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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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루이
#이노우에아레노
#윤은혜_옮김
#필름_출판

<287p>#서평도서

“이 집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지금 그거, 굉장히 좋은 말이다.“
”뭐랄까, 우리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아?“
”맞는 말이야. 한참 남았지.“
”맞아. 한참 남았어.“

56년을 알고 지냈고, 30년부터 친한 친구로 지낸 데루코와 루이.
”도와줘“라는 루이의 한마디로 45년간의 지난한 결혼 생활에서 탈출할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아내를 섹스 기능이 추가된 가정부처럼 취급하는 남편 도시로로부터 조용히 탈출하기 위한 방법은 단지 두 줄의 편지면 됐다.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복권 당첨금으로 시니어 레지던스에 들어갔다가 탈출한 루이.
체면이 중요해서 45년간의 반려인이 사라져도 조용히 지내는 것을 택하는 남편에게서 탈출한 데루코.

이들의 행선지는 운전자 마음대로~
데루코가 사전에 준비한 숙소라 생각했는데….
문을 드라이버로 여네? 😲

주인 몰래 사용하는 별장.
요금이 바로 청구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뿐.
전기도 가스도 사용할 수가 없다.🫥

70대 두 여성이 냉난방이 없는 집에서 점점 추워지는 계절을 지내야 하고,
갖은 돈도 많지 않은 상태.
그들은 일자리를 찾는다.

샹송 가수인 루이는 무대를 찾고,
데루코는 호기심에 배워둔 카드점을 한 카페 ’마야‘에서 치기로 한다.

카드점을 치기로 한 카페의 사장인 두 부부와 루이가 노래를 부르는 조지의 사장 등 이 마을에서의 인연이 점차 늘어만 가는데..
이들의 무단 숙소 사용은 들키지 않고 계속될 수 있을까?
데루코의 남편은 언제까지 찾지 않고 조용히 있을까?
변변찮은 돈벌이로 이들은 언제까지 이 탈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가독성좋은도서 #장편소설추천 #신간도서추천 #델마와루이스가떠오르는책 #소설 #힐링소설

@hyejin_bookangel
@feelmbook 도서 지원 감사합니다.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 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56p

데루코가 도시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과, 도시로가 데루코를 하녀처럼 대하게 된 것은 어느 쪽이 먼저였을까? 그래도 데루코는 오랫동안 도시로의 그런 태도를 이유로 결혼 생활을 끝내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도시로를 선택해서 결혼한 것은 자신의 의지였으니까 책임져야 한다고, 도시로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45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도시로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책임이니 뭐니 하는 것은 변명일 뿐, 그저 행동으로 옮길 용기와 의지가 없었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131p 😭😭

친구란 참 좋은 거야. 정확히는 데루코가 친구라서 너무 좋다. 데루코가 존재한다는 것.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데루코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격려임에 분명하지만, 때로는 두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고 루이는 생각했다. 데루코는 때때로 열쇠가 된다. 그 열쇠로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곳, 가본 적 없는 곳,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곳, 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 열쇠는 내가 보이지 않는 척해왔던 곳으로 통하는 문까지도 스르륵 열어버린다. 164p

여러분 곁에도 이런 친구가 늘 함께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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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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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에 사는 영두는 최근 서울을 자주 오가는 일을 한다. 창덕궁이랑 같이 있는 창경궁, 그 안에 대온실 수리 공사에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잊고 싶은 장소였다. 그 장소를 이리도 자주 방문할 줄은 몰랐다.
엄마를 일찍 잃고 아빠랑만 살던 영두가 사는 석모도는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섬을 떠나야 했는데, 영두는 그보다 일찍 중학교에 석모도를 떠나게 된다. 아빠의 권유와 지원으로 창경궁 근처에 있는 낙원 하숙에서 지내며 한 시간 거리의 학교로 통학했던 시절이었다. 문자 할머니의 손녀인 리사와 함께 방을 써야 하는 조건이었다. 찬물보다 차가운 리사와 함께.
학교에서 함께 지낼만한 친구가 생기고,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서울 생활을 이어가던 영두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다시 석모도로 돌아간다. 중학교 중퇴. 꽤 오래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기에 아빠는 영두가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일제 강점기 시절 식물원과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린 궁에 생긴 대온실. 그 온실을 수리하며, 온실을 만든 일본인 후쿠다와 낙원 하숙을 운영했던 문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대온실의 수리를 위해 파헤친 곳에서 발견된 유해는 문자 할머니와 관련이 있을까?

