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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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엄마와딸들의미친년의역사
#이랑
#이야기장수

<260p>



고통을 가하는 주체인 엄마와 괴물인 아빠 사이에서 성장한 3남매 중 둘째 이랑이 기록한 가족 에세이다. 2021년 여름 엄마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출발해 자신과 언니 그리고 엄마의 기록을 모으려 했으나, 21년 겨울 언니가 자살한다. 고통의 4년을 보내며 천천히 ‘죽기 살기로’ 쓴 책이다.


책날개의 저자의 소개를 읽기가 참 힘겹다.

가난, 죽음, 슬픔, 불안과 고통을 기꺼이 직시하며 말과 노래의 쓰임을 고민하는 아티스트.

2021년 언니 이슬이 세상을 떠났다.
2024년 20년간 함께 산 고양이 준이치가 이 별을 떠났다.


이랑은 살아 있다.

/ 책날개 저자 소개 중

내가 어릴 적 기억하는 엄마는 항상 우울하고, 자주 울고, 소리 지르고, 신경질 나 있고,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엄마가 어린 우리를 훈육할 때 훈육이라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심하게 느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짓거나,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버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어린 나에게 가장 큰 사랑과 고통을 주는 대상은 어쨌거나 엄마였다.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우고, 가끔 집에 와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부수는 아빠는 그냥 괴물일 뿐이었다. 39p

사랑하면 떠오르는 존재. ‘부모’
이랑에게 엄마는 고통을 주는 사람. 아빠는 괴물로 설명한다.
이들 둘 사이의 문제였을까?
이랑의 부모의 문제는 그 부모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를 붙잡고, 산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그도 막혀 매일 장롱 속 이불에 머리를 박고 소리를 질러야만 했던 엄마.

사랑을 주지 않는 엄마와 배다른 또래의 이모와 남자라 사랑받는 오빠 사이에서 언제나 질타만 받고 자라야만 했던 엄마는 결국 가족에게 ‘미친년’이라는 낙인을 받고, 팔리듯 결혼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폭력적인 남편과 3아이의 엄마로(아픈 막내를 낳아 기르며 더 치열해진 삶) 살아가는 엄마의 살려는 몸부림 속에 3 아이가 함께한 삶이다.

둘째인 이랑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 후 집에서 탈출한다.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두 딸에게 신경 쓸 수도 없었던 엄마와 언니는 계속 함께다. 이랑에 비해서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던 언니는 그 힘겨운 와중에도 특수 교육을 공부하고 교사가 되어 살려고 몸부림을 쳤다.

가족의 힘겨운 서사는 왜 대물림 되는 것일까?
이랑의 엄마의 삶이 고스란히 이랑의 외조모의 삶과 닮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일하게 의지하고 싶었던 사랑하는 언니와 가까운 친구들의 죽음. 그리고 20년이나 함께 살았던 고양이 준이치마저 떠나보낸 이랑.

이 슬픔 가운데서 살아내고 있는 이랑.

이런 이랑의 글을 읽고 아마도 출판사에서 가장 멋지게 책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가격에 이런 만듦새라니!
가름끈에 은박에 양장인데 이 가격으로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아마도 이 미친년의 역사를 끊어내고 위로하고 그녀의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삶은 이렇게도 고단하다. 너도 나도 세상 사는 일 똑같이 힘겨워라고 하기엔 그 강도와 고통의 깊이가 이리도 다르다. 부디,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하지 말고 힘겨운 사람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미친가족의역사 #끊어져야할역사 #에세이 #가정폭력 #가정폭력생존자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중략)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이키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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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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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읽은 사람으로 이번 책은 기존의 작품에 비해 소재가 확 넓어졌고, 기존 작품들이 청소년들을 독자를 타깃으로 두고 썼다고 느껴졌다면, 이 작품은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작품이라 생각됐다. <노 피플 존> + <혼모노> 합쳐진 느낌이랄까

🌻 나의 살던 고향은
한 명의 퇴사한 상황이라 그가 하던 업무까지 맡아 점점 더 바빠져 본가에 갈 틈이 없는 중에 꼭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별일 아니라는 엄마는 발가락이 절단되어 병원에 누워있는데.. 산에 갔다가 덫에 걸렸다는 엄마의 말이 덫을 놓은 사람을 찾아가는데… 피해자라 생각했던 엄마가 도둑이라고?

