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치통이 올 때마다 너를 패줄 거야.” 39p 그 이후 이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치통’이 되었다. 어머니가 전하기를, 형은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하며 어머니는 요양원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30p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며 살았던 형이 사라졌다. 변호사인 하인은 형을 찾으러 지방으로 내려간다. 형의 마지막은 숲 관리인이었다고 했다. 형이 6개월 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2주 전부터 근무했다는 박인수는 전임자가 남긴 스도쿠 빼고 아는 게 없었다. 연구소 직원의 정보로 이 고장에서 오래 있었다는 세탁소 주인과 서점 주인들을 찾아가 봤지만, 형에 대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때 벌목꾼들과 사람들이 북적이던 이 고장은 연구소가 이전하고 입산 금지된 이 시점엔 한가하기만 하다. 이 고장에서 유일한 술집인 곳에 앉아 이 고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낸 하인은 식사 겸 술을 한잔하고 숙소로 향하는데 강한 불빛을 마주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알콜릭에서 겨우 벗어나 살아가는 박인수에게 술을 권하는 진.그에게 직업을 권유한 대령은 과연 실존 인물일까?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박인수의 허상일까?그에게 들리고 보이는 건 현실일까? 망상일까?진이 키우는 부엉이는?사택 밑의 지하실의 용도는?숲과 연결된 지하실의 문은?숲에 대해 캐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건 하인 형제뿐일까?“가족보다 지독한 관계요?”“가족이라고 모든 비밀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가족도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어서 내키지 않게 유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예요.”“그 비밀이 이 마을에 계속 살게 한다는 거죠?”한 모금만 마시겠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줌으로써 그를 더없이 자유롭게 했다. 양을 결정하는 사람은 전적으로 자신이었다. 그것은 그의 권한이었다. 동시에 그런 자유로움이 일종의 망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어떤 종류의 위안이 있었다. 216p운명을 만드는 것은 과거였다.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현재 속에 중첩되고 현재를 간섭하다가 미래에도 살아남을 것이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과거와 현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224p진 선생과 나눈 대화에서 그가 알게 된 점은 하나의 진실이 있으면 어디에든 또 다른 진실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알아야 하는 진실에는 끝이 없었다. 그것은 진 선생이나 이 마을에 대해서만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358p 추리소설의 문법으로 책의 1부를 연다. 그 기법은 책 속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탁월한 전략이다. 책의 중반부가 넘어가면 점차 추리소설의 문법이 흐려지며 점점 혼란에 빠진다. 과연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탐심과 중독에 빠진 자들이 얽힌 이야기들 속에 사실 규명은 점점 어려워진다. 사무장이 사실을 밝히는 자로 쓰일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는 그저 직장 동료 한 명이 증발했을 뿐인 사건을 경험했을 뿐이다. 이미 사무장으로 유능한 그는 언제든 다른 파트너를 만나면 되는 상황. 숲속으로 들어간 박인수도 부엉이와 나무들의 공격을 경험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