일본에서 양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문자 할머니. 결국 엄마가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할머니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당시에 무척 귀했다는 유리를 사용한 할머니 집의 문. 그 문과 궁궐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에 남은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땠을까?

역사적 이야기가 녹아져 방대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풀어낸 김금희 작가.
요즘 중견 작가님들 작품. 이리 다 입이 떡 벌어지게 쓰시기 있습니까?
독자로서 무척이나 행복합니다만~
작가님들 책 쓰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았을지 읽으면서 느껴지더라는~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밑줄이 있는 소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장편소설추천 #신간도서추천 #중견작가만만세 #북스타그램 #역사가녹아져있는소설 #역사와문학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70p

슬픔을 어떻게 질서화할까. 나이가 후러씬 들고 나서도 나는 그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슬픔은 안개 같은 것이라서 서 있으면 스스로의 숨결조차 불확실해지는데. 201p

“아이고 그러다 목숨까지 빼앗기게요. 여자들 좋은 세상은 없는 거예요. 양반 가니 일본놈 오고 그게 가니 미국놈이랑 소련놈 오고, 그 다음에는 뭐가 올지 나는 이제 궁금치도 않아요.“ 293p

조센카에리는 조선에서 돌아온 일본인을 가리키는 멸칭이었다. 영양실조나 폐병에 걸려 돌아오는 귀환자들을 일본사회는 싸늘히 대했다. 원폭과 패전으로 전국토의 30퍼센터가 파괴된 상황에서 그들은 본토가 겪은 수난에서 비껴난 열외자이자 어려운 조국에 폐를 끼치는 불청객이었다. 298p

+ 낙원 여인숙과 할머니 이야기로 한 권의 소설이 또 나올 수도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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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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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으로 유명한 사강의 책은 나에게 와닿지 않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게 하는 독서모임의 힘! 믿고 보는 추천이라 망설이지 않았다.

사랑이야기에 시큰둥한 나를 몰입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39살의 이혼의 경험이 있는 아가씨에서 아줌마 대열로 넘어가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폴은 5년째 만나는 연인이 있다. 자유로운 영혼인 로제를 기다리며 사는 폴은 고독과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완벽한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로데 이외의 누군가를 사귀는 일 같은 건 결코 할 수 없으리라.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 17p

로제는 폴을 사랑하지만, 그녀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상황을 알면서도 그녀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이다. 로제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그렇게 해줘야 폴을 안심하게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홀로 걷고 싶고 거리를 가로지르고 싶고 배회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가 먼저다.

폴은 반 덴 베시 부인의 집의 인테리어를 맡아 그녀의 집에 방문하면서 그녀의 아들 시몽을 만난다. 어디에서나 눈에 확~~~ 띄는 외모의 소유자인 시몽. 그런 시몽이 폴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아아~

그런 시몽의 애정 어린 갈구에 선을 긋는 폴~

폴과 로제가 늘 함께 지내는 휴가를 지키지 않는 로제.
그런 로제는 다른 여자와 휴가를 보내는데… 그 사실을 시몽에게 들키고~

그 광경을 목격한 시몽은 지금이 바로 타이밍! 을 외치며 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6시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59p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폴의 뇌리를 강타시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근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60p

내가 빠진 이유! 바로 이 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폴에게 이입되어 따라가게 만든 이유!
사랑이 아니라 나를 잃어버린 폴이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순간! 그 심리가 나를 빠지게 만들다.

14살이나 어린 어디 가나 주목받는 외모의 시몽.
하지만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직은 철없는 모습.
성실한 폴의 눈에 시몽의 그 모습은 어떻게 생각됐을까?
일을 나가지도 않고 술에 취해 침대와 한 몸인 시몽.
나를 사랑한다지만 늘 외롭게 만드는 로제.
종종 육체적 쾌락을 폴이 아닌 다른 여성들과 함께하는 로제.

