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초급반 - 열두 번의 낮과 밤, 매일의 공부와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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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베루스는 ‘주말‘에서 ‘주‘ 자를 한자로 써달라고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나에겐 아주 익숙한 글자였지만, 그는 그 형태를 보고 아주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저렇게 복잡한 글자가 위크Week라니..."

 종일 누워 있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도 언제 어디tota to te나와서도국 매일나기하면갈그래도 해가 뜰 때까지는 침대에서 버텼다. 방이 환해졌고 때마침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갈 곳은 온천밖에 없었다. 온천에서 막 동이 튼 후지산이 보였다. 몇 번 보았다.
고 벌써 배경화면을 보듯 시큰둥해졌다. 풍광을 보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하루나 이틀까지만이다. 몇 번만 접하면 아무리 기가 막힌 광경도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평생 기막힌 경치만 보고 사는 사람 또한 행복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탄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다른 경치를 보러 떠나야만 한다. 적당한 행복을 느끼려면 끝없이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눕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낯선 방에 가야 하는, 그것 또한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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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건너
야프 로번 지음, 박영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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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읽어보지 못했던 나라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다.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이며 2021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고, 2023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랑과 돌봄’의 키워드가 있는 작품으로 가독성이 좋고 책은 홀로 흘러가는데 나 홀로 감정에 머물러 나아가지 못하는 지점이 많았다.

브라이언은 아빠와 형이 뤼시엔이 있는 요양원에 도착한다.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자주 오진 못한다. 원래 있던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옮겨진 뤼시엔. 이 건물이 리모델링을 준비하느라 방을 옮겼다고 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는 6주간 입원자들 대부분은 잠시 퇴소를 해야 한다는데… 주양육자인 엄마는 신혼여행을 갔단다. 자신에게 양육에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하던 아빠는 6주간의 돌봄에 비용이 지급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태도를 바꾼다. 아버지인 자신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란다.

브라이언과 아빠는 카라반에 거주하고 있다. 그 임대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쫓겨나기 직전인데 여기에 어떻게 형을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형을 데려오기 직전 하나 남은 카라반의 임대를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고물상 주인 형제가 감옥이 간 뒤로 아빠가 잠시 카라반 대여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차에 순진한 임차인 에밀이 아버지의 고객이 됐다.

형 뤼시엔과 임차인 에밀 그리고 형의 요양원에 있는 셀마와 관계를 맺는 브라이언. 아버지가 자리를 자주 비우기에 브라이언은 이들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형의 요양원에 가서도 아버지는 담배를 피운다며 형 곁을 떠나 있기에 형과 친구인 셀마와 썸을 타고, 집도 자주 비우기에 형을 돌보는 일을 혼자 감당하며 에밀과 친분이 생긴다. 종종 폭력적이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형을 혼자 돌보는 일을 기꺼이 감당한다. 하지만 사춘기 소년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형을 온전히 돌보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엄마는 장애를 갖은 형에 갇혀 살았고, 모든 상황에 남 탓을 하며 회피했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브라이언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며 꼼수를 부리는 아버지와 살며 그들이 던진 상황을 감당하며 산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하지만, 브라이언은 원망을 하지 않는다.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악한 방식을 택하지 않는 지혜를 발휘한다.

집주인의 압박과 형의 돌봄. 에밀의 상처를 건드리는 아빠. 브라이언은 미래는 어떻게 될까?

”루시엔한테 해주는 것처럼 내 손가락들도 쓰다듬고 싶어요?“ 내가 손을 내밀며 물었다.
”네 손가락은 네가 쓰다듬을 수 있잖아.“ 엄마가 숨죽여 낮게 말했다. 139p

엄마 아빠의 행동이 과하지만, 일정 부분 그들의 회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 곁에 사랑스러운 브라이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았을 텐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사랑과돌봄 #부모의자리 #돌봄의자리 #장편소설 #신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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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어린 시절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말하는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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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공]
#예수의어린시절
#J_M_쿳시
#말하는나무
왕은철옮김
#헤세드서평단

<390p>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어나 대학에서 영문학 공부. 영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함.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 영문과 교수. 다시 본국에서 영문과 교수로 지내며 소설을 씀. 2003년 노벨문학상과 부커상 2회 수상 기록을 갖은 작가.

