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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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고통을 간접경험하는 책이다. 얼마전에 읽은 <재능의 불시착>처럼 이 책도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

책은 한 고등학생 여자 아이가 자신에게 친절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야기다. 그것이 이 책의 주요지만, 화자의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책은 아이의 고통을 촘촘하게 표현했다.
사실 책은 처음부터 불안한 기운을 풍긴다. 그 남자의 등장과 함께 이미 뒷일을 예상할 수 있다. 아이는 처음부터 그의 모든 호의를 당연하듯 받지 않았다.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던 제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그런 일을 당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상상하며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일 후에 사람들은 갖가지 말을 만들어냈다. 상처가 없어서, 신고를 직접 해서, 산부인과를 찾아가서, 일상을 살아내서 피해자인 제야에게 말에 말이 더해졌다.
나쁜짖을 한 사람은 나쁜 일을 생각보다 쉽게 걷어낼 수 있었다. 그가 저지른 나쁨까지 제야에게 덧씌워지기도 했다.
모두가 시키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려는 제야가 너무 멋있어서 눈물이 났다. 부모도 지키지 못한 ‘젊은’, ‘여자’, 혼자’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제야를 잊을 수 없을거다.

- 은비를 생각하면 은비가 당했다는 일도 같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기억에서조차 은비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 어째서 내가 의심받는가. 어째서 내가 증거를 대야 하는가. 어째서 내가 설명해야 하는가. 어째서 내가 사라져야 하나.

- 친절하고 비열할 수 있다. 다정하고 잔인할 수 있다. 진실하고 천박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이다.

- 나는 나로 살기 위해 내게 소중한 것들도 같이 내려놓기로 했어. 시작한다는 건 그런 거야. 내게 좋은 것만 쥐고 싫은 것은 버리고 그럴 수는 없어.

+ 성폭행 담당 형사분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반항으로 목숨을 잃는 것보다 그냥 폭행을 당하는 것이 낫다고. 세상이 왜 자꾸 목숨을 하찮게 여기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라고 내몰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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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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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책이다. 두 개의 작품은 2014년 ‘세월호’의 아픔이 있던 해에 기록되었고, 나머지 작품은 ‘코로나’가 한참인 때에 집필되었다.
모든 작품에 ‘죽음’이 관통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의 서술이다.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서인지 죽음이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표제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난주의 바다 앞에서’가 인상 깊었다.

* 이토록 평범한 미래
엄마의 죽음으로 아빠와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품은 지민은 주인공과 동반 자살을 약속했다. 그 전에 엄마의 소설이 궁금한 민주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외삼촌을 찾아간다. SF나 판타지로 분류될 소설이었으나, 첫 문장이 ‘1972년 10월을 우리는 시간의 끝이라고 불렀다’라는 이유로 군부가 판매를 금지 시켰다고 했다.
둘의 동반 자살 예정을 들은 외삼촌은 이 20대 둘을 붙잡고 엄마 소설 속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번의 삶이 흐르는 내용인 소설을.. 미래의 결과를 아는 자들의 삶이 그들에게 펼쳐질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사람인 것처럼.

* 난주의 바다 앞에서
병마와 싸우던 아이를 잃고 삶을 살아내기가 힘들었던 한 여인이 과거의 여인이 자신의 삶을 버림으로 자식을 살리려 했던 바다를 만나 삶을 이어간다.
정난주 : 장약용과 정약전이 그녀의 삼촌들이고 이승훈을 고모부로 둔 조선시대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가의 신동 소년과 결혼한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조건을 갖춘 삶을 살던 여인. 정조가 죽고 그의 집안은 천주교 학살로 몰락한다. 그녀의 남편ㅇ느 가장 흉악한 반역자가 되어 사진가 찢기는 극형을 당하고 가족은 모두 노비로 전략한다. 그런 삶을 이어주기 싫었던 한 여인은 자식을 몰래 바닷가에 버리고 죽음을 택하지만 이후로 37년을 살아내 할머니로 삶을 마감한다.

* 진주의 결말 : 바로 전 2022년 김승옥 문학상에서 기록했으므로 패스

* 엄마 없는 아이
대학 연극 동아리. 엄마를 잃은 두 청춘.

*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누군가의 죽음의 끝에서 건져내 준 음악.

* 사랑의 단상
요약 어려움 ㅡ,.ㅡ

*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첫번째 작품과 묘하게 이어지는 단편. 누군가의 기억이 전해지면서 길어지는 삶의 여정.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녹취하여 할아버지가 기억하고 살아내는 삶에 자신의 삶이 더해진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멋진문장을원하시나요?

-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 그가 늘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 정신의 삶은 자가 자신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고독의 삶을 뜻하지. 개별성에서 멀어진 뒤에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은 얼마간 서로 겹쳐져 있다는 거야. 시간적으로도 겹쳐지고, 공간적으로도 겹쳐지지. 그렇기 때문에 육체의 삶이 끝나고 난 뒤에도 정신의 삶은 조금 더 지속된다네. 우리가 육체로 팔십 년ㅇ르 산다면, 정신으로는 과거로 팔십 년, 미래로 팔십 년을 더 살 수 있다네. 그러므로 우리 정신의 삶은 이백사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이백사십 년ㅇ르 경험할 수 있땀녀 누구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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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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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둘톡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멜멜 작가님은 사진을 찍는 분이다. 황선우 작가님의 #멋있으면다언니 의 인터뷰 책을 함께 만드셔다고 했다. 사람을 정말 잘 담으시는 분이라고 들었기에 그 감성이 궁금했다.
일단 제목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뭔가 철학적이다. 이름도 정멜멜 입에 착 감긴다.

