다면 <찌니주의보> 승!
대중적은 측면의 인기를 예상했을 때는 후자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정지아 작가가 어머니 돌봄의 이유로 구례에 내려와서 드디어 장편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첫 작품이 <아버지의 해방일지>였고, 10년이 넘게 살면서 찐 구례인이 되어 나온 작품은 <찌니주의보>다. 사투리에 흠뻑 젖은 이야기는 전보다 유머 포인트가 많지만, 그만큼 어떤 이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투리는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직설적이고 날카롭고 더 과장되어 표현한다.
고맥락은 쿠션이 아니라 돌려까기 또는 지나친 과장까지 더해져 후벼판다.
하지만, 이들이 이 말이 생활 언어다.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하여 해석하면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그게 보통의 언어다.

시골은 시계가 천천히 간다.
토지의 박경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시골은 변화가 느리다고..
어느 지역은 아직도 구한말을 살고 있는가? 싶은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마을의 평균 연령이 78세. 60세 이장이 청년, 그의 아내 쑤언은 40으로 이 둘의 힘으로 낮춘 평균 연령이다. 그 평균 연령은 72세로 확 낮춘 인물들이 마을에 터를 잡았으니, 키가 크고 늘씬한 성진과 작은 혜진이다. 이 낯선 이름을 외우기 어렵기에 마을 어른들은 큰 찌니, 작은 찌니로 부르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과 크게 어울려 지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하게 왕래하는 어른이 생겨 그럭저럭 마을에 자리를 잡은 찌니들.

그런데!

찌니들이 말이여. 레지랴 레지.

구례 바닥서 다방 구겡 못헌 지가 십년도 넘었그마 레지는 먼 놈의 레지! 새 레지가 왔으먼 나가 모를 리가 없제. 구례 바닥서 나 안 거치고 물장사가 되가니! 20-21p / 자랑이유 한씨 아재.. 🤦

여자끼리 그럴 수가 있는감?30p

당장 쪼까내세! 32p

겨우 피해서 온 곳에서 또다시 휘청거리는 찌니들. 여전히 찌니들은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 지냈던 장씨마저 그들을 외면하니 이 마을에서도 떠나야하나?

남자여자 거시기허는 것은 안 거시기허고 여자끼리 거시기허는 것은 영 거시기한갑소이? 45p
쫌 글잖애.
사램 사는 거사 다 제각가이제. 사램이 밥만 묵고 살가니? 코쟁이들은 밥 안 묵고 살아도 우리보담 키도 크고 덩치만 좋대. 고것은 거시기 안 헙갑제? 45-46p

지금은 곁에 없는 한없이 자기 곁을 지켰던 시어머니 양촌댁에게 배운 찰진 한국어로 어정쩡하게 대처하는 이장에게 쏘아대는 쑤언의 지지와 찌니들의 지인 기화가 닭 양육을 이 마을에 맡기게 되며 다시 집 밖으로 찌니들이 나오게 되는데…



느그들이 난 년들이다, 난 년들이여. 한 년이 아프먼 딴 년이 밥이라도 채릴 것 아니냐. 225p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열린 사고를 품는 시골 어른들.
어른들은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이 늦는 편이니까.
그들이 경험할 때까지 조금 기다린다면 언젠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날이 온다.
국적, 나이, 성별, 성정체성은 달라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죠. 생각은 같잖아요.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네, 푸른 꿈을 펼쳐나갈 내일이 있으니까~ (가사 변형. 김성희 / 세계는 친구/이 노래 아는 분이 있으실랑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위아더월드 #우리는친구 #사투리 #한국문학 #장편소설추천 #사투리가득 #말맛 #사투리의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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