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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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강영호가 남긴 글을 동생 강상호가 책으로 출간하면서 천산 수도원 벽서의 존재가 알려지고, 교회 강사 차동연이 발굴에 나선다. 밖에서는 그런 공간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파르고 험한 천산의 정상에 위치한 천산 수도원. 헤브론성 혹은 하늘집이라 불리던 이곳엔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공동체가 있었다. 산 아래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산사람들이라 불렀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곳에 모였을까?

해안 초소가 있는 하루에 두 번 버스가 오가는 외진 마을에 제대를 6개월 남긴 박중위는 20살 연희를 마음에 품는다. 예전 주일학교 긴 생머리의 여선생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녀를 갈망하게 된다.

박 중위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연희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팔자 고칠 기회를 내팽개친다고 했고 굴러온 복을 걷어찬다고 했다.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런다고도 했고 아직 어려서 그런다고도 했다. (중략) 그들은 한결같이 그녀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그 모든 판단의 근거는 박 중위 집안의 경제적 능력이었다. 61p

10살 전에 고아가 되어 삼촌 집에서 성장하며 시내 미용실 보조로 일하고 있는 연희에게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부모를 두고 곧 미국 유학을 예정한 박중위의 배경은 굴러온 복이라 불릴만했다.

박중위와 연희의 만남을 주선한 건 삼촌이었다. 삼촌을 만나러 나간 자리에 있었던 것은 박중위였다.


우리 삼촌은? 하고 삼촌을 만나러 온 연희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중략)
문을 열리지 않을 거예요, 내가 말할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했어요, 하고 말했다. 왜요? 하고 연희가 물었다. 왜냐하면 제가 연희 씨를 사랑하니까요, 박 중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79p


연희 누나가 사라졌다. 내가 라면만 얻어먹지 않았어도…
후는 박중위를 헤치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천산 수도원에 머문다. 이름을 내려두고 매일 새벽 기도회와 주어진 일을 하고, 성경을 읽고 필사하고 명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세상으로 다시 나온 건 정치폭력이 헤브론 성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선글라스를 쓴 권력자를 도와 선글라스를 쓰고 보필하며 군에서 정치까지 쭉 이어져 왔던 인연을 아내의 죽음으로 모두 내려둔 한정효를 묶기 위한 장소로 택함을 받아 지금의 인원 중 반은 세상으로 보내지면서였다.

연희 찾아 삼만 리~ 후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연희 누나를 찾는다.
한정효 또한 세상으로 홀로 보내져 거리를 떠돈다. 수도원 형제들의 목숨과 맞바꾼 선택이었다.

연희는 왜 사라졌을까?
후가 연희를 그토록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권력을 다 내려둔 자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성경의 암논 압살롬 다말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 쓰시다니… 😳


젊은 군인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엄청난 일을 했어. 하기야 대부분의 엄청난 일들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지. 무엇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259p

하찮은 것이 자주 위대한 것을 이겨요. 343p

무덤 벽에 성경을 필사하는 소박하고 독창적인 장식은 고난을 넘어 마침내 얻게 될 영광에 대한 그들의 투철하고 간절한 믿음과 소망의 표현이었다. 406p

이승우 작가 책은 집중을 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건 시작이 추리소설급 긴장감을 동반하며 책 안으로 들어가기 수월한 장점이 있다.
작가책 중 가독성이 좋은 책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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