🌻광일
큰 비 예보가 있다고 오늘 일을 일찍 끝내고 들어오라는 아내의 당부가 있었던 날, 병색이 완연한 한 노인을 택시에 태운다. 꽤 큰돈을 부르며 태안을 가자고 하는데… 빈 택시로 올라오는 것을 감안하고도 남을 돈을 받고 가기로 한다. 손님은 자신보다 어린 애인을 만나러 간다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에서 나온 사람은 볼품없이 나이 든 남자와 그의 아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빈 차로 올라가나 싶었는데 자신을 은인이라는 손님을 다시 태우고 서울이 아닌 다른 목적지로 다시 향하게 되는데…

🌻위탁의 위탁 사이
부모의 불화로 초등 시절 외조부 댁에 맡겨진 아이는 취업을 준비하던 중 할머니의 병간호를 맡는다. 3년여간의 동거 중 자신을 잘 보살펴주는 할머니가 동네 사는 할아버지를 돕는 모습을 보고 마는데..
다시 찾아온 부모와 집으로 돌아가서 알게 된 사실은 부모가 한참 전부터 같이 살고 있었다는 것. 쓰레기 더미에서 강아지를 입양해서 정성으로 기르고 있다는 것. 둘이 합치면서 왜 자신을 부르지 않았을까? 할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며 살던 할머니에게 왜 친절하지 못했을까? 이 간병은 빚을 갚는 일일까?

🌻반의반의 반
자녀와 손녀가 보기에 예전에 비해 인지 장애가 있는 영실은 검사만 하면 정상으로 나온다. 아이가 10살쯤 이혼을 하고 혼자 키우는 윤미는 엄마를 돌보느라 자꾸 가게 문을 닫는 일이 신경 쓰이고, 성남과 여주를 오가며 영실을 돌보기 버거운 이들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게 된다.
자녀와 손녀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오천만 원을 도난당했다는 영실. 집에 있던 돈은 아무리 생각해도 요양보호사가 가져갔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하게 되는데..


🌻회생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준비를 하던 수영에게 아버지는 돈을 부탁한다. 노량진 원룸의 월세 보증금을 빼내고 훨씬 싼 동네에 이사를 하고 동네 나눔방에서 물품을 나눔 받아서 살아간다. 공부 보다 나눔방을 들여다보며 댓글을 달고 나눔 받는 일에 더 시간을 쏟는데.. 좋은 물품을 나눔만 하는 ‘요술램프’의 효소 나눔에 암 걸린 어른이 양보를 요구하며 자신이 그동안 나눔을 받기만 한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일로 나눔 천사 ‘요술램프’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이미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한 상태. 대학 동기인 요술 램프의 친절을 받으며 그 집에 함께 살게 되는데..

🌻사망 권세 이기셨네
이단 사이비의 무서움.

🌻내가 있어야 할 곳
학교에서 늘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그들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일로 학교에서 징계가 내려지게 되는데, 그 아이 곁에 보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다.
조부모의 집으로 주소를 옮기고 전학을 가는 것 vs 아픔을 품고 캐나다로 이민 간 이모에게 가는 것.
한국에만 남게 해달라고 요구가 묵살되고 캐나다로 향한다. 캐나다에서 잘 적응하고 이모 부부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적응했는데 캐나다에 방문한 엄마는 돌연 다시 한국에 귀국할 것을 명령한다.
그런 이모의 역이민. 나이에 비해 한참 더 늙어 보이는 이모의 한국 정착에 대해 엄마와 외삼촌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단편문학집 #신간소설 #독모를부르는책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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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 - 시인 리디 다타스가 모으고 되살린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들
크리스티앙 보뱅.리디 다타스 지음, 신승엽 옮김 / THE CIRCLE PRESS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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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리디 다타스가 모으고 되살린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들

