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석모도에 사는 영두는 최근 서울을 자주 오가는 일을 한다. 창덕궁이랑 같이 있는 창경궁, 그 안에 대온실 수리 공사에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잊고 싶은 장소였다. 그 장소를 이리도 자주 방문할 줄은 몰랐다.
엄마를 일찍 잃고 아빠랑만 살던 영두가 사는 석모도는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섬을 떠나야 했는데, 영두는 그보다 일찍 중학교에 석모도를 떠나게 된다. 아빠의 권유와 지원으로 창경궁 근처에 있는 낙원 하숙에서 지내며 한 시간 거리의 학교로 통학했던 시절이었다. 문자 할머니의 손녀인 리사와 함께 방을 써야 하는 조건이었다. 찬물보다 차가운 리사와 함께.
학교에서 함께 지낼만한 친구가 생기고,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서울 생활을 이어가던 영두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다시 석모도로 돌아간다. 중학교 중퇴. 꽤 오래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기에 아빠는 영두가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일제 강점기 시절 식물원과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린 궁에 생긴 대온실. 그 온실을 수리하며, 온실을 만든 일본인 후쿠다와 낙원 하숙을 운영했던 문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대온실의 수리를 위해 파헤친 곳에서 발견된 유해는 문자 할머니와 관련이 있을까?

일본에서 양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문자 할머니. 결국 엄마가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할머니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당시에 무척 귀했다는 유리를 사용한 할머니 집의 문. 그 문과 궁궐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에 남은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땠을까?

역사적 이야기가 녹아져 방대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풀어낸 김금희 작가.
요즘 중견 작가님들 작품. 이리 다 입이 떡 벌어지게 쓰시기 있습니까?
독자로서 무척이나 행복합니다만~
작가님들 책 쓰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았을지 읽으면서 느껴지더라는~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밑줄이 있는 소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장편소설추천 #신간도서추천 #중견작가만만세 #북스타그램 #역사가녹아져있는소설 #역사와문학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70p

슬픔을 어떻게 질서화할까. 나이가 후러씬 들고 나서도 나는 그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슬픔은 안개 같은 것이라서 서 있으면 스스로의 숨결조차 불확실해지는데. 201p

“아이고 그러다 목숨까지 빼앗기게요. 여자들 좋은 세상은 없는 거예요. 양반 가니 일본놈 오고 그게 가니 미국놈이랑 소련놈 오고, 그 다음에는 뭐가 올지 나는 이제 궁금치도 않아요.“ 293p

조센카에리는 조선에서 돌아온 일본인을 가리키는 멸칭이었다. 영양실조나 폐병에 걸려 돌아오는 귀환자들을 일본사회는 싸늘히 대했다. 원폭과 패전으로 전국토의 30퍼센터가 파괴된 상황에서 그들은 본토가 겪은 수난에서 비껴난 열외자이자 어려운 조국에 폐를 끼치는 불청객이었다. 298p

+ 낙원 여인숙과 할머니 이야기로 한 권의 소설이 또 나올 수도 있겠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