작가님은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현재 사진을 업으로 하고 있다. 그 과정과 사진가로의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감사하게도 가운데 일부분은 작가님의 작품이 있다. 작가님의 시선과 사진은 톤이 참 맘에 든다. 피드로 공유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지만 가로 세로 비율로 인해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
매력적인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 일러, 어머니에 대한 에피소드가 짧아서 아쉬웠고, 내가 좋아하는 황선우 작가님의 페이지가 있어서 좋았다.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신다면 찾아가고 싶다.

수많은 처음들이 있었다는 건, 돌이켜보면 악의 없이 서툴렀고 의도와는 정반대로 엉망인 부분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 배울 점이 있는 타인이 내 일상의 좋은 배경이 된다.

- 하루 하루가 무량하지도 않을뿐더라 필연적으로 마침표가 있는 생이니까 그 과정을 좀 더 즐겁게, 가능하면 괴롭지 않게 지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알맞은 친구를 사귀는 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그 친구들이 있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니까요. / 워런 버핏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아마도 우리에게 알맞음을 찾는 방식은 수없이 수없이 싸우는 일이어싸는 것을. 지금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분명하게 서로가 있어 매일 사소하게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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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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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갑. 공감 팍팍. 동화처럼 해피앤딩으로 가기에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읽으며 표지를 몇 번이나 다시 넘겨봤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2 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8편의 단편
- 막내가 사라졌다. : 팀 막내가 사직서를 내지도 않고 문자로 퇴사를 통보했다. 그리고 대변인을 보내 퇴사처리를 한다는 글을 보고 팀은 술렁인다. 그 상황이 되어서야 내가 직장 내 선배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적이 있는가? 덜덜

-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는 부모를 따라 어릴 때부터 현장에 다녔던 주인공은 그때의 가슴 떨림을 기억하고 NGO 단체에서 일은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고 남친의 엄마는 엄마를 대신하여 자신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다고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데..

- 전설의 앤드류 선배 : 엑셀를 다루지 못하는 화이트 칼라의 선배……;;

-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 남자 육아휴직 1호. 휴가에 할 일을 머리 속에 그린다. 하지만!! 아내가 출근을 한단다. 전업 육아대디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 핵진상 어린이집 고객

- 노령 반려견 코코 : 반려견 코코가 많이 아프다. 회사에 휴가를 신청한다. 가족 돌봄 휴가.

- 언성 히어로즈(보이지 않는 영웅들) :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 그놈의 가슴 뛰는 삶 타령 그만하라고. 너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인내를 들이붓는 중요한 문제를 고작 심혈관 반응에 맡기면 되겠니?

- 누구나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는 건 사실이지만, 세상이 재능에 값을 치르는 방식은 공평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세상에서 축구를 잘하는 사람과 가장 유연한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둘 다 세계 1등의 재능을 가졌지만, 수입은 비교 불가겠죠. 이게 과연 노력의 차이 때문일까요?

- 그렇게 보면 순수하게 자기 재능과 노력 때문에 성공을 쟁취했다고 거들먹거리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어쩌면 산후 우울증이라는 것도 빌어먹을 호르몬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애를 낳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주7일 18시간씩 일하면서 잠도, 식사도, 샤워도 제대로 못 하면 누구나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지지 않을까. 인수인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이는 죽을 듯이 울고 있으면 말이다. 아내보다 한 뼘이나 크고 건장한 체격인 나도 이렇게 진이 빠지는데.

+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기준을 성인 평균 수명의 3분의 1로 잡았다고 한다. 100세 세대면 33.333까지 120세 세대면 40까지 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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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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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천개의 파랑>을 무척 아낀다. 책스타 초반에 인친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고, 책의 좋음을 혼자 알고만 있을 수가 없어 딸에게 딸 친구에게 동네 친구에게 딸을 통해 딸의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퍼져나갔던 추억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개의 파랑>의 콜리가 다시 돌아왔다. 단 49세기라는 배경으로 돌아왔다.

고고는 전쟁시대에 이전에 제조된 로봇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치되어 있던 고고를 랑이 발견했고, 랑의 보살핌으로 고고는 다시 전원을 키고 활동형 로봇이 되었다. 전원이 켜지기 전의 기억은 없다. 고고의 메모리엔 랑과의 기억 뿐이다.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 지는 것이 다르듯 태어난 존재들은 목적 없이 세상에 배출되었기에 계속 목적을 찾는 삶을 살고, 만들어진 존재들은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수행한다. 하지만 고고는 만들어진 기억이 없다. 고고의 기억은 랑이 출발이다.
그 어떤 생물도 버티기가 힘든 척박한 세상인 이 시대에선 나무 한 그루를 만나는 일이 환타지와 다름없다. 이 세대의 사람들은 점차 수명이 짧아지고, 랑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 랑이 죽고 랑의 친구인 지카와 장례를 치른 후 지카는 나무를 찾아 고고는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떠난다. 오직 랑의 행복을 위한 목적을 잃어버린 고고의 여정. 그곳에서 인간, 로봇, 외계인과 만남이 고고에게 새로운 목적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인가?

- 거치지 않은 감정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쌓인다.

-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감정이 없다고 느낄 수 없다고 알고있는 존재에게 가장 큰 감정인 사랑이 깊이 전해진다.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기류를 깨닫는 인간들의 소통에 놀라워하지만, 정작 고고가 삼키는 말들 속에 깊은 사랑과 배려가 느껴지는건 작가님의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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