#세상의빛
#신승엽 옮김
#1984books

시를 어려워하는 하고,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이라 보뱅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1984books 책이 너무 예뻐서 보이면 책의 모양을 감상하는? 일을 즐기는데 이 책의 옮긴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니 출판사 대표님??이 번역을??
대표님의 누나인 신유진 번역가는 번역가이고 아주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표님도 불어를 번역할 정도로 잘 하신다고요?? 어릴 때 프랑스에 가서 사신 것도 아니잖아요? 글쓰기와 언어 감각도 유전인가봉가..

나는 자격지심도 모난 구석도 많다. 모자람이 가득한 나를 다듬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힘든 삶에서도 버텨내는 외유내강의 엄마와 엄마가 만들어준 환경.(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게 이끌어주신 것) 그리고 나에게 따스한 말과 다정한 시선을 보내주는 사람들이다. 한없이 부족한 것을 들추지 않고 예쁜 포장으로 덮어준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거스를 수 없어 그런 척이라도 해보려 노력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로 왔다.

선함으로 물들이는 그대들의 따스함에 오늘도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의 노력에 박차를 가해본다. 열심히 갈고닦다 보면 어느 순간 맨질맨질한 표면이 생기겠지.

사랑하는 것에 이름을 부이는 건, 더 잘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의 덧붙임이다. / 헤일메리에서 로키의 질문에 대한 답이네. 31p

진정한 용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천국의 희망을 붙드는 데 있다. 40p

오늘날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죽음이 주는 명료함 외에는 다른 명료함이 없다고 믿게 만들려 한다. 푸른 하늘을 긁어내어 끝내 검은 하늘을 발견하는 것이다. 다른 걸 찾으려 하면, 당신은 위안을 찾는다고 비난받는다. 그리고 이 환멸이 시대의 병적인 붕괴와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닫혀 있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늘 미래가 있다. 그들이 미래로부터 나에게 오는 것만 같다.
모든 게 무너졌을 때도, 꺼지지 않는 빛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에게 남는 것들.
70-71p 편집

독서는 그 영혼을 파내는 일이다. 책 속에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를 되살릴 수도 있는 무언가가 있다. 165p

저자가 살아있다면 이 책이 나온 것을 기뻐했을까? 개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들어 있어서 좋았지만 (어두움을 쓰는 작가는 보뱅에게 팽 당함. 선과 빛을 쓰는 작가만 보뱅에게 o.k 받을 수 있음) 대차게 대작가들을 깐 부분도 흥미로웠달까? ㅋ 프루스트를 가장 많이 깠는데 이건 디스인가? 아닌가? 싶었음. 잘 썼다고 까다니 ㅋㅋㅋ

이 책을 읽고 도스토옙스키 <백치>가 궁금해졌다는 책방 지기님.
나는 보뱅이 왜 백치를 좋아했는지 백치 1을 읽으니 조금 알겠으나, 끝까지 읽고도 그 생각이 같을지 궁금한 상태임.

다소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끝까지 선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책의 말이 좋았고, 그런 삶의 태도를 지키려 애쓰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아서 더더욱 행복했다.

아이들 사이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적 대응보다 최대한 선한 방법을 찾는 편이다. 아이들에겐 용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잘못을 용서받았을 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의 발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으면 뉘우치고 반성할까? 처벌을 받은 아이보다 용서를 받은 아이가 더 괜찮은 성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으련다. 훈수 반사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유명인의말 #선함이이기는세상 #에세이추천 #프랑스문학 #외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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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뇌과학 - 복잡한 세상이 단숨에 읽히는 필수 지식 27
양은우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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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이 단숨에 읽히는 필수지식 27


최근 <뇌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 뇌가 나를 조종한다고? 요즘 가장 발전하는 핫한 분야 중 하나가 뇌과학이 아닌가? 과장한다면 자고 일어나면 신선한 내용 하나가 추가되어 있는 분야?
기존에 있었던 뇌과학 교양서에 최신 업데이트 버젼 추가된 책이라고 할까?