저자의 최근작 <폴란드인>만 읽어본 사람으로 저자의 작품을 내가 잘 읽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 작품에 함축된 의미를 내가 다 읽어내지 못했었다. (도움이 필요한 작품)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혼자 읽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리뷰를 읽었었기에 이 시리즈 작품을 읽기 전 걱정이 있었지만, 저자의 매력을 느끼기에 이 책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자체가 좋았고,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 저자 입문작으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4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몬과(시몬이라 하기로 했다.) 한 다섯 살로 추정되는 다비드라 부르기로 한 아이는 낯선 도시에 도착한다. 그들의 과거는 배를 타고 오는 도중에 사라져 그들의 과거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시몬은 같이 배를 타고 오던 중 혼자인 아이 다비드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다. 정착을 위해 일자리와 머물 곳을 찾는데 센터의 직원은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다.
안내를 한 곳은 잠겨있고, 자신들이 배정받은 방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피곤과 배고픔과 갈증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런 그들에게 안내를 한 여인은 물을 제공하고 자신의 거처의 야외의 잠자리를 내준다. (친절인가? 아닌가?)

임시 거처에 짐을 풀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 시몬은 부두로 향한다.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않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무거운 짐을 나를 만한 몸으로 보이지 않지만 감독은 시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가 일하는 동안 다비드와 함께 있어준다. 감독과 함께 자신을 감독하는 아이에게 자신이 약하지 않음을 아이에게 창피함을 주지 않으려 그는 힘을 내 일을 한다.

시몬에겐 목표가 있다. 다비드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것. 그리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 새로 제공된 거처에서 아이의 친구인 피델과 그에게 대가 없이 음악을 가르쳐 주는 그의 엄마, 엘레나를 만나며 또래와 교류도 시작된다. 다비드의 어머니라고 시몬이 확신한 이네스를 만나기 전까지..

시몬은 우연히 만난 이네스에게 다비드의 엄마라 확신하고 그에게 다비드의 엄마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다비드가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거처를 내어주고 자신은 부두에서 지내는 것을 선택한다. 처녀인 그녀가 다비드의 온전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네스는 다비드를 과보호하고, 그런 다비드의 곁에서 시몬도 함께 돌본다. 과보호하며 키우고 싶어 하는 이네스와 사회 속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시몬. 하지만 양육의 결정은 전적으로 엄마인 이네스의 선택에 달렸다.

친구와의 교류가 단절되고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다비드.
돈키호테를 옆에 끼고 천재 스멜을 풍기지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특수 교육을 받는 것을 권하지만 이네스는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아이의 호기심과 자유로운 생각을 존중해야 할 것인가? 사회화하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왜 여기에 있게 되는 걸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이유로 여기에 있는 거야. 우리에게 살 기회가 주어졌고 우리는 그 기회를 받아들였다. 산다는 것은 대단한 거란다. 그 어떤 것보다도 대단한 거란다. 33p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81p

아이가 자궁을 떠나게 되면, 생명을 주는 자로서의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소진된 힘에 불과해요. 그때부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배려이고, 그것은 남자도 여자처럼 줄 수 있는 것이에요. 145p

아이는 자유로워야 해요. 아이는 어린 시절을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아이가 학교에 온다고 자유를 포기하는 건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자유를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의 말을 듣는다고 자유를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자유는 규율과 노력과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276p



책의 내용으로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를 정확하게 찾기 어렵다. 성경 지식이 있다면 다비드의 모습이나 부모의 모습에서 성경에서 말하는 바를 연결 지을 수 있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제목 발목이 잡혀 읽을 필요가 전혀 없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그보다 가족의 의미와 사랑과 책임에 대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행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비드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 앞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1+1이 꼭 2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로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고민하게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언제부터 사라지는 것일까? 작디작은 부드러운 손을 잡고 너를 끝까지 지켜줄게! 너의 호기심을 지켜줄게! 다짐하던 그 마음은 언제 사라졌을까?

<예수의 어린 시절>, <예수의 학창 시절>, <예수의 죽음> 예수 삼부작은 2026년 후반기 영화로 나온다는데 감독은 이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하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노벨문학상작가 #부커상작가 #예수삼부작 #교육 #자유와규칙 #양육의방향 #부모의자리 #가족이란 #장편소설추천 #독서모임추천도서 #영화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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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이원정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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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이원정
#양양하다
#헤세드서평단

<143p>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 아버지 vs 늘 물 속에 잠겨있는 아들
연금술사인 남편에게 아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로 투명한 증류기를 선물로 남기고 떠났다. 영원히 썩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증류기는 세상에 지워져버린 생명을 억지로 돌려놓았다. 처음 증류기를 사용했을 때 그는 알지 못하는 죽음들을 무작위로 생명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다 그들의 삶에서 불순물(슬픔)을 뺀 생명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완벽한 모습으로, 순금처럼. 그는 스스로를 신이라 했다. 🌬️

썩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내겠다는 남자의 집념 vs 점점 좁혀오는 조사관의 추척

달빛이 강해 잠을 잘 수 없는 아들을 위해 호수를 수련으로 덮었다. 꽃을 꺾는 소녀의 행동을 멈추기 위해 사용하던 수련이었다. 꽃 대신 자신을 꺾은 소녀를 위해 밤이면 필 수 없게 되었다는 수련.