누구를 택해야 하는가?

둘 다 확 내삐리믄 좋겠구먼~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짧고재미있는고전 #얇은소설 #고전추천 #세계문학추천 #독서모임도서 #나를찾아가는이야기 #나를잃지말아요

나를 잃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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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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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상위의비밀
#최혜련
#마음이음 #마음틴틴_20

<115p> #서평도서

총 5편의 짧은 글 모음
추천 연령 : 초등 중학년부터 ~

⁉️ 물음표 일기장
중 1에게 일기 숙제라니!
일기 아니면 독후감을 쓰란다. 매일?
매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어찌 쓰나.. 일기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이건 사춘기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과제 아닌가~

국민학교 시절. 나는 오늘 ~~~ 했다.로 시작하는 글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일기니 오늘 이야기고, 일기니 나는 이 주체겠지. 둘 다 빼자~
그러자 머리가 멈췄다. 처음을 뭐라고 시작해야 하는 거지??? 😵‍💫

하교한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 오늘 학교 어땠어? 란다.
매일 똑같아~~~
그렇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일기는 글짓기가 답~
그런데 이 일기장 나의 글짓기에 딴지를 거네?

👓 언니의 안경
독서광이 가득한 이곳. 여러분 조심하십쇼~
어느 날 눈을 뜨니 안경으로 변신해 있을 수도~ 😜😅

가끔 종종 나도 안경으로 변신 시켜주면 안 될까요?
어쩐지 쪼쿰 부럽기도 한 에피소드~
카프카의 변신보다 너무 고급진 이 변신!

📱나 대신 스마트폰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임원선거를 하면 너도 나도 부반장이 되려고 한단다.
생활기록부에 + 점수는 같은데 반장에게만 과다한 업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라고 ;; 😢
여기 과중한 반장 업무에 시달리는 한 아이가 있다.
그 업무에 지쳐 도움이 될만한 ai 일정 관리 앱인 ‘나 대신’을 까는데..
요 녀석 업무 능력이 출중하다를 넘어서는데~
+ 누가 이 앱 안 만드시나요? 나는 좀 깔고 싶네? 🤓

📝 몽당연필에게
시험지의 답을 쓱쓱 대신 써 주는 연필의 이야기는 많은 동화에 있지만, 여기에 나오는 몽당연필의 이야기는 눈에 습기차게 만든다. 넘치는 학용품들. 특히 연필은 사용 기한도 짧고(요즘 너무 이른 나이에 샤프 사용 ㅠ) 예전처럼 필기를 많이 하지 않아 그 필요성이 극히 떨어져 귀한 취급을 받지 못하는데.. 아주 작은 몽당연필을 소중히 간직하는 주인공 출현!
몽당연필에게 사연이 있다는데?

✏️ 지우개 시인
시와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
어쩌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자.
이 가을엔 시 한 편~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추천 #인친님출간축하해요 #모르는데아는얼굴작가님 #초등부터추천도서 #한국문학추천 #단편소설추천