내가 뇌의 주인일까, 뇌가 나의 주인일까?
부정적인 생각은 왜 부풀어 오르나? 파페즈 회로 / 폐쇄적인 연속 흐름이라 빠져나갈 수는 없고 반복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럼 어쩌라고? 빨리 다른 생각으로 벗어나라!


자면서 꿈을 꾸는 중에 인간의 몸은 마비 상태가 된다. 이유는 함께 자는 반려 동물이나 갓난아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오호! 이런 상태에서 살포시 정신이 깨면 가위 눌리는 경험! 그리고 꿈 꾸면서 움직이는 현상은 수면 장애. (몽유병 포함)

아이들이 늦게 자는 이유 ? 어른에 비해서 멜라토닌 나오는 시간이 2시간 늦다.
성인 오후 11시쯤 아이들 1시쯤
고로 아이들은 오후가 되어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뇌 상태가 된다는데..
등교 시간을 늦춰야?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교양인문서 #뇌과학교양서 #중고등성인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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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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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2

저자의 전작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의 글을 읽고 저자의 글 솜씨에 입을 쩍 벌리다 못해서 턱이 쭉 빠졌었다. 신간이 나왔다는 정보를 인친 님의 피드를 통해 알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전작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나 혼자 속상했었음.)

저자는 국어 국문과와 영상이론을 공부하고 광고,마케팅업계에서 일하시다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던 중 아이가 아파 간병을 하며 첫 책을 쓰셨다. 현재 아이와 개를 돌보며 읽고 쓰는 데 전념하고 계신다고 한다.

이 책은 <한겨레21> 기고했던 칼럼을 다시 고쳐 묶어서 낸 책이라고 한다.
바로 전 피드의 말을 다시 소환한다. 글을 써서 돈을 받는 사람. 언론인의 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로 그런 글이다. 앞에 소개한 책은 그런 사람이 쓴 에세이라 직선과 곡선의 변주곡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과녁 정 중앙에 꽂히는 화살 같은 느낌이다. 적확함을 위해 다소 허들 높은 단어들을 만나기도 하는 고퀄의 문장과 어휘를 만나면서도 그래 내 말이 이 말인데.. 내가 하면 장황하고 전달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것들을 이보다 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고 인정할 만한 글.

아이를 돌보면서 보이는 사회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돌봄에서 시작한 그녀의 시선은 사회 전반의 문제로 퍼진다. 저자의 글로 잠시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더 조여오기도 하지만, 이런 글이 널리 읽히고 담론화되어,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아빠가 법무부 장관이 아니어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장애나 질병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겪었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33p

이도 저도 아닌 위치의 다수 시민들은 일상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평범한 아이들은 꿈 대신 체념에 익숙해지며, 힘없는 어른들은 권위에 굴복하게 된다. 차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므로 자신의 ‘분수’에 맞게 소시민의 삶을 영위하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 정치인의 탐욕이 사회에 특히 해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4p

노동을 비롯한 일상의 모든 활동이 민주주의 덕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개인의 습관이 되고 사회의 관습이 된다. 특히 노동자가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노동을 민주적 해우이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직장 내 민주 노조의 유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가 일할 때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온전히 발휘하고 협업을 경험함으로써 마침내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86p

과거와 현재는 단절되지 않는다. 한병철의 말대로 행복은 어느 한 시점에 국한된 개별 사건이 아니며 과거까지 뻗어 있는 건 궤적을 꼬리처럼 갖는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행복을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한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해 지금도 유효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오직 서사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사진첩이 과거를 소생시키고 행복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누적된 데이터가 아니라 선택된 기억과 맥락에 따라 배치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의 틈이나 균열이 몇 번이고 과거를 새롭게 소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161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산문추천 #신문칼럼 #사회문제 #함께고민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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