수련때문이었을까? 아들도 소녀처럼 스스로 자신을 꺾었다.
그런 아들의 피도 증류기에 넣었다.
평소와 다르게 증류 현상이 일어나고 아들의 피에서 불순물을 제거할 타이밍을 놓쳤다.


아들 방은 아이의 사이즈에 맞는 가구로 채워져 있었다. 이 작은 침대의 주인이 누구일까? 상상하는 아이가 다시 그 방을 이용한다. 여전히 달빛이 눈부셔 잠을 잘 수가 없는 아이가.

남자는 종종 집을 비우고, 남자가 준비한 빵과 잼을 먹는다.

비가 내려 달빛이 희미한 날, 아이처럼 남자도 물방울을 후두둑 떨어뜨린다.

❝비를 맞았니? ❞

어른이 되면 감정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기쁨도 슬픔도 조금은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는 줄 알았다. 어쩌면 어릴 때보다 더 감정 앞에 휘둘리는 게 어른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당황했다면, 지금은 그 당황의 원인을 찾으려 할 수 있는 자각 정도가 생겼달까? 여전히 때때로 내게 닥친 감정 앞에 ‘얼음’이 되며 어린 나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런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좋을까?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그랬다. (악뮤가)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아주 예쁜 돌을 품자.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짧고굵은책 #중편추천 #한국문학 #출판사첫소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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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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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강영호가 남긴 글을 동생 강상호가 책으로 출간하면서 천산 수도원 벽서의 존재가 알려지고, 교회 강사 차동연이 발굴에 나선다. 밖에서는 그런 공간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파르고 험한 천산의 정상에 위치한 천산 수도원. 헤브론성 혹은 하늘집이라 불리던 이곳엔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공동체가 있었다. 산 아래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산사람들이라 불렀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곳에 모였을까?

해안 초소가 있는 하루에 두 번 버스가 오가는 외진 마을에 제대를 6개월 남긴 박중위는 20살 연희를 마음에 품는다. 예전 주일학교 긴 생머리의 여선생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녀를 갈망하게 된다.

박 중위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연희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팔자 고칠 기회를 내팽개친다고 했고 굴러온 복을 걷어찬다고 했다.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런다고도 했고 아직 어려서 그런다고도 했다. (중략) 그들은 한결같이 그녀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그 모든 판단의 근거는 박 중위 집안의 경제적 능력이었다. 61p

10살 전에 고아가 되어 삼촌 집에서 성장하며 시내 미용실 보조로 일하고 있는 연희에게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부모를 두고 곧 미국 유학을 예정한 박중위의 배경은 굴러온 복이라 불릴만했다.

박중위와 연희의 만남을 주선한 건 삼촌이었다. 삼촌을 만나러 나간 자리에 있었던 것은 박중위였다.


우리 삼촌은? 하고 삼촌을 만나러 온 연희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중략)
문을 열리지 않을 거예요, 내가 말할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했어요, 하고 말했다. 왜요? 하고 연희가 물었다. 왜냐하면 제가 연희 씨를 사랑하니까요, 박 중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79p


연희 누나가 사라졌다. 내가 라면만 얻어먹지 않았어도…
후는 박중위를 헤치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천산 수도원에 머문다. 이름을 내려두고 매일 새벽 기도회와 주어진 일을 하고, 성경을 읽고 필사하고 명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세상으로 다시 나온 건 정치폭력이 헤브론 성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선글라스를 쓴 권력자를 도와 선글라스를 쓰고 보필하며 군에서 정치까지 쭉 이어져 왔던 인연을 아내의 죽음으로 모두 내려둔 한정효를 묶기 위한 장소로 택함을 받아 지금의 인원 중 반은 세상으로 보내지면서였다.

연희 찾아 삼만 리~ 후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연희 누나를 찾는다.
한정효 또한 세상으로 홀로 보내져 거리를 떠돈다. 수도원 형제들의 목숨과 맞바꾼 선택이었다.

연희는 왜 사라졌을까?
후가 연희를 그토록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권력을 다 내려둔 자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성경의 암논 압살롬 다말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 쓰시다니… 😳


젊은 군인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엄청난 일을 했어. 하기야 대부분의 엄청난 일들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지. 무엇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259p

하찮은 것이 자주 위대한 것을 이겨요. 343p

무덤 벽에 성경을 필사하는 소박하고 독창적인 장식은 고난을 넘어 마침내 얻게 될 영광에 대한 그들의 투철하고 간절한 믿음과 소망의 표현이었다. 406p

이승우 작가 책은 집중을 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건 시작이 추리소설급 긴장감을 동반하며 책 안으로 들어가기 수월한 장점이 있다.
작가책 중 가독성이 좋은 책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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