@hyejin_bookangel
@mindbridge_publisher
도서 지원 고맙습니다. ❣️

책 사진의 배경은 저와 제 동생이 쓰던 책상입니다.
대학생이 된 두 자녀에게 엄마가 큰돈을 써서 마련해 주신 귀한 책상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동생은 이사 2회차 후 먼 나라로 떠나고 ㅋ)
8번의 이사를 하면서 고민의 순간도 많았지만, (서랍 + 책장 + 판 구성이라 두 개를 늘 들고 다니기 부담이어서..;;) 혼자서 책상 두 개를 계속 유지하는 일이란~ 부동산의 이유로 고민 백만 개~
결혼하면서 책장 두 개는 엄마에게 보내고
서랍 두 개에 판을 올려 책상 하나를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새 책상 사달라고 하지 않고 이 책상을 사용해 주고 있다죠.
내 책상 위의 비밀을 만나 제 소중한 물건 자랑도 😊
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귀한 물건.
여러분은 어떤 물건에서 부모님을 떠올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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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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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이쪽에서 저 너머 초록 불빛을 바라보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여기 2024년 핫 플레이스가 된 성수동의 고층 빌딩인 T타워의 펜트하우스에서 압구정동의 초록 불빛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94학번 서울대 경영학과 성수동 출신인 규아. 서울대에 들어간 그 순간만 연지가 아닌 규아에게 사람들의 칭찬이 오갔었다. 사촌들 사이에서 언제나 연지에 비해 모자랐던 규아는 대입의 순간만 그녀를 이름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였지만 공부보다는 풍물 동아리에서 시간을 보냈고, 동아리 회장직을 끝낸 순간 학교를 휴학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우왕좌왕하며 보낸 5년, 안정되긴 했지만 레스토랑이나 펍을 오가며 지냈던 5년을 보내면서 작은 와이너리를 알게 되며 사업가로 터를 잘 잡았지만 와이너리가 2세대로 넘어가며 그 일을 접고 귀국을 결심한다.
여기가 내가 살았던 그 성수동이 맞나? 싶을 만큼 핫 플이 된 곳에서 운이 좋게 터를 잡아 ‘킹스포인트’를 오픈한다. 다시 만난 연지는 여전히 압구정동에서 살고 있었다. 시댁, 친정, 자신의 집까지 모두 한 단지에 사는 연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연지는 꽤 이른 나이에 규아와 동기인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광채와 결혼해서 서울대 출신의 아들을 둔 남의 눈에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은 여자로 살고 있다. 연지의 집에 초대받아서 가기 전까진 아마 규아도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을 텐데..

압구정동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운운하는 광채. 시종일관 서로에게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는 듯한 부부의 대화, 아들과 두 부부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프로. 민경훈까지 규아는 이 불편한 공기가 피곤하기만 하다.
+ 킹스포인트에 나타난 개인적인 노출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신흥 부자 에클버그의 제이강이 합류하며 규아의 인생은 피곤의 도가니탕이 된다.

든든한 돈줄 계약을 제안한 에클버그의 제이강. 그는 규아의 동아리 1년 후배. 몸짓이 남달랐던 재웅이었다. 대학 시절 서로의 연애 타이밍이 안 맞았던 사이로 기억하는 재웅은 규아가 아닌 연지와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고전현대화 #신간도서추천 #위대한개츠비_서울버젼 #고전각색#재미남




“연지 누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 많은 것이 필요했어요. 그러느라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에요.“
사실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 그것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연지를 사랑하기 위해 필요했던 많은 것들,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197p

인생은 연지에게 결코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지가 필사적으로 그것을 햐애ㅎ 손을 뻗을 때마다 그것은 마치 약 올리듯 한 줌 연기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광채가 말한 ‘뽑기 운’이라는 단어로 연지의 불운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웅이 박마 탄 기사가 되어 나타나 손을 내밀고 있는 이 순간조차 연지가 드디어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연지는 마침내 행복이라고 적힌 쪽지를 뽑을 수 있을까?219p

이 이야기의 끝엔 해피엔딩이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안 읽어도 읽은 것만 같은 책이 있죠. 카프카 변신,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등…
저 이 세 권 다 안 읽었잖아요. ㅋㅋㅋㅋ
위대한 개츠비 읽으러 갑니다…… 😜

그 시대의 도덕관으로, 사랑이란 남자 여자 사이의 호감이나 열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사랑은 성숙한 성인 남녀의 철학과 세계관이 결합하는 것이었고 높은 사회의식과 윤리의식을 반드시 동반해야만 성립 가능한, 그래야만 하는, 차원 높은 도덕적 결단이었다. 한끗이라도 미달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저속한 쾌락의 추구에 불과할 것이다. 차선도 신호등도 무시하고 앞도 뒤도 없이 달려들어 모두의 뼈를 박살내버리고 마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한다면, 그런 이기적인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면, 나는 그동안…
거기서 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 P163

그들이 몸을 기대어 울고 있는 락은 침대 위, 흐린 빛이 들어오는 작은 창문으로 무엇이 보일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며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데, 한 사람의 집요한 기억이 박제되어 물질로 몸을 얻고 하나의 성전을 이룬 것은 수천 년 전의 미라가 살아나는 것과 비슷하게 섬뜩하지 않은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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