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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1920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이쪽에서 저 너머 초록 불빛을 바라보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여기 2024년 핫 플레이스가 된 성수동의 고층 빌딩인 T타워의 펜트하우스에서 압구정동의 초록 불빛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94학번 서울대 경영학과 성수동 출신인 규아. 서울대에 들어간 그 순간만 연지가 아닌 규아에게 사람들의 칭찬이 오갔었다. 사촌들 사이에서 언제나 연지에 비해 모자랐던 규아는 대입의 순간만 그녀를 이름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였지만 공부보다는 풍물 동아리에서 시간을 보냈고, 동아리 회장직을 끝낸 순간 학교를 휴학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우왕좌왕하며 보낸 5년, 안정되긴 했지만 레스토랑이나 펍을 오가며 지냈던 5년을 보내면서 작은 와이너리를 알게 되며 사업가로 터를 잘 잡았지만 와이너리가 2세대로 넘어가며 그 일을 접고 귀국을 결심한다.
여기가 내가 살았던 그 성수동이 맞나? 싶을 만큼 핫 플이 된 곳에서 운이 좋게 터를 잡아 ‘킹스포인트’를 오픈한다. 다시 만난 연지는 여전히 압구정동에서 살고 있었다. 시댁, 친정, 자신의 집까지 모두 한 단지에 사는 연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연지는 꽤 이른 나이에 규아와 동기인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광채와 결혼해서 서울대 출신의 아들을 둔 남의 눈에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은 여자로 살고 있다. 연지의 집에 초대받아서 가기 전까진 아마 규아도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을 텐데..
압구정동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운운하는 광채. 시종일관 서로에게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는 듯한 부부의 대화, 아들과 두 부부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프로. 민경훈까지 규아는 이 불편한 공기가 피곤하기만 하다.
+ 킹스포인트에 나타난 개인적인 노출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신흥 부자 에클버그의 제이강이 합류하며 규아의 인생은 피곤의 도가니탕이 된다.
든든한 돈줄 계약을 제안한 에클버그의 제이강. 그는 규아의 동아리 1년 후배. 몸짓이 남달랐던 재웅이었다. 대학 시절 서로의 연애 타이밍이 안 맞았던 사이로 기억하는 재웅은 규아가 아닌 연지와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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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누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 많은 것이 필요했어요. 그러느라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에요.“
사실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 그것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연지를 사랑하기 위해 필요했던 많은 것들,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197p
인생은 연지에게 결코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지가 필사적으로 그것을 햐애ㅎ 손을 뻗을 때마다 그것은 마치 약 올리듯 한 줌 연기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광채가 말한 ‘뽑기 운’이라는 단어로 연지의 불운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웅이 박마 탄 기사가 되어 나타나 손을 내밀고 있는 이 순간조차 연지가 드디어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연지는 마침내 행복이라고 적힌 쪽지를 뽑을 수 있을까?219p
이 이야기의 끝엔 해피엔딩이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안 읽어도 읽은 것만 같은 책이 있죠. 카프카 변신,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등…
저 이 세 권 다 안 읽었잖아요. ㅋㅋㅋㅋ
위대한 개츠비 읽으러 갑니다…… 😜
그 시대의 도덕관으로, 사랑이란 남자 여자 사이의 호감이나 열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사랑은 성숙한 성인 남녀의 철학과 세계관이 결합하는 것이었고 높은 사회의식과 윤리의식을 반드시 동반해야만 성립 가능한, 그래야만 하는, 차원 높은 도덕적 결단이었다. 한끗이라도 미달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저속한 쾌락의 추구에 불과할 것이다. 차선도 신호등도 무시하고 앞도 뒤도 없이 달려들어 모두의 뼈를 박살내버리고 마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한다면, 그런 이기적인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면, 나는 그동안… 거기서 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 P163
그들이 몸을 기대어 울고 있는 락은 침대 위, 흐린 빛이 들어오는 작은 창문으로 무엇이 보일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며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데, 한 사람의 집요한 기억이 박제되어 물질로 몸을 얻고 하나의 성전을 이룬 것은 수천 년 전의 미라가 살아나는 것과 비슷하게 섬뜩하